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피디들 "세월호·노조·국정원·사드는 금기어였다"

입력 2017. 7. 24. 13:56 수정 2017. 7. 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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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피디 10명 제작 거부
2013년부터 제작자율성 침해 17건 공개
"간부진이 대화 요청하면 업무 복귀할 것"

[한겨레]

김현기 <문화방송> 피디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각자의 이름이 적힌 손피켓을 든 동료들 사이에 서서 '피디수첩' 피디들의 제작중단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간부들의 아이템 묵살로 제작 거부에 나선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일선 피디들이 “(‘비선의료’ 관련 방송에) 박근혜 대통령 얼굴 사진을 많이 쓰지 마라”, “(세월호) 유가족 우는 장면을 삭제하라” 등 2013년 이후 제작자율성을 침해받은 사례들을 공개했다. 피디들은 “‘세월호’, ‘노동조합’, ‘국정원', ‘사드’ 등 피디수첩 안에는 금기어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24일 오전 피디수첩 피디 10명은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전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8월1일치 방송 아이템 발제가 비합리적인 이유로 묵살됐다”며 이날 오후 6시부터 제작 거부를 시작했다. (▶관련기사 : ‘한상균 아이템 묵살…피디수첩 피디들 제작거부 선언’)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회사 쪽은 즉각 입장문을 발표했다. 회사 쪽은 ‘한상균 아이템’을 통과시키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한상균 위원장 관련 아이템은 제목이 무엇이든 (민주노총의) ‘청부 아이템’”이라며 “방송 제작을 결코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디들은 “프로그램을 너무나 만들고 싶어하는 피디들을, 도저히 스스로의 양심을 저버릴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회사 쪽”이라며 “우리는 지금이라도 회사 쪽이 아이템 제작에 대한 논의를 원한다면, 제작 거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방 사태와 징계를 각오하면서까지 제작 거부에 들어가기 전에 간부진과 숱하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합리적인 대화를 거부당했고, 지난 수년 동안 피디들의 제작자율성 침해 사건이 계속 누적되어온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먼저 피디들은 ‘한상균 아이템’과 관련해, 간부진이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분을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음에도 기획 단계에서 비합리적인 이유로 ‘원천 봉쇄’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상균 아이템’의 취지는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아이템이 최근 불거진 국회의원의 노동자 비하 발언, 집배원 자살,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버스기사 문제, 최저임금 인상 논의 등에 따라 시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조창호 시사제작국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방송심의규정 제9조 4항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해당 아이템을 거부했다. 피디들은 간부진에게 “한 사람의 피디로서 양심과 상식에 근거해서 해당 사안에 얽힌 다양한 시각을 공정하게 다루겠다. 제작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시사를 통해 내부 의견을 수렴해 합의된 방송본을 만들겠다”고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제작진은 또 ‘이해당사자’라서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관련해, 최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에서 고용노동부의 문화방송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다룬 사실을 알리기도 했지만, 간부진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이해당사자’라서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관련해, 최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에서 고용노동부의 문화방송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다룬 사실을 알리기도 했지만, 간부진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송일준 문화방송 피디협회장은 “터질 게 터졌다. (2012년 파업 이후) 밖에서 볼 때는 피디수첩 피디들이 무력해보이기도 하고 ‘저런 방송 하려고 견디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최악의 방송’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을 유지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노력해왔다.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디수첩 피디들은 기자회견에서 “프로그램이 취재, 제작되기도 전에 회사 쪽은 방송이 한상균 위원장의 ‘구명’을 요구하는 내용이 될 것이며 심지어 피디수첩이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가 될 것’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제작진에 대한 모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13년부터 제작자율성이 침해된 대표사례 17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례를 보면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2015년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2016년 두산 명예퇴직 △2016년 4대강 녹조 △2017년 ‘일본군 위안부’ 등의 아이템이 모두 불허됐다. 주로 박근혜 정권에 ‘불편한’ 의제에 해당한다.

간부진에 문제를 제기한 피디들은 다른 부서로 즉각 전보되는 사례도 많았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을 다루지 못하는 데 항의한 피디 2명은 비제작부서로 전출됐고, 2014년 ‘구멍난 해외자원개발, 사라진 나랏돈 2조원’ 편을 방송한 피디도 방송 직후 비제작부서로 전출돼 스케이트장 관리를 맡아야 했다.

