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인간이 살 집은 어디?"
우주를 연상시키는 9개의 球
"우리 터전 언제 잃게 될지 몰라.. 오염 없이 인간이 살 방법 실험"
어두컴컴한 전시장에 크고 작은 구(球) 9개가 떴다. 달, 혹은 백자(白瓷)를 떠올리게 하는 순백색 물체들이 마치 '행성'을 연상케 한다. 그 사이를 거닐다 보면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르헨티나 출신 건축가이자 현대미술가인 토마스 사라세노(44)는 "구는 하늘을 떠다니는 미래의 집과 이동수단을 상징한다"고 했다.
지구온난화·석탄 연료 등 환경문제와 더불어 미래 인간이 거주하는 방식을 작품에 녹여내는 사라세노의 전시 '행성 그 사이의 우리'가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독일 슈테델슐레 대학에서 현대예술을 전공한 사라세노는 예술과 건축, 자연과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작품으로 세계 현대미술의 기대주로 떠오른 젊은 작가다. 이번 전시는 200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파리 그랑팔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이 주목한 사라세노의 작품 세계를 한국에서 감상할 첫 번째 기회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센터(NASA Center Ames)의 국제 스페이스 연구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바 있는 사라세노의 주된 관심사는 '미래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다. 지난 13일 광주에서 만난 그는 "'석탄 연료 대신 자연 에너지와 태양열을 사용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나의 작품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환경과 미래에 대한 관심은 우주로까지 확대됐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행성'들은 사라세노가 개발한 '에어로센(aerocene)'의 확장선이다. 에어로센이란 일종의 열기구로, 나사(NASA)와 프랑스 우주항공 단체 등과 협력해 만들었다. 배낭으로 된 키트(kit·조립용품 세트) 형식으로, 그 안에 공기를 주입하면 바람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사라세노는 2015년 미국 뉴멕시코 화이트샌드에서 성인 7명이 '에어로센'을 타고 2시간 15분 동안 날게 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작가는 "머지않아 사람이 풍선에 들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꿈꾸며 제안해본 새로운 '공기 지형학'"이라며 "화석연료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도 인간이 살 방법을 찾기 위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새 혹은 곤충이 우는 듯한 소리도 들린다. 나사의 도움을 받아 채집한 실제 '우주 소리'다. 이 소리는 전시장에 마련된 거미집에 살고 있는 거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진동에 반응하는 거미가 소리에 반응해 움직이며 집을 짓고, 그 움직임은 초고감도 마이크를 통해 다시 소리로 변한다. 작가는 "인간과 거미의 소통"이라고 표현했다. "미래에는 인간과 비인간적 생물체가 서로 소통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될 겁니다." 사라세노는 "우리의 터전은 언제 잃게 될지 모른다.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말고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5일까지. 1899-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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