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임대료 인상·가맹본사 구매 강요..'을·병' 등골 빠진다
편의점주 절반 "창업 후회..임금 더 뛰면 직원 내보내야"
◆ 580만 자영업자의 위기 ② ◆
그러나 24일 기자가 방문한 이 일대 상인들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경리단길 일대에서 5년간 양식점을 운영해온 구 모씨(57)는 "5년간 임차료가 두 배 이상 뛰었다"며 "더 이상 가게를 유지하기 힘들어져 다음달에 문을 닫는다. 일산 쪽에서 가게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씨는 "작년에 근방에 대기업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난 뒤에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10% 이상씩 올렸고 기존 상인들과 재계약을 꺼렸다"며 "장사는 건물 없이 할 게 못 된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네 자영업자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것은 비단 '고임금'뿐만이 아니다. 수년 동안 피땀 흘려 상권을 일궈놓으면 느닷없이 임차료를 인상하고, 건물수리·재건축 등 각종 이유를 들이대며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건물주들 횡포는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500개 영세 가맹점을 설문한 결과 경영애로 사항으로 불가항력적인 '경기침체'(57.2%) 외에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임차료'(15.8%)가 꼽혔다.
힘들게 새로 자리잡아 상권을 개척해도 '가시방석'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2016년, 2016~2017년 '제2의 경리단길'이라 불리며 상인들이 상권을 새로 개척한 서울 성수동의 경우 상가 임대료가 각각 1.57%와 4.88%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의 5~6배를 웃도는 상승률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랜차이즈 가맹 자영업자들은 본사 횡포라는 고질적 '갑질'에도 신음하고 있다.
이재학 남서울대 교수가 최근 S편의점에 가맹된 서울 소재 가맹점주 총 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 이상(55.6%)이 가맹점 창업에 대해 '잘못된 선택'이라고 답했다. 편의점 본부의 지원에 대해 만족하는 사항이 없다는 답변도 22%에 달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대해 가장 불만족인 사항으로 '24시간 영업 강요'(17.1%)를 꼽았다. 과도한 로열티 요구(15.8%), 일일 매출금 송금(14.5%), 과도한 위약금 요구(11.2%), 영업독점권 미인정(10.5%) 등에도 불만이 많았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문상철 씨는 "2011년 10년 동안 지속된 본사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던 중 '재계약을 하게 되면 리뉴얼 공사를 해야 한다'는 본사 측 요구에 수천만 원을 손해봤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맹 본사는 가맹 사업자 점포 환경에 드는 비용을 20% 이내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고 점포 확장이나 이전 시에는 40%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문씨는 공사비를 전혀 보상받지 못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최저임금 인상까지 발표하면서 점주와 종업원 간 '을·병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상당수 편의점 점주들은 임금이 더 오르면 알바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는 "정부가 임차료나 본사의 정책 등 업주가 예상 불가능한 리스크를 줄여주지 않는다면 결국 인건비를 놓고 '을'격인 영세업자와 '병'격인 종업원 간에 분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강래 기자 / 양연호 기자 / 박재영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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