이에 대해 문화방송 회사 쪽은 “회사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곧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제작진이 공개한 제작자율성 침해 대표 사례들*피디수첩 제작진이 24일 공개한 자료를 일부만 다듬어 전문 공개합니다. 1. 2013년 3월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아이템 - “시청률 안 나온다”며 불허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는 2013년 초, 진주의료원에 대한 폐업을 결정했다. 진주의료원은 당시 저소득 환자를 매년 3만 명 이상 치료해 온 공공병원으로, 공공의료시설을 재정적자를 이유로 폐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논란이 되었다. 해당 아이템을 취재하겠다고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당시 시사제작국장은 “지방에 있는 병원 하나가 문 닫는 일에 누가 관심이 있겠냐? 노인네들이 병원에서 나가는 방송 해봤자 시청률 안 나온다”며 아이템을 불허했다. 이에 문제 제기를 했던 담당 PD 2명이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다. 2. 2014년 4월 <세월호> -“유가족 우는 장면을 삭제하라” 세월호 침몰 6일째가 되던 2014년 4월22일, 세월호 방송을 몇 시간 앞두고 최종 편집에 몰두하던 당시 제작진에게 이해할 수 없는 지시가 내려왔다. “유가족이 우는 장면을 최대한 삭제하라”는 지시였다. 제작진은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이 우는 걸 빼라면 어떡합니까?”라며 저항했지만 팀장 지시 이후 몇 장면이 삭제되었다. 이후 3년 동안 시사제작국장들은 세월호를 다루겠다는 PD들의 기획을 모두 막아섰다. 3. 2014년 10월 14일 <구멍난 해외자원개발, 사라진 나랏돈 2조원> -방송 뒤 담당 PD를 스케이트장으로 전출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방송이었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후 담당PD들에 대한 부당한 조치들이 있었다. 당시 담당PD 중 한 명은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났으며 그곳에서 2년 반 동안 스케이트장 홍보 및 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 PD는 2년 간의 법정싸움 끝에 대법원의 ‘전보 무효’ 판결을 받고 2017년 4월에야 복귀했다. 해당 방송을 함께 연출했던 또 다른 PD는 당시 인사평가가 포함된 기간에 ‘창사기념 프로그램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인사고과에서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이후 하위 점수를 받은 사원들과 함께 몇 주간에 걸쳐 사내 교육을 받았다. 4. 2015년 7월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 국정원이 이탈리아의 인터넷 감시프로그램 제작 업체인 '해킹팀'에게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건이 있었다. 국정원이 대북용이 아닌 민간인을 사찰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해당 아이템은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됐다. 국정원을 다루는 것은 팀의 안위를 위해 좋을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5. 2015년 11월 <교과서 국정화> -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불허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 쟁점은 무엇인지 아이템을 기획했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되었다. 해당 아이템을 냈던 담당PD는 PD수첩에 발령 받은 지 두 달이 안 되었지만 곧 다른 프로그램으로 발령받아 나갔다. 6. 2015년 12월 8일 <세금체납, 안내는 것인가 못내는 것인가> - 일부 인사 취재 부분 삭제 지시 고액 세금체납 문제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이슈를 다룬 해당 방송 제작 당시, 국장은 고액 세금 탈루 인사 중 한 사람의 취재 부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학계의 의견을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피디의 ‘성향’을 알겠다”며 피디를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발언을 하였다. 7. 2015년 12월 <백남기 농민 관련 취재> - “백분토론에서 방송 하니 PD수첩에서 할 필요 없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사용한 물대포를 맞고 뇌출혈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템을 발제했을 때, 같은 시사제작국 프로그램인 “백분토론에서 민중총궐기 당시의 이슈들을 점검할 예정이니 굳이 PD수첩에서 다룰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백분토론 제목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대한 내용이 아닌 ‘복면시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8. 2016년 1월 <두산 명예퇴직 관련 취재> - “일개 회사의 구조조정에 아무도 관심 없어” 아이템 불허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전 직원의 20%에 달하는 직원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감축했다. 당시 PD들은 오너의 무리한 인수합병 부작용으로 발생한 회사의 위기를 사원들에게 떠넘기는 대기업의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해당 아이템을 발제하고 사전 취재에 나섰다. 희망퇴직 대상자와 대기발령 대상자가 된 직원들을 어렵게 설득해 섭외에 성공하고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당시 국장은 별 이유를 말하지 않고 아이템을 불허했다. 당시 팀장 부재로 피디들이 국장을 면담해 아이템 불허 이유를 묻자 “2주 후 쯤 되면 일개 회사의 구조조정에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이미 사회적으로 박용만 회장 등의 구조조정 결정이 크게 비판받는 상황임에도, “기업 경영이 어려우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경영진 일방의 발언도 서슴없이 나왔다.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게 담겠다는 피디들의 설득에도 아이템은 끝내 거부되었다. 9. 2016년 2월 16일 <캄보디아 우물의 비밀> 방송 - 일부 내용 삭제 요구 해외 원조시의 미비한 사전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캄보디아 우물의 비밀> 편. 