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대박 실적' 자화자찬.. 내실 따져보니

김신영 기자 2017. 7.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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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금융사 상반기 순익 6兆 육박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변경 등 '일회용 호재' 적지 않아
수익구조 다각화 필요한데 은행 이자이익 쏠림은 심화

'지주 창립 이래 반기 기준 최대 실적'(신한금융지주), '분기 실적으로 처음으로 신한을 앞질렀다'(KB금융지주), '외환·하나은행 통합 이후 최대 실적'(하나금융지주)….

지난 20·21일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은행권 금융지주들은 올해 '장사'가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자랑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실적과 주가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리딩(1등) 금융사' 경쟁을 뜨겁게 벌이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순익이 30%·65%씩 늘었고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역시 외환·하나은행 통합(2015년 9월) 효과와 '민영화 원년' 등을 동력으로 내세우며 지난해보다 상반기 순익이 31%·46% 늘었다고 발표했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4대 금융회사가 반년 동안 6조원에 육박(5조8786억원)하는 순익을 낸 것은 한국 금융 역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이토록 좋은 실적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디지털·글로벌 시대에 맞는 체질 개선에서 비롯됐다기보다 단발성 요인이나 시장 환경 변화에 편승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지나치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 일회성 요인 적잖아

4대 금융회사 상반기 순익 중엔 이번에만 특수하게 발생한 '일회용 호재'가 적지 않았다. KB금융은 2분기만 놓고 보면 신한금융을 앞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2분기 순익 중 적잖은 비중이 지난해 사업이나 시장 환경 변화가 촉발한 단발성 수익원(源)이었다.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계열사(KB손해보험)로 편입하며 발생한 염가매수 차익(시장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사서 발생한 회계상 이익)이 회계상 올해 2분기에 잡혔고(1210억원), 모 건설회사의 부실했던 대출이 회수되는 등 대손충당금(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대출금을 회계상 '비용' 처리한 것) 환입도 650억원 이뤄졌다. 그 덕분에 2분기 순익(9901억원)이 1분기(8701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KB금융보다 순익이 많았던 신한금융은 상반기에 회계기준 변경으로 발생한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가 계속 영향을 줬다. 2분기에 신한금융은 신한카드에서 유난히 많은 순익(전년보다 78% 늘어난 6312억원)이 발생했는데 수수료·이자 등 카드업의 핵심 사업보다는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변경으로 분기에 발생한 이익 2645억원이 순익 증가의 핵심 요인이었다.

◇이자 이익 지나친 의존

금융지주회사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들은 이자 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자 이익은 예금 등을 받아서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줘 벌어들이는 은행업의 기본이지만, 한국의 은행은 이자 이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국 은행의 이자 이익 의존도(영업이익 중 이자 이익의 비율)는 대부분 80%가 넘어 이 비율이 50% 수준인 웰스파고·바클레이스 등 선진국 은행을 훨씬 웃돈다.

이자 이익 쏠림 현상은 올해 상반기 대부분 심화하는 모습이었다.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말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로 벌어들이는 돈은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은행들이 패키지 상품 등을 내세우며 금리를 낮게 주는 저금리성 예금(보통 연 0.1% 이하 금리를 주는 수시 입출식 예금)을 많이 늘린 것도 이자 이익을 늘어나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은 싸게 돈을 조달해서 많은 사람에게 전보다 비싼 이자를 받고 빌려준 셈이지만,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득 볼 일 별로 없이 은행에 돈을 맡기고 전보다 비싼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썼음을 뜻한다.

상반기 4대 은행(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지난 6월 말 저금리성 예금 잔액은 366조2850억원으로 2016년 6월 말보다 28조8890억원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이 은행들의 가계 대출 잔액이 20조3866억원이 증가하는 동시에, 연초 이후 은행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 한국은행 집계)가 약 0.05%포인트 상승하며 은행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그 결과 이 은행들의 이자 이익은 10~12%씩 증가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자 이익은 외부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변수"라며 "한국 은행들도 선진국 은행처럼 다양한 수익원을 찾아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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