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열전] 클라우드 퍼스트로 위기의 MS를 구하다, 사티아 나델라

강일용 입력 2017. 7. 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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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일용 기자] 실리콘밸리에서 인도 출신 개발자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 개발자부터 중간 관리자까지 인도 출신 개발자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심지어 내로라하는 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기도 하다.

구글의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 어도비의 최고경영자 샨타누 나라옌, 글로벌 파운더리의 최고경영자 산자이 자, 하만의 최고경영자 디네시 팔리왈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인도 출신 개발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도 이러한 인도 출신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이다.

사티아 나델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

CEO에 오르기까지

나델라는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의 뒤를 잇는 MS의 3번째 CEO다. CEO로선 3번째이지만, 세대 구분을 따르면 2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스티브 발머는 MS 초기 시절에 합류한 창립 멤버이기 때문. 나델라가 CEO로 부임하자 시장은 비로소 MS가 진정한 세대 교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나델라는 196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났고, 인도 망갈로르 대학 부속 마니팔 공과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유학길에 오른 나델라는 미국 위스콘신-밀워키 대학에서 전산학 석사를 받았고, 시카고 대학 MBA(경영학 석사)를 이수했다.

대학 졸업 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잠깐 일하다가 1992년 MS에 합류했다. 처음엔 윈도NT를 제작하는 부서에서 일했고, 2001년 스티브 발머가 전두 지휘하던 MS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부에 개발 책임자로 배치됐다. 2006년 이 사업부의 총괄 관리자로 승진했다. 이어 2008년 검색, 광고 부서에 배치돼 인터넷 검색엔진 빙(Bing)을 시장에 안착 시켰고, 2011년 엔터프라이즈(기업 서버) 사업부로 이동했다. MS가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사업부를 통합함에 따라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담당 수석 부사장을 겸하게 됐다.

나델라는 MS의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를 이끌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MS 오피스(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등)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긴 '오피스365'와 기업용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운영체제 '윈도 서버 2012' 출시를 주도했다. 세일즈포스, 오라클 JD에드워즈, SAP B1 등을 견제하기 위해 다이나믹스 CRM/ERP를 '다이나믹스 CRM/ERP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 등과 경쟁하기 위해 자사의 윈도우 전용 퍼블릭 클라우드 '윈도 애저(Windows Azure)'를 모든 운영체제 기반의 퍼블릭 클라우드 '애저(Azure)'로 전환했다.

그의 주도하에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는 크게 성장했다. 2012년에는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의 매출이 기존 MS의 먹거리였던 윈도 사업부를 뛰어넘었다. 2013년에는 203억 달러 매출을 기록해 200억 매출을 돌파했다. 이 모든 성장을 나델라가 이끌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나델라는 모바일 사업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의 뒤를 이어 2014년 2월 마침내 MS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일개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을 거쳐 최고경영자가 된다는 모든 직장인의 꿈을 이뤄낸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를 '빅5'의 일원으로 이끌다

나델라가 CEO에 취임한 당시 MS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주력 시장이었던 PC 시장은 침체되고 있었고, IT 업계의 흐름인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PC, 모바일 운영체제 등)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때 전 세계 IT 시장을 호령했던 MS는 모바일 시장 성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IT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한 때 700조 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은 2010년에는 250조 원까지 줄어들었다.

나델라는 기업의 슬로건을 ‘클라우드 퍼스트’로 선언하고 B2C 시장보다 B2B 시장에 집중하며 재기의 기회를 엿보기로 결정했다.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모바일 및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은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IT 시장은 B2C의 경우 모바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B2B의 경우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었다. 때문에 전사의 모든 역량을 클라우드 관련 신 기술을 개발하고, 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나델라의 노력이 결국 결실을 거뒀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MS는 인프라 서비스 부문에서 아마존에 이어 2위, 인프라,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 집계한 부문에선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나델라가 CEO에 오르고 3년 동안 MS의 주가는 60% 이상 상승했다. 결국 2017년 1월 MS의 시가총액은 5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다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57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 구글(알파벳), MS, 아마존, 페이스북 등으로 구성된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5인방 가운데 3위 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에게 밀려 조금 빛이 바랬지만) MS에게 과거 시총 700조 원을 보유했던 시절에 이어 제 2의 전성기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나델라와 MS의 성과를 두고 "윈도우만이 전부였던 MS가 클라우드를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임자들과 180도 다른 파트너 리더십

