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절반은 법인세 '제로'..국내 대기업만 들들 볶는다

윤원섭 2017. 7. 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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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 납부액 갈수록 줄고, 매출 1조넘는 15곳 전혀 안내
국내 기업은 상위 1%가 전체 법인세의 76% 부담
소득세도 상위 1%가 32% 내..근로자 46% 세금 한푼도 안내

◆ 가속폐달 밟는 증세 ◆

문재인정부가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초(超)대기업들만 상대로 증세를 하기로 결정하자 세금 납부 실적이 미미한 외국기업은 놔두고 상대적으로 조세 징수가 손쉬운 국내기업만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기업 가운데 무려 절반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국내 대기업만 '봉'으로 삼는다는 지적이다. 또 소득세도 면세자가 절반에 가깝고 주점 등 탈세가 많은 실정에서 고소득 근로소득자들에 대한 세 부담만 지나치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꼬박고박 법인세를 내고 있지만 외국기업들은 세금을 상대적으로 덜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외국기업이 낸 세금은 2012년 8조1186억원(3월 신고·납부 총부담세액 기준)에서 2015년 5조2688억원으로 2조8498억원 줄었다. 외국계 기업 법인세의 3분의 1가량(35.1%)이 3년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기업들이 낸 법인세가 45조원 선에서 제자리걸음한 것과 대조된다.

2013년 통계이기는 하지만 국내 진출 해외법인 9532개 중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인 곳은 4752개로 전체의 49.9%에 달했다. 매출액이 1조원이 넘으면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외국기업은 15곳이나 됐다. 게다가 한국 대기업들은 '내는 기업만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이다. 2015년 기준 상위 1% 법인이 낸 법인세는 전체 법인세수의 75.9%에 달했고, 상위 10%까지 범위를 넓히면 91.7%나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의 현 조세정책을 "세금을 많이 내는 법인에 대해 더 과세하고 안 내는 법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방관하는 역차별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시정 방안을 요구한다. 현 정부의 정책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개세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국 기업의 해외이전, 투자위축, 일자리 감소 등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외국기업 등 일부 기업들이 소득이 있어도 비과세나 감면 등을 받아 세금을 안 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예컨대 최저한세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한세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은 납부하게 만든 제도다.

법인세뿐만 아니라 소득세 역시 상위 1%가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상위 1%의 근로소득자가 낸 세금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32.6%를 차지했고, 상위 10%가 낸 세금은 75.9%나 됐다. 게다가 무려 근로자 절반(46.8%)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가 이른바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결정했지만 '개세주의'에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에 전문직 고소득자 등 세금 탈루가 공공연히 이뤄지는데, 이들에 대한 조세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세금 탈루 규모가 26조8394억원으로 당시 근로소득세 18조8000억원보다 많았다 .

한편 한국의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인 흐름과도 동떨어져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법인세를 낮춰서 경기활성화를 하는 추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3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 초반~25% 수준으로 낮추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다. 원안은 15%까지 낮추는 것이었는데 재정적자 우려로 조정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용 창출을 위해 법인세율을 현 33.3%에서 25%까지 내리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52%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지난해 20%로 만들었다. 이 덕분에 2014년 한 해 동안만 미국의 글로벌 기업 15곳을 영국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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