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 한명도 없어.. "왜 뽑혔는지 모르겠다"는 위원도

최재훈 기자 2017. 7. 25.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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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공론화委 출범]
원전 공론화委 9명 중 5명 30~40대, 여성 3명
대법관 출신 김지형 위원장, 노동법·산업재해 분야 전문가
진보성향 '독수리 5형제'로 불려
공론화 위원, 추천받은 29명 중 贊·反단체서 반대한 12명 뺀 뒤
성별·나이 등 고려해 8명 선정
행정·교육·물리·통계 등 전공.. 이공계 교수 2명도 원전과 무관

문재인 정부가 24일 발표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는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대법관을 지낸 진보 성향의 김지형(59) 변호사가 선임됐다. 위원(위원장 제외)은 8명으로 30~40대가 많았고 원전과는 상관없는 행정, 교육, 물리, 통계 등의 전공자들이었다. 한 위원은 임명 발표 직후 본지 통화에서 "저도 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간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게 될 배심원단 구성 등 공론화 과정을 설계한다.

◇진보 성향 대법관 출신 위원장

24일 오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 김지형 위원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날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대법관 출신의 김 위원장과 8명의 위원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성형주 기자

국무조정실은 이날 김지형 위원장 선임 배경에 대해 "그간의 법조 경륜, 지속적으로 사회 갈등 해결에 참여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공론화 과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으로 관리해 줄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부터 6년간 대법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당시 진보 성향의 소수 의견을 많이 낸 김영란·이홍훈·박시환·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 대법관으로 불렸다.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어떤 성향으로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1부터 10까지로 봤을 때 5에 서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2006년 성전환자가 호적상 성별을 변경할 수 있느냐를 다룬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주심(主審)을 담당해 성별 변경 허용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는 같은 해 민변(民辯)이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에 대한 사면심사 정보를 공개하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09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혐의로 기소된 삼성 임원들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다수 의견인 무죄 쪽에 섰다. 대법관 퇴임 후엔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회 위원장, 구의역 전철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민변 소속 변호사 등이 많은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 변호사로 있다. 전북 부안 출생으로 원광대 법대를 나와 1981년 사법연수원을 11기로 수료했고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그는 법원 내에서 노동법과 산업재해 분야 전문가로 통했다.

◇30~40대 위주 원전 비전문가 위원들

위원 8명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선임됐다. 인문사회,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 분야 복수의 전문기관·단체로부터 총 29명의 후보군을 추천받았다. 이후 원전에 관해 각각 찬성·반대 입장을 가진 기관·단체 2곳이 "이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한 12명을 뺀 뒤 전공,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해 8명을 선정했다. 이 중 여성은 3명이다. 정부는 공론조사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원전 전문가들은 배제하겠다고 해왔다. 실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위원 중에 원전과 관련된 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위원들은 일부를 빼고는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문사회 분야 위원으로 위촉된 김정인(39) 수원대 법행정학과 조교수와 류방란(58) 한국교육개발원 부원장은 각각 행정학, 교육학 전공자다. 김 조교수의 전공은 인사정책, 조직론이다. 류 부원장은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친 뒤 교육개발원에서 일해온 초·중·고 교육 전문가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유태경(38) 경희대 화학공학과 부교수와 이성재(38) 고등과학원 교수가 위촉됐다. 두 위원은 이공계 전공자이지만 원자력 관련 활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은 선임 배경에 대해 "유 부교수는 사이언스지에 우수 논문을 게재한 선진 연구자"라며 "또 이 교수는 제20회 젊은과학자상을 받는 등 과학적 관점에서 균형 있는 견해를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통계 분야에선 김영원(58)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와 이윤석(48)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김 교수는 2013~2014년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장과 작년 중앙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조사통계 전문가다. 이 교수는 2012년 새누리당 19대 총선 중앙당 국민공천배심원단의 배심원으로 포함된 적도 있지만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공천 방식 등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관리 분야에선 김원동(58)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희진(48)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이 위촉됐다. 김 교수는 정치 사회학, 계급론, 선거 등을 연구해왔다.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강원대 교수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강원 지역에서 민주당 개최 토론회 등에 강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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