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절반은 법인세 '제로'..국내 대기업만 들들 볶는다
국내 기업은 상위 1%가 전체 법인세의 76% 부담
소득세도 상위 1%가 32% 내..근로자 46% 세금 한푼도 안내
◆ 가속폐달 밟는 증세 ◆
국내 대기업들은 꼬박고박 법인세를 내고 있지만 외국기업들은 세금을 상대적으로 덜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외국기업이 낸 세금은 2012년 8조1186억원(3월 신고·납부 총부담세액 기준)에서 2015년 5조2688억원으로 2조8498억원 줄었다. 외국계 기업 법인세의 3분의 1가량(35.1%)이 3년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기업들이 낸 법인세가 45조원 선에서 제자리걸음한 것과 대조된다.
2013년 통계이기는 하지만 국내 진출 해외법인 9532개 중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인 곳은 4752개로 전체의 49.9%에 달했다. 매출액이 1조원이 넘으면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외국기업은 15곳이나 됐다. 게다가 한국 대기업들은 '내는 기업만 세금을 더 내는' 상황이다. 2015년 기준 상위 1% 법인이 낸 법인세는 전체 법인세수의 75.9%에 달했고, 상위 10%까지 범위를 넓히면 91.7%나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의 현 조세정책을 "세금을 많이 내는 법인에 대해 더 과세하고 안 내는 법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방관하는 역차별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시정 방안을 요구한다. 현 정부의 정책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개세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국 기업의 해외이전, 투자위축, 일자리 감소 등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외국기업 등 일부 기업들이 소득이 있어도 비과세나 감면 등을 받아 세금을 안 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예컨대 최저한세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한세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은 납부하게 만든 제도다.
법인세뿐만 아니라 소득세 역시 상위 1%가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2015년 기준 상위 1%의 근로소득자가 낸 세금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32.6%를 차지했고, 상위 10%가 낸 세금은 75.9%나 됐다. 게다가 무려 근로자 절반(46.8%)이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가 이른바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결정했지만 '개세주의'에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되는 셈이다.
이에 전문직 고소득자 등 세금 탈루가 공공연히 이뤄지는데, 이들에 대한 조세 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세금 탈루 규모가 26조8394억원으로 당시 근로소득세 18조8000억원보다 많았다 .
한편 한국의 법인세 인상은 세계적인 흐름과도 동떨어져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법인세를 낮춰서 경기활성화를 하는 추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3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 초반~25% 수준으로 낮추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다. 원안은 15%까지 낮추는 것이었는데 재정적자 우려로 조정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용 창출을 위해 법인세율을 현 33.3%에서 25%까지 내리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52%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지난해 20%로 만들었다. 이 덕분에 2014년 한 해 동안만 미국의 글로벌 기업 15곳을 영국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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