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해외로 '효도 관광' 갔다가 병원비 수천만 원 날벼락 - ①

송인호 기자 2017. 7. 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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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휴가철을 맞아 인천공항이 해외여행객들로 북새통입니다. 휴가철뿐만 아니라 설, 추석 등 긴 연휴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외국으로 여행 가는 일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1,052만여 명이 국내를 빠져나가 지난해 기준 출국자수 2,230만명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외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들뜬 기분에 준비 없이 외국에 나갔다가 사고나 질병으로 현지 병원에서 수천~수억원을 지출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6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국적기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일본의 온천도시에서 출발한 국적기에는 일반 탑승객뿐만 아니라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70대 응급환자 A씨도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가족과 함께 온천여행을 갔다가 뇌동맥파열로 현지병원에서 10시간 넘는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고국에 돌아온 겁니다. 이 환자가 현지 병원에 입원한 기간은 열흘 남짓. 함께 간 가족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습니다.

A씨의 아들인 B씨는 일본 현지 병원에서 퇴원 수속을 밟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그나마 단체 패키지여행으로 현지 가이드가 통역을 해줘서 병원과 소통은 원활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불어나는 병원비가 걱정이었습니다. 하루에 자그만치 4백만원이나 불어나 열흘새 수술입원비가 4천만원에 육박했던 겁니다.

카드로 2천만원을 계산하니 한도를 초과해 결국 다른 가족을 일본으로 불러 카드와 현금으로 나머지 금액을 지불했습니다. 패키지 관광에 자동으로 여행자 보험에 든 사실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패키지 여행의 단체 보험은 상해 3백만원 밖에 보장을 안 해주는 저가 보험이었던 겁니다.

아들 B씨는 여행자보험이 무용지물이란걸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지 병원에서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 퇴원시킬 수 없다고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측은 고의로 퇴원을 지연시키는 게 아니라 위중한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내보내면 모든 책임은 자신들이 져야한다며 환자의 상태가 안정될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B씨는 애가 탔습니다. 아버지를 살려야하지만 매일 수백만원씩 병원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영사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가까스로 한국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과 연락이 닿아 고국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B씨는 현지 병원의 퇴원 승낙을 받기 까지 이렇게 피말리는 작업일 줄을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B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를 비행기에 태울 수 있다는 승인이 떨어져도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앰뷸런스가 공항에 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비행기 좌석 확보까지 모든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병원에 수술이 끝나도 이런 절차를 밟는데까지 일주일 가량 걸렸습니다. 특히 비행기 좌석확보도 힘들었습니다. 이동식 침대에 탄 환자를 비행기에 태우려면 좌석 6개를 예약해 그곳에 환자를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파견된 응급이송팀의 비용도 모두 환자 부담이었건 겁니다. 이 비용만 천만원 가량 소요됐습니다. 수술입원비까지 합하면 5천만원을 쓴겁니다.

그나마 일본으로 여행간 환자 A씨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일본은 의료수준도 높고, 한국의 응급이송팀과 소통도 원활해 환자를 이송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또, 국적기가 운항하는 지역이라 좌석확보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 퇴원조차 못하고 로컬 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입원한 경우 병원비로 집한 채를 날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수 있습니다. 중국 병원은 입원비를 선불로 받는데 수천만원을 먼저 입금하라고 한 뒤 며칠 뒤 또다시 예치금을 입금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병원비를 썼는지 잘 알려주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서 응급 이송팀이 가도 환자를 쉽게 퇴원시켜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중국 병원과 싸우기도 하고, 환자 가족들은 한국의 의료진을 보고 억울함과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해외 응급환자를 이송한 경험이 풍부한 순천향대 부천병원의 김호중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자신에게 사고나 질병으로 현지에서 입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며 “직항이 없는 지역에서 중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경우 경비행기를 빌리기도 하는데 이 비용만 2억2천만원 든 경우도 봤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진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와 올 상반기 외국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국내로 응급이송된 건수만 159건에 달했습니다. 국적기 이외의 다른 항공사 케이스와 선박 이송은 집계에서 빠졌기 때문에 응급환자 이송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외 여행객들이 해마다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런 통계조차 잡을 수 없는 게 우리의 의료 현실인 겁니다. 다음 취재파일에서는 외국여행갈 때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해외로 효도 관광 갔다가 '아차'…현지 병원 치료비 날벼락

송인호 기자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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