사드 보복으로 '韓 관광' 3개월 넘게 막혔더니..면세점 보따리상 급증

안재만 기자 2017. 7. 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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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및 한국여행 제한령)이 조금씩 흔들리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오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에서 중국 상인들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6월 면세점 매출이 중국 정부의 지난 3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증가한 것과 관련, 면세업계에서는 “중국인 보따리상(代工·따이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로 우리도 괴롭지만 중국 또한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약 100일 동안 억누른 영향으로 6월부터 눈에 띄게 보따리상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정식으로 허가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세관 당국이 일정 부분 눈감아줘 번성한 유통 채널이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 이전만 해도 이들은 약 2000~3000명 규모로 중국 산둥반도와 인천항, 평택·당진항, 군산항 등을 잇는 카페리를 이용해 한국과 중국을 오갔다. 보따리상들은 한국에서 구입한 면세품을 웨이보,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주로 판매한다.

◆ 6월 면세점 매출 깜짝 증가…인당 매출 2배로

25일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6억8856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6억2456만달러)에 비해 9.3% 증가했다.

면세점 중 유일하게 매월 매출을 공개하는 신세계면세점은 6월 일평균 매출이 35억원으로 전월 대비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2, 3월 영업흑자를 냈다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적자를 내왔다. 신세계면세점은 손익분기점이 일평균 매출 4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외에는 HDC신라면세점 일평균 매출이 15% 안팎 늘어 20억원대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한화갤러리아, 두타면세점, 에스엠면세점 등의 매출도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정도만 전년과 비교했을 때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개시된 이후 면세점 외국인 매출이 전년대비 증가한 것은 6월이 처음이다. 3월과 4월, 5월 외국인 매출은 5억9000만~6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10% 안팎 감소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은 늘었지만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감소했다는 것이다. 6월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106만427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84만1776명과 비교해 42.6% 줄었다. 즉, 인당 객단가가 2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서울 동대문구 두타면세점 /두산 제공

관광객 수는 줄었지만 매출이 늘어난 배경은 보따리상 때문으로 파악된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중순 한한령이 발동할 당시엔 보따리상 통관 규제도 극심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느슨해진 것으로 안다”면서 “보따리상이 기존에 한국 화장품 등을 구매해 쓰는 이용자들의 수요를 메워주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진성 씨는 “주변에 한국 화장품을 쓰는 여직원들에게 어디서 샀느냐고 물으면 ‘위챗에서 산다’고 말하곤 한다”면서 “실제 위챗 내에도 화장품 판매 글이 자주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애초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를 실행할 때부터 중국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이 갈 것으로 봤다”면서 “수요와 공급이 있다면 정부 조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할인 퍼줘 보따리상 매출 늘었다” 지적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과도한 마케팅비를 쓰고 있어 매출이 늘어났을 뿐,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예전 유커(단체 관광객)가 급증했을 때 여행사를 대상으로 송객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했던 것처럼, 지금은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업체는 보따리상 구매액에 따라 5~3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약 30%를 돌려준다고 치면 기업엔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최근 매출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따리상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과열 국면으로 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전반적으로 면세점업계도 ‘유커 공백’을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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