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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만에 2500만원 탕진.. '당첨'에 목맨 확률형 아이템

정영오 2017. 7. 2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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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리니지M' 실시간 게임 방송을 하던 유명 인터넷방송진행자(BJ)의 표정은 시종일관 흥분해 있었다.

이 BJ가 클릭한 건 어떤 아이템에 당첨될지 모르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에 12일 새로 추가된 아이템 '켄라우헬의 무기 상자'(약 3만원)를 구매했을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나올 확률은 0.0001%다.

업계 안팎에선 수익성을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만 의존하는 게임 설계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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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니지M 희귀 아이템 뽑기

0.0001% 확률에 당첨 희망 걸어

현금결제 유도 사행성 조장 비판

업체들 확률 공개하며 자정노력

“다양한 수익성 모델 필요” 지적

지난 22일 한 유명 아프리카TV 인터넷방송진행자(BJ)가 실시간으로 '리니지M' 게임을 하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강력한 게임 캐릭터를 구성하기 위해 한 번에 현금 약 3만3,000원이 소진되는 '뽑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인터넷방송 캡쳐

지난 22일 ‘리니지M’ 실시간 게임 방송을 하던 유명 인터넷방송진행자(BJ)의 표정은 시종일관 흥분해 있었다. 클릭 한번,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욕설 한번. 두 손을 간절히 모으고 PC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그가 반복한 행동이다. 이 BJ가 클릭한 건 어떤 아이템에 당첨될지 모르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한 번 클릭할 때마다 현금으로 환산할 때 약 3만3,000원에 해당하는 게임 내 재화(게임머니)가 소진되게 돼 있다.

가치가 높은 희귀 아이템에 당첨되길 기다리며 구매를 계속하는 사이 2분 30초 만에 10만원, 7분 30초 만에 50만원이 증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클릭 한 번에 야식이 하나씩 날라가는 셈”이라며 웃음을 유지하던 이 BJ는 2시간여 만에 게임을 껐다. 그가 “희귀 아이템 하나 뽑으려다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썼다”고 깨닫는 데까지 무려 2,500만원을 날렸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가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머니를 지불하기 때문에 ‘뽑기’와 상당히 비슷하다. 과도한 현금결제를 유도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이달부터 아이템별 당첨 확률을 공개해,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돈을 많이 쓰게 되는 희귀 아이템 당첨률은 거의 ‘로또 당첨’에 가까워 확률 공개만으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안’이 도입된 이래 주요 게임사들 상당수가 자율규제 내용을 자사 게임에 적용했다. 자율규제는 게임사 스스로 아이템 명칭 등급 구성비율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골자다. 정확한 아이템 이름과 해당 아이템이 당첨될 확률을 게임 안이나 홈페이지 등에 표시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빅3 업체들은 자율규제 시스템을 자사 게임에 100% 도입했고, 스마일게이트 컴투스 게임빌 등 중견 업체 참여율도 높다.

그러나 고급등급 아이템에 책정된 턱없이 낮은 당첨 확률이 이런 자율규제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에 12일 새로 추가된 아이템 ‘켄라우헬의 무기 상자’(약 3만원)를 구매했을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나올 확률은 0.0001%다. 리니지M을 비롯해 국내 주요 대작 게임들은 비싼 유료 아이템을 장착해야 높은 레벨을 유지하기 쉽다. 때문에 단순히 확률만 공개하는 자정 노력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 안팎에선 수익성을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만 의존하는 게임 설계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매출 3위를 기록 중인 중국 게임사의 ‘소녀전선’의 인기 요인이 과도한 현금결제 유도를 삼가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게임성을 해치는 낮은 확률도 개선돼야 하겠지만, 게임참여자도 합리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며 “게임사와 이용자들이 모두 건전한 게임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해 소녀전선처럼 다양한 사업모델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확률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꾸준히 청취하고 있다”며 “향후 신규 아이템 출시, 확률 설정 등에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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