나델라는 경쟁사를 제거해 세상을 독점하려 했던 전임자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와 180도 다른 파트너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이야 자선 활동과 기부 등의 선행을 하는 위인이 되었지만, 과거 빌 게이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했던 것으로 악명 높았다. 이러한 빌 게이츠의 경영 철학은 스티브 발머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발머는 애플, 구글, 리눅스 연합 등을 MS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연히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비즈니스를 진행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나델라는 달랐다. 나델라가 CEO에 취임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MS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용 MS 오피스 앱을 발표했다. 애플 맥OS에 한 세대 떨어지는 MS 오피스만 성의없게 공급해왔던 과거와 180도 달라진 행보다.

이어 2016년에는 “마이크로소프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Microsoft Love Linux)”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모든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실제로 애저 내의 가상머신의 30% 이상이 리눅스와 관련 오픈소스로 구동될 정도로 MS의 리눅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었다.

물론 모바일을 구글과 애플, 서버와 오픈소스를 리눅스가 장악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보이는 행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 기업의 수장이 자사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자사의 모든 서비스를 모든 플랫폼에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현재 나델라가 지휘하는 MS는 애플, 리눅스 연합에 자사 플랫폼 못지 않은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구글과의 관계는 여전히 과거 앙숙 사이에서 조금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나델라의 목표는 인공지능과 비즈니스 업계 장악

나델라의 비전은 무엇일까? MS가 인공지능과 기업 비즈니스 업계를 장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행보도 차근차근 밟고 있다.

나델라는 2017년 자체 개발자컨퍼런스 빌드 2017에서 ‘인텔리전스 클라우드(지능형 클라우드)’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인텔리전스 클라우드란 인공지능과 결합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의미한다. 클라우드를 통해 모든 기업과 사용자에게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MS가 기업의 체질을 인공지능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운영체제 > 문서도구 > 클라우드에 이은 4번째 변화다. 실제로 MS는 50개가 넘는 인공지능 관련 기술(API)을 공개하고, 인공지능 관련 특허 출원 전 세계 1위(2위인 구글의 2배)를 차지하는 등 기업의 체질을 소프트웨어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로 바꾸기 위한 행보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나델라의 고향인 인도 뱅갈로르 지방 등 전 세계 5군데에 위치한 MS 리서치팀에선 6000명에 이르는 연구 인력이 투입되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경쟁사를 능가하는 인력을 투입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MS 레드몬드 리서치 센터

<MS 레드몬드 리서치센터>

나델라는 지난 2016년 6월 262억 달러에 세계 최대의 구인구직 SNS ‘링크트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는 ERP(전사자원관리), CRM(고객관리), 파이낸스(재무관리), 스마트팩토리(공장관리), SCM(물류관리) 등 기업 비즈니스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했지만, 유독 제공하지 못하는 분야가 하나 있었다. 바로 기업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 구인관리다.

나델라와 MS는 이러한 구인관리를 소프트웨어보다 서비스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구인구직 서비스 링크트인을 인수한 것. 링크트인을 인수한 후 이를 MS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에 연결해, 기업이 모든 비즈니스 활동을 MS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라클, SAP 등 기존의 경쟁사 뿐만 아니라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등 새로운 경쟁사를 제치고 기업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나델라의 어록

MS의 CEO에 오른 이후 나델라는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비즈니스 리더 100인에 선정됨에 따라 그가 한 말도 자연스레 조명을 받고 있다. 그의 발언을 통해 그가 어떤 비즈니스 철학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 업계(IT)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혁신만을 존중할 뿐입니다.” - CEO 취임 후 첫 날 MS 전 직원에게 보낸 서신

“열정을 가지고 담대해지세요. 그리고 배움의 끈을 놓지 마세요. 배움을 멈추는 순간 생산적인 활동도 같이 멈추게 됩니다.” - 인도의 신문 데칸 크로니클 인터뷰

“MS에 SQL 서버 개발자(온프레미스 시스템, 과거의 유산)는 없습니다. 애저(클라우드 서비스, 미래의 먹거리) 개발자만 있습니다.” - 포브스 인터뷰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 와이어드 인터뷰

”기업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참고 견뎌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의 정신입니다.” -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터뷰

나델라의 삶과 경영 철학은 담은 첫 번째 자서전은 올해 가을 전 세계에 출판될 예정이다. 자서전으로 얻는 모든 수익은 전 세계 비영리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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