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아이들' 귀환 앞두고 고민 깊어가는 유럽

2017. 7.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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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세뇌교육에 망가진 아이들 위한 정책 마련 시급"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근거지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락까 등에서 패퇴하면서 부모를 따라 IS 치하에서 지내던 아이들의 귀환을 앞두고 유럽 각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IS 치하에서 극단주의 사상에 물든 아이들이 유럽 본국으로 돌아와 평범한 아이로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유럽 난민에 관한 저서를 쓴 작가 샬럿 맥도널드-깁슨은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제 곧 유럽연합(EU) 각국의 공통된 문제가 될 한 아이의 사례를 소개했다.

서유럽의 한 국가에서 태어난 9살짜리 소년은 부모를 따라 IS 치하에서 2년간 생활하다 지난해 초 고향으로 돌아와 등교한 첫날 동급생을 공격하고 바로 격리됐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부터 교육을 받다가 동맹군으로부터 구출돼 피란민 캠프로 이송된 어린이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이의 눈에 비친 또래 친구들은 죽어 마땅한 이교도였고 아이는 IS 학교에서 훈련받은 대로 이교도를 공격했다.

아이가 2년을 보낸 모술과 락까의 IS 학교에서는 이교도를 몇 번이나 채찍질했는지로 아이들에게 숫자 세는 법을 가르쳤고 참수 현장을 참관하는 게 정규 수업 과정의 하나였다.

아이들을 미래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키우는 게 유일한 교육 목표였던 IS 학교에서는 아이를 잔혹하고 극단적이며 심한 혼란에 빠진 어린 소년으로 만들었다.

아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엄마는 IS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아이는 자신이 증오해야 할 대상으로 배웠던, 그래서 아무것도,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곳에 갑자기 내던져진 셈이다.

2012년 이래 유럽에서는 5천여명의 남녀와 아이들이 IS에 합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 IS의 패퇴로 이들의 귀환이 임박해지면서 이 아이처럼 '망가진' 수많은 아이가 대거 귀국길에 오를 테지만 각국 정부는 단기적인 안보 문제에만 몰두할 뿐, 이런 아이들의 재교육에는 충분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맥도널드-깁슨은 지적했다.

이 아이의 심리 상담을 맡았던 다니엘 쾰러 조지 워싱턴대 연구원은 "그 아이는 자신이 악한 사람들에 둘러싸였다고 느꼈다"고 당시 아이의 심리 상태를 전했다.

그는 "이런 아이들은 (IS 치하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는 불타고 고문을 받게 될 것이다, 이교도를 죽이지 않으면 네가 지옥에 떨어질 것이고 네 엄마가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돼왔다"며 "그것은 지속적인 정신적 고문"이라고 설명했다.

IS 장악 지역에는 유럽 국적 아이들 수백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IS는 피임을 금해 IS에 가담한 유럽 국적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를 출산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쿠르드계 독일인 심리학자 얀 키질한은 독일로 이주한 이라크 소년병과 야지디족 난민 소년들의 치료를 담당하면서 IS의 세뇌교육이 아이들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목격했다.

IS에 징집당한 소년들은 강간, 고문, 살인을 목격했고 어떤 경우에는 직접 가담하도록 강요당하기도 했다고 그는 전했다.

키질한 박사는 "가장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이들의 공격성"이라며 "IS는 그들의 공감능력이 최저 상태가 되도록 훈련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아이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하려면 최소 2년가량은 매일 사회복지사와 심리치료사, 교사와 다른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각국 정부의 걱정은 이런 아이들의 안정이 아니라 IS 가담자들의 귀환에 따른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맥도널드-깁슨은 지적했다.

그는 돌아온 'IS의 아이들'을 맞이하려면 각국 정책이 IS에 가담한 그들의 가족을 적대시하기보다는 아이들의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교 첫날 친구를 공격했던 9살짜리 아이는 귀국한 뒤부터 할아버지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안정을 되찾고 또래 아이들처럼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1년간의 지속적인 감독 끝에 학교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맥도널드-깁슨은 "이 소년 같은 아이들은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들이고 국제법상 그렇게 인정되지만, IS와의 전쟁에 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이런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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