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감시' 받는 HNA그룹, 美 이어 中은행 돈줄도 끊겨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당국의 '돈줄 감시' 명단에 오른 하이난항공(HNA)그룹이 중국 은행에서도 잇따라 신규 대출을 중단 당한 데 따라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HNA그룹과 거래하는 은행들 가운데 3개 은행이 잇따라 신규 대출을 중단했으며 그 시기는 각각 연초, 2개월 전, 최근이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또 다른 은행도 지난 수개월에 걸쳐 HNA그룹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을 조정하고 크레디트라인(신용 공여)의 한도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들 4개 은행은 2015년에 HNA그룹에 크레디트 라인을 제공한 8개 대형 은행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NA그룹이 2015년 당시에 제출한 회사채 발행 계획서에는 중국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공상은행, 민생은행, 교통은행이 크레디트라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한 소식통은 4개 은행 가운데 한 은행은 HNA그룹의 담보 능력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중순 현재의 공시 자료에 의하면 HNA그룹은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와 도이체방크의 지분을 포함해 모두 15개 상장사의 주식 240억 달러를 담보로 제시한 것으로 돼 있다.

하이난성의 지방항공사로 출발했던 HNA그룹은 2010년 첫 해외 M&A에 나선 이후 갈수록 덩치를 불려와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M&A 계약만도 400억 달러를 넘는다.

하지만 M&A가 지속되면서 부채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HNA가 밝힌 지난 연말 현재의 부채는 4천937억 위안(730억 달러)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천725억 위안(250억 달러)이며 은행들이 제공하는 크레디 라인은 6천110억 위안으로 돼 있다. 크레디트 라인의 40%는 사용치 않았다는 것이 HNA그룹 측의 설명이다.

HNA그룹은 자사의 재정 여건은 견조하다는 입장이다. 그룹 측은 2016회계연도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7년 연속 줄어들었고 "단 하나의 자금 조달처에 의존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업에 의한 강력한 현금 흐름, 광범위한 은행들로부터 확보한 크레디트라인이 있는 데다 다수의 상장 계열사들을 통한 주식 시장 접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가 HNA그룹은 물론 푸싱, 다렌 완다 그룹 등의 공격적인 해외 M&A가 금융 시스템에 미칠 리스크에 대한 평가 작업을 벌이기 이전에 은행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들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투자은행 업무 부서에 HNA그룹의 높은 부채 수준과 불투명한 소유 구조를 이유로 거래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고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 등은 HNA그룹을 상대로 한 M&A 자문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역외 자회사인 HNA그룹 인터내셔널이 발행한 2018년 만기 달러화 회사채의 수익률은 지난 21일 12.6%로 치솟았다. 지난 4월의 수익률은 5.4%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장에서 HNA그룹에 대해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올해 상환 만기를 맞는 HNA그룹의 회사채와 대출금은 최소 19억9천만 달러에 이르고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24억5천만 달러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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