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도 찜통 트레일러에 갇힌 '아메리칸 드림'
냉방 장치 고장으로 참사.. 경찰 "인신매매 연루 가능성"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한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대형 트레일러에서 고온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8구와 부상자 31명이 발견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AP 등 외신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부상자 중 한 명은 병원 이송 후 숨져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고, 나머지 부상자 중에서도 17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당국이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인신매매 범죄조직이 미국에 밀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을 대형 트레일러에 감금한 채 실어 나르려다 트레일러의 냉방장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탑승자들이 고온으로 인한 질식·호흡곤란·뇌 손상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국토안보부 이민세관국(ICE) 및 세관국경보호국(CBP) 등과 공조 수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섭씨 38도가 넘는 이상고온현상이 계속된 점을 감안할 때 트레일러 안은 78도가 넘는 '움직이는 오븐'과 같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트레일러를 탈출한 사람이 인근 월마트 종업원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물을 달라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종업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수습하고, 트레일러 운전자 제임스 매슈 브래들리 주니어(60)를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트레일러의 에어컨은 고장 난 상태였고, 트레일러 내에 물이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생존자는 트레일러에 100명 이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도 월마트 CCTV를 통해 주차된 이 트레일러에 다른 차량들이 접근해 살아있던 탑승자들을 데려간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이 트레일러가 어디에서 와서 얼마나 오래 이 주차장에 있었는지, 트레일러 문이 잠겨 있었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토머스 호먼 ICE 국장대행은 "생존자 몇몇은 멕시코에서 왔다고 밝혔으며, 4명은 10∼17세 청소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BP의 한 관리는 "트레일러에 갇혔던 사람들은 걸어서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은 뒤 (트레일러에 실려) 어디론가 이동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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