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이과 사라지고 통합교육..인문학·코딩 능력 함께 중요

2017. 7. 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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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직업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코딩 교육과 인문학 강화가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아이패드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인문계 출신 취업 불안 가중
이과 전공은 유리할까?
미래에 유용할 직업적 능력은
문제 발견과 복합적 해결 능력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구직에 유망한 대학 전공이 무엇일지 관심이 높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문송’(문과라 죄송합니다)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이고 대학에서는 인문계 학과의 명칭을 바꾸거나 통폐합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발전은 관련 기술에 대한 산업과 교육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의 알파고 충격은 학생들의 대학과 대학원 학과 선택에서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 통계 등에 대한 높은 선호로 나타나고 있다. 인문계 전공을 생각했던 학생들도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과 주변 이야기에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흔하다. 10~20년 뒤 현재 직업의 절반가량이 자동화·기계화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인문계는 더 불안하고, 이공계 전공과 직업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인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적 대응은 대립하는 두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딩과 과학기술 교육 확대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은 내년부터 중학교를 시작으로 의무화되고, 2019년엔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사교육을 통해 코딩을 선행학습 시키려는 학부모도 있을 정도다. 국내만이 아니라 영국 핀란드 에스토니아 미국 등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미래에는 과학과 기술 관련 지식이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육계보다 정보기술 산업 분야에서 스템 위주로의 교육 재편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오늘날 교양과목 중 미래에 유용한 내용은 거의 없다”며 디지털 경제에서 스템 분야만이 효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교육 분야에 적극적 기부를 하는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도 스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뒤 100만달러의 상금도 스템 교육 지원 등에 기부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와 국내 주요기업에서 전문인력 수요가 높은 분야는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사물인터넷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정보기술 분야다.

인문학 가치의 부상

인문학 전공이 취업에서 불리한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최근 새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신호(7-8월호)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인문학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인문학의 가치가 중요해진다는 내용을 주제로 올해 미국에서 발간된 <더 퍼지 앤드 더 테키>(인문학 전공자와 공학 전공자)라는 책을 소개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인 스콧 하틀리가 쓴 이 책은 ‘왜 인문학이 디지털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틀리는 스템 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교육을 직업적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직업과 연계된 각 분야의 전문지식은 기술 발달과 지식 증가에 따라 유효성이 갈수록 단축되고 자동화와 컴퓨터화로 대체되고 있다. 정보화시대는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의 보유능력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중요해진다. 지난해 11월 인문주간 강연을 위해 방한한 윌리엄 애덤스 미국 인문학기금 이사장은 “이공계 기술은 입사 때 높은 평가를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된다”며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방한한 미국의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는 한국이 지나치게 과학·공학에 집착한다며 인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역설했다.

통합교육의 목적

교육 현장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2018학년도부터 도입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 과정으로 바뀐다는 것과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가 뼈대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사라지고, 통합과학·통합사회를 배우고 과목별 심화전공을 학습한다. 문과·이과 분리 교육의 폐지는 특정한 직무·직업에서 요구되는 분야별 지식 위주의 교육이 더는 유용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직무가 컴퓨터와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미래에는 기계에 손쉽게 대체될 지식과 기술의 학습보다 새로운 문제의 발견과 그에 대한 해결능력이 중요해진다. 취업난과 미래 직업에 대한 불안은 학생과 학부모들로 하여금 문과와 이과 가운데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 게 더 고용 안정성이 높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래에는 모든 직무 분야에서 복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며 학교에서도 낡은 문과·이과 분리 교육을 포기했다.

코딩과 인문학 교육의 가치는 미래 사회에서 효용성이 커질 새로운 지식과 기능 습득이라기보다 기존의 교과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한 문제 발견과 복합적 해결능력이다. 코딩 교육의 지향점도 프로그램 언어를 배워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력이어야 한다. 특정 직무 수행을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다. 코딩 능력은 결국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인데, 이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핵심으로 한다. 문과·이과 중 유망한 전공에 대한 고민 대신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접근법을 융합한 복합적 문제해결능력을 함양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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