해당 방송을 시사한 후 당시 국장은 무상원조를 관리하는 기관인 ‘코이카’ 관련 취재 부분을 본인의 명령이라며 전부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그 내용이 삭제되면 방송 분량이 부족해진다는 제작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국 4분가량이 삭제됐다. 당시 코이카는 대전MBC(사장 이진숙)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0. 2016년 5월 <4대강 녹조> 관련 아이템 불허 다가올 여름에 4대강 녹조현상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과 장마 때의 홍수조절 효과의 유효성 등을 점검하기 위한 아이템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국장은 “본인이 잘 아는 기상학자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올해는 비가 많이 올 예정으로 녹조현상도 줄어들 것”이라며 해당 아이템 진행을 막았다. 11. 2016년 7월 - 8.15특집 준비하던 PD에게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주의 학자들과 인터뷰 하라’ 주문 8.15 특집아이템을 준비하던 팀에게 국장은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다. 국장은 이례적으로 기획안까지 직접 써서 해당 회 차 PD에게 건넸는데 제목은 ‘3.1운동과 대한민국 탄생’이었다. 3.1운동이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역할을 했다는 내용으로 방송을 만들 것을 주문했으며,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기획안에 적힌 인터뷰해야 할 전문가 목록이었다. 이승만을 재평가하자는 자유주의 사학자(이주영), 국정교과서 집필진(김명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역사학자(김용직), 막말 논란을 일으킨 역사학자(유영익) 등 모두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었다. 12. 2016년 12월 20일 <국정농단의 숨은 배후, 김기춘과 우병우> - 간첩조작사건 대폭 축소 요구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이 하나둘씩 밝혀지던 시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었던 김기춘, 우병우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김기춘의 경우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으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조작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국장은 방송 전체 내용에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김기춘의 간첩조작사건 부분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간첩으로 몰려 수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의 고통스런 증언들이 있었으나 상당 부분 삭제되어 방송되었다. 13. 2017년 1월 10일 <최초증언! ‘김영재 실’의 비밀> “박 대통령 얼굴 많이 쓰지 말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의료 시술에 대해 주요 정황을 포착해 방송했다. 해당 방송을 준비할 당시 방송에 박 대통령 얼굴 사진을 많이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14. 2017년 2월 <위안부와 소녀상> - 위안부 아이템 두 번 연속 불허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협정이 있었다. 일본정부의 사과 없이 ‘최종적’, ‘불가역적’협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한일위안부협정에 대한 아이템을 기획했으나 국장은 별다른 이유 없이 불허됐다. 2017년 2월, 부산동구청 소녀상 철거사건을 계기로 위안부 합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기획했으나 국장은 “길게 다룰 아이템이 아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 하기로 했으니 PD수첩까지 할 필요 없다”며 불허했다. 15. 2017년 2월 21일 <탄핵, 불붙은 여론전쟁> 탄핵정국이 한창일 때, 탄핵반대쪽의 일부 참석자들은 금품을 받고 집회에 참석했다. 탄핵반대집회에는 ‘계엄령을 발포하라’라는 과격한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태극기봉으로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찌르거나 구타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런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자 국장은 내용이 전반적으로 편향되었다며 크게 화를 냈고 “이대로는 방송 불가”라고 말했다. 당시 탄핵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 ‘찬성’ 여론이 시종일관 압도적인 수준으로 높았으나 국장은 찬반입장의 기계적 중립을 요구했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내용이 수정되었고, 방송하는 당일 날 아침 두 번째 시사를 받았다. 16. 2017년 4월 <세월호, 101분의 기록> - “‘청와대’를 삭제하라”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야 세월호를 취재할 수 있게 되었다. <세월호, 101분의 기록> 편이다. 그러나 이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검열은 이어졌다. 시사제작국장은 ‘국가’와 ‘청와대’라는 말을 삭제하라 지시했다. 내레이션에서 ‘국가’를 삭제하라고 압박하며 시사제작국장은 ‘제작진이나 국민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국가 탓만 해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세월호 사고 직후 국가안보실과 해경 본청과의 통화 내용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국가안보실이 청와대 소속이 확실하냐’고 물으며 청와대를 뺄 것을 집요하게 강요했다. 17. 2017년 7월 11일 <4대강, 22조는 어디로> - “살아있는 권력 좀 물어 뜯어라” 국장은 사대강 사업의 장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부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과 이낙연 총리의 예를 들며 정치적 논리로 사대강 사업을 방어하려했다. “박원순 시장도 보 철거 안했다, 이낙연 총리도 인정했다”. 국장은 또한 시사 중 “죽은 권력 좀 그만 물어뜯고 살아 있는 권력 좀 물어뜯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해당 방송을 하면서 국장과 언쟁을 벌였던 담당PD는 <4대강> 방송 직후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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