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 지난해 4월27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진행된 동아수영대회 남자 일반부 자유형 400m 결승을 마친 뒤 숨을 고르고 있다. 광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선전했지만 아쉬웠다. 스스로도 “아쉽다”고 했다.

6년 만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입상에 2%가 부족했다. 2년의 징계 공백기와 내년에 한국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현실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잘 싸웠고 국민들도 박수쳤지만 4위란 순위는 아쉬움 외의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성적이었다.

박태환은 24일(한국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첫 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올시즌 자신의 최고기록과 똑같은 3분44초38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그는 8시간 전 열린 예선에서 3분45초57을 기록, 4위를 차지했다. 예선에서 여유 있는 모습도 드러냈기에 결승에선 더 좋은 기록, 자신의 올시즌 최고 기록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았다. 박태환 평생의 라이벌 쑨양(중국·3분41초38)이 올시즌 세계 최고기록을 내면서 세계선수권 이 종목 3연패에 성공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호주)이 쑨양보다 2초 이상 늦은 3분43초85로 터치패드를 찍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레 데티(이탈리아)가 3분43초93으로 3위에 올랐다. 대회 전 수영계 예상대로 이 종목 3총사가 금·은·동을 나눠가졌다. 입상엔 실패했지만 박태환은 이번 대회 첫 경기를 통해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예선을 무난하게 통과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결승에 나섰고, 유일한 1980년대생 선수임에도 4위를 차지해 자존심을 세웠다. 박태환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전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이날 경기는 박태환 입장에선 ‘해피 엔딩’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하게 된 계기였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를 앞두고 “초반 50m에서 경쟁자들에 뒤지지 않고 막판 50m에서 스퍼트하겠다”는 레이스 구상을 밝혔다. 스퍼트에 자신 있는 박태환은 특히 첫 50m에서의 기선 제압에 많은 신경을 쓰는 듯 했다. 실제 박태환은 자신의 구상을 결승에서 어느 정도 실천했다. 스타트 반응이 0.62초로 결승에 오른 8명 가운데 가장 빨랐다. 박태환은 0~50m 구간을 25초82초 주파, 2위로 치고 나섰다. 여세를 몰아 100m 지점에선 54초04를 기록해 1위까지 뛰어올랐다. 쑨양(54초11)은 3위였고, 호튼과 데티는 중·하위권이었다. 박태환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 맨 마지막 350~400m 스퍼트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이 구간에서 26초43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1위였다. 쑨양이 26초61, 호튼은 26초88이었고, 데티는 26초96이었다.

문제는 레이스 중반이었다. 특히 200~350m에서 50m 구간별 기록이 계속 하위권에 머물렀다. 승부수를 띄워야 할 350m 지점에 다다랐을 땐 메달권에서 멀어져갔다. 200~250m 구간을 28초82로 끊어 7위에 그친 박태환은 250~300m 구간도 28초86으로 6위에 머물렀다. 300~350m 구간도 28초75로 7위였다. 박태환이 고전하는 와중에 쑨양은 3개 구간에서 27초94(1위), 28초37(2위), 27초59(1위)를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호튼과 데티도 같은 구간에서 계속 3위 이내로 주파하며 박태환을 압박했다.

레이스 중반 뚝 떨어진 기록은 결국 현대 수영에서 요구되는 ‘스피드-지구력’ 저하를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태환은 이 대회를 1년간 준비하면서 경기 감각은 어느 정도 끌어올렸으나 ‘스피드-지구력’이나 메이저대회에서의 수싸움 등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는 박태환과 비교해 불과 두 살 어리지만 2m에 육박하는 큰 체구와 좋은 체력을 갖춘 쑨양, 그리고 20대 초반인 호튼, 데티, 펠릭스 아우보크(5위·오스트리아), 하기노 고스케(일본·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불참) 등과 도쿄 올림픽까지 보고 경쟁하려면 과제가 적지 않다.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을 지도하며 자유형 400m 금메달을 이끌어 낸 박석기 전 대표팀 감독은 “여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케이티 러데키처럼 레이스 내내 줄기차게 속도를 낼 수 있는 ‘스피드-지구력’이 필요한데 박태환이 초반 100m 기선 제압에 너무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레이스 중반 기록이 떨어졌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힘은 젊은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고, 경기 경험을 계속 늘리면 나아질 것이다. 자유형 200m를 한 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태환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도운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도 “400m 레이스에서도 이제 전·후반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박태환의 경우는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의욕이 넘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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