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야당 고립작전·상임위서 국지전..4당4색

김지은 입력 2017. 7. 24. 17:34 수정 2017. 7. 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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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6시, 여야 4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앞에 두고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실에 마주 앉았다.

2, 3 야당인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20석) 변수까지 겹치면서 정치함수는 더욱 복잡해졌고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4당 4색의 해법도 속출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을 여당의 '2중대 야당', 바른정당을 '3소대 야당'으로 몰아붙이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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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4당 체제 각당 전략

여야 주고받기식 협상 불가능

민주당 힘겨운 강온전략 유지

한국당 배제 전략 유효성 확인

한국당 “상임위서 법안 제동”

與와 호흡 국민의당ㆍ바른정당

존재감 확보 대가 정체성 위기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참여로 의사정족수를 채우게 돼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6시, 여야 4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앞에 두고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실에 마주 앉았다. 안행위 심의에서 도저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4당 간사와 정책위의장이 담판을 지으려 만났지만 역시나 실패였다. 2, 3야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쟁점마다 다른 짝을 이룬 탓이다.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합치는 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찬성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견을 냈다. 국민안전처 해체와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안전본부 설치를 두고는 민주당과 바른정당이 한 목소리를 냈고,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반대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아이고 못해먹겠다”며 혀를 내둘렀고 사흘 뒤 4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에서 민주당이 물관리 일원화를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원내 4당 체제가 만든 신풍속도의 한 장면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0석)이나 1야당인 자유한국당(107석)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의 주고 받기식 협상이 불가능해졌다. 2, 3 야당인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20석) 변수까지 겹치면서 정치함수는 더욱 복잡해졌고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4당 4색의 해법도 속출하고 있다.

복잡한 정치 여건에서 강온전략을 번갈아 구사해야 하는 민주당이 가장 힘겹다. 22일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정작 의원 수가 모자라 무산 위기에 처했을 때는 소수 야당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야당 시절엔 강성으로 꼽혔던 의원까지 우리 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뜰까 걱정해서인지 허리를 굽히며 ‘죄송하다’를 연발했다”고 생경한 풍경을 전했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한국당 고립 작전’이 통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안 협상할 때를 반추해 보면 뿌리가 같은 국민의당을 먼저 설득한 뒤, 바른정당에는 명분을 근거로 협조를 구하는 방식이 먹혔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1야당을 배제한 채 다른 야당과 협치 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고립작전에 한국당은 강경 노선을 더욱 뚜렷이 하며 야성을 키우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을 여당의 ‘2중대 야당’, 바른정당을 ‘3소대 야당’으로 몰아붙이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내비쳤다. 한국당은 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주요 상임위에서 제동을 거는 ‘국지전’도 불사할 태도다. 원내2당인 한국당은 법제사법위를 비롯해 운영위, 기획재정위, 정무위, 안전행정위, 정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위원장을 확보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여당이 1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며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진 인사와 달리 법안은 상임위에서 막히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당과 호흡을 맞추면서 존재감을 확보했지만 야당으로서 정체성 확립이라는 숙제에 직면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민주당으로부터는 ‘오락가락 행보’, 한국당으로부터는 ‘여당 2중대’라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협조할 건 협조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한 바른정당도 위상 찾기가 고민이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결과적으로는 여당과 뜻을 같이 하게 되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바른정당의 차별성과 노선을 부각시키고 설득할 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뒤 산회에 앞서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 26명이 불참해 의사정족수가 미달돼 추경안 처리가 지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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