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리장성' 넘다 지쳐 회군하는 미국 IT기업들

이기준 입력 2017. 7.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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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도 중국 당국이 차단
링크드인 중국 진출 이끈 CEO는 실적 부진으로 사임
전문가 "美 IT기업들은 더이상 중국 시장에 기대 안 해"
모바일 메시지 앱인 '왓츠앱'이 설치된 스마트폰 화면. [AP=연합뉴스]
페이스북,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등 전 세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손을 쓰지 못하는 시장이 한 곳 있다. 바로 중국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인 중국 진출을 겨냥해왔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점차 중국을 향한 손길을 거두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 진출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불과 지난 한 달 사이에도 수 차례의 좌절을 겪었다. 지난 18일 페이스북이 소유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이 중국 정부로부터 차단 당해 영상과 사진 콘텐트를 주고받을 수 없게 됐다. 이로써 페이스북은 2009년 페이스북, 2014년 인스타그램에 이어 왓츠앱까지도 중국 시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중앙포토]
지난달 말엔 구인구직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중국 진출을 이끌어왔던 데릭 쉔 링크드인 중국법인 사장이 사임을 발표했다. 링크드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도 중국 시장의 전망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후임 인선 계획도 없는 상태다. 링크드인은 지난 2014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쉔의 사임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 열망이 사그라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링크드인은 쉔의 주도 하에 의욕적으로 중국 사업을 개시했다. 검열을 거부했다가 중국 내 서비스를 차단 당한 페이스북, 구글과 달리 링크드인은 사업을 위해 당국의 검열도 허용하겠다고 발표해 수많은 미국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폰 시장과 날로 증가하는 부유층에 이끌려 거의 모든 미국 IT기업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지금까지 존재감을 남긴 기업은 애플, IBM, 인텔 등 극소수였다." - NYT 그러나 검열이라는 '굴욕'을 받아들였음에도 링크드인의 실적은 신통찮았다.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모델을 적용하는 링크드인의 전략이 중국에선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에 e메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미국의 문화는 모바일 메시지 앱으로 주로 소통하는 중국 문화와 맞지 않았다. 셴은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모바일 앱 '치투'를 새로 개발했지만 이는 중국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기존 모바일 메시지 앱과의 경쟁에서 밀려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링크드인의 사례는 중국 진출을 조심스레 타진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또 한 차례 경종을 울릴 전망이다. 정부 검열의 장벽을 넘고 현지화를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낮다는 사실이 링크드인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NYT는 "최대 규모 스마트폰 시장과 날로 증가하는 부유층에 이끌려 거의 모든 미국 IT기업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지금까지 존재감을 남긴 기업은 애플, IBM, 인텔 등 극소수였다"며 실리콘밸리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했다. 컨설팅업체 APCO의 제임스 맥그리거 중국부문 회장은 "미국의 IT 대기업들은 더 이상 중국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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