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유대계 살해에 "테러냐 살인이냐" 논쟁..대통령도 가담

김혜지 기자 2017. 7. 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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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사회 "유대계여서 죽었다..왜 테러 아닌가"
마크롱도 "죽음 명백히 규명해야" 강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프랑스에서 3개월 전 발생한 유대계 살해 사건이 '테러란 무엇인가'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논란은 현지 검찰이 지난 4월4일 발생한 유대계 여성 사라 알리미(65) 살해 사건을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단순 살인으로 처리하면서 시작됐다.

유가족과 유대계 공동체는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알리미가 살해된 과정에서 드러난 반(反)유대주의 테러 정황을 검찰이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알리미는 사건 당일 파리 북동부 자택에서 혼자서 잠을 자던 도중 집에 침입한 말리계 프랑스 무슬림 코빌리 트라오레(27)에 의해 살해당했다. 트라오레는 알리미보다 한 층 아래에 살던 이웃이었는데, 알리미를 잔혹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주택 바깥으로 던진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목격한 이웃들에 따르면 트라오레는 범행 도중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는 아랍어) 또 '악마'를 지칭하는 아랍어를 외쳤다.

유대사회는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 신념에 기반해 피해자를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살해했다며, 그가 명백히 테러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테러 수사 개시 권한을 지닌 프랑수아 몰랭스 파리검사장은 아밀리 살해를 테러 혐의로 수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반유대주의 사건으로도 간주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유대 공동체는 술렁였다. 알리미 일가의 변호인이자 르피가로의 유명한 보수 평론가인 쥘스-윌리엄 골드나델은 검찰이 해당 살해 사건을 단순 범죄로 처리한 것은 "순전히 이데올로기적"이라면서 "살해 용의자인 트라오레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 면모를 갖추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에는) 스페이드를 스페이드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알리미 가족들을 더욱 분노케 한 배경에는 이번 사건보다 심각성이나 잔인성은 더 작지만 테러로 규정된 사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6월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시리아를 위해서다"라고 외치며 경찰을 망치로 내리친 한 남성은 테러 혐의를 받았다.

또 지난 4월 대선 하루 전 샹젤리제에서 한 경관을 죽인 남성과 3월 파리 공항에서 불발된 총격 사건의 경우 모두 테러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왜 알리미 살해만은 테러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를 미뤄봤을 때, 알리미 살해를 단순 살인으로 보는 것은 "프랑스가 반유대주의를 시인하기를 거부해 온 오랜 관례"를 방증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후 테러와 관련한 정치적이면서도 실존적인 논쟁이 촉발됐다. 과연 '테러'는 어떤 것이며 어떤 것이 '단순 살인'일까. 또한 테러를 결정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워싱턴포스트(WP)는 프랑스 현지법에 따르면 테러리즘이란 "공포와 위축을 조장함으로써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자" 개인적 또는 집단적 모의를 통해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전했다. 그러나 알리미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이 정의를 칼로 자르듯 깔끔하게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까지 나서서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16일 "사라 알리미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진상을 규명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의 의구심이 고조되자 사법당국 차원에서 더욱 자세한 설명과 해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옳은 결정을 한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장 샤를 브리사르 프랑스 테러분석센터 소장은 "종교적 신념에 기반해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면서 "테러는 프랑스 사회 질서를 교란하려는 일정 수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가족 측은 살해 용의자가 알리미의 시신을 바깥으로 던지고 큰소리를 치는 등, 살해 과정을 이웃들에게 노출하려 했다며 "사회 질서를 교란하려 했다"는 기준도 충족된다고 반박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4월 무참히 살해된 유대계 여성 사라 알리미. (유대계 매체 'the algemeiner' 갈무리) © News1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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