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유수출 2배.. 푸틴, 김정은 후원자로 나섰다

김진명 기자 입력 2017. 7. 25. 03:09 수정 2017. 7. 2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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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北과 교역 급증.. 중국 못잖은 '든든한 이웃'으로 부상]
대북 수출품 90%가 광물·석유.. 국제사회 압박 무력화시켜
화성-14형 발사 후 안보리 제재도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해 무산

러시아가 올해 원유를 포함한 대(對)북한 수출을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최근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 논의를 앞장서서 막는 등, 러시아가 중국에 버금가는 북한의 강력한 후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전통적 북·러 우호 관계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최근 '한·미·일 대 중·러' 구도가 다시 부각되면서 러시아가 미·러 관계와 한·러 관계 등에서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 대북 수출액 2배로 급증

북·러 관계의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교역 규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러시아의 대북 수출액은 4799만5000달러였다. 작년 같은 기간의 2403만9000달러에서 99.6%, 약 2배로 증가한 액수다. 올해 1~5월 북한의 대러 수출액은 136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30% 수준이었지만, 러시아의 대북 수출의 급격한 증가로 전체 북·러 교역액은 71.9% 증가했다. 2013년 이후 러시아의 대북 수출액과 대북 교역액 모두 최고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가 북한에 수출하고 있는 품목의 내역이다. 지난달 초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은 러시아의 올해 1분기 대북 수출이 급증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수출하는 품목의 90.5%가 광물 연료와 석유 등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 속에서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셈이다. 이 품목들은 러시아 관세청이 붙이는 품목 번호가 '27XX'로 시작해서 '코드 27'로도 불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이달 중순 러시아 연방세관 자료를 분석해서 올해 1~4월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이 약 230만달러 규모에 이르러, 작년 같은 기간의 약 74만 달러와 비교할 때 200% 이상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러시아가 북한에 수출한 석유의 양도 4100t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600t보다 150% 이상 늘었다.

◇안보리 추가 제재 반대도 주도

러시아는 북한이 지난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표방한 신형 미사일 '화성-14형'을 발사한 뒤 논의되기 시작한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막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새로운 대북 결의에는 대북 원유 공급 제한, 북한의 해외 송출 노동자 고용 금지 등이 담겨 있다.

미국은 화성-14형 발사 직후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시동을 걸려고 했지만, 러시아는 "북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며 거부권(veto)을 행사해 규탄 성명 채택부터 무산시켰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반걸음 뒤에서 따르는 듯한 태도를 취해왔던 러시아가 요즘 들어서는 중국을 제치고 앞으로 나서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외신에서는 북한 미사일 개발의 원죄가 러시아에 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과 캐나다 등의 전문가를 인용해서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 기술력의 원천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중국 카네기·칭화센터 핵정책 프로그램의 자오퉁 연구원은 "화성-14형을 비롯한 북한의 모든 미사일은 수십 년 전 확보한 러시아제 구형 모델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워싱턴포스트(WP)도 마이클 엘먼 전 미 국방부 고문의 말을 인용해서 화성-14형 엔진에서 1960년대 소련의 RD-250 미사일 엔진과의 유사점이 여러 군데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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