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짜리 드론의 '힘'..1명이 하루종일 할 농삿일 1시간만 '뚝딱'

윤희일 선임기자 2017. 7. 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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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1일 오후 1시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배추밭. 고랭지 배추가 자라고 있는 밭 위로 드론(무인소형비행기) 1대가 떠올랐다. 이 드론은 하늘을 부드럽게 날아다니면서 배추의 생육상태를 살폈다.

“일부 지역의 배추에서 석회결핍증과 무름병이 발생했군요. 호우와 폭염이 교차하면서 일부 배추의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드론을 조종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직원 김두진씨는 드론이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영상을 보면서 배추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바로 확인했다.

일본의 논 위에서 벼의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드론. 닛케이BP 웹사이트 화면

드론을 통해 배추밭의 상황을 확인한 김씨는 촬영된 영상 중 중요 부분을 뽑아 파일형태로 저장했다. 앞으로 촬영되는 영상과 대조해가면서 배추의 출하 상황을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드론이 촬영한 동영상은 향후 배추 수급관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드론은 이제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생육상황 확인 작업의 주역이 됐다. 그동안 사람이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작황을 확인했지만, 넓은 현장을 모두 둘러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강원도 등 지형이 험한 지역의 경우는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곳도 많다. 하지만 ‘단돈’ 150만원짜리 드론은 고랭지 배추밭 등 곳곳을 누비면서 사람들의 수작업을 대신해 주고 있다.

드론은 이날 약 1시간 정도 비행을 하는 동안 3만3000㎡에 이르는 밭의 배추 생육상태를 확인했다. 사람이 했다면 한 명이 하루종일 돌아다녔어도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드론이 우리 농사일에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일반화돼 가고 있는 농약 살포는 물론 작황확인·파종·관개까지 농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배추 등의 작물을 심은 이후부터 출하할 때까지 전반의 생육상황을 파악하고 모니터링하는 ‘포전관리’에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기인 드론을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드론을 이용하면 확인 작업의 효율성은 물론 정확성까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공사 측은 밝혔다.

일본에서는 해충이 밀집한 구역을 찾아낸 뒤 농약(살충제)을 집중적으로 뿌리는 능력을 가진 드론도 개발됐다. 일본 사가(佐賀)현의 사가대학이 개발한 드론은 적외선과 열카메라 등을 활용해 해충 등의 벌레가 몰려있는 장소를 찾아낸 뒤 그곳에 농약을 집중 투하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드론은 또 야간에 비행하면서 야행성 해충을 찾아낸 뒤 구제하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가장 광범위하게 이용될 분야로 농업 분야를 꼽는다. 2016년 세계시장에 판매된 드론의 절반 가량인 46%가 농업용으로 추정된다는 자료가 나온 바 있다. 국제무인비행시스템협회는 앞으로 상업용 드론 시장의 80%는 농업용 드론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드론이 파종은 물론 토양·농경지 조사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양의 상태를 파악해낸 뒤 종자를 뿌리는 방법을 바꾸는 등의 시도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작물의 생장상태나 논·밭의 수분 함유 정도 등을 예측한 뒤 물대기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공사 관계자는 “1차 산업인 농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드론 등의 새로운 기기와 기술을 적극 활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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