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u23] 대표팀 멘트로 정리하는 베트남 열흘

정재은 입력 2017. 7. 24. 11: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정재은(호치민)]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이 끝났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2 대표팀은 2승 1무를 거두며 I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타이틀이 걸린 것도,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 굵직한 대회 진출 여부가 가려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한국 축구가 가진 위상을 고려했을 때, 본선 진출 여부에 따른 파장이 크다. 한국은 어떤 과정을 겪으며 이 대회에 임했을까? <포포투>가 선수들의 말로 베트남에서 보낸 열흘을 정리했다.

# 소집: “처음엔 뭉치기 어려웠다”

U-22 대표팀은 한 마디로 ‘급조된 팀’이다. U-20 월드컵 출신, 대표팀과 연이 닿지 않던 프로 선수, 태극마크를 처음 단 선수 등 각양각색 23인이 모였다. 파주NFC에 모이기 하루 전날 소집 소식을 들은 선수도 있다.

‘원팀’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소집 초기에는 U-20 대표팀 출신과 비출신으로 나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정정용 감독은 이런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두현석과 황인범을 각각 주장, 부주장으로 정했다.

이진현이 설명했다. “형들도 모르는 게 많았을 거다. 경험은 우리가 더 있으니까 모르는 것들 알려주고 배려해줘 형들이 얼른 적응할 수 있었다.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며 팀이 조금씩 하나가 되는 걸 느꼈다.”

# 동티모르전: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2차전, 한국은 동티모르와 득점없이 0-0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의 본선 진출 가능성이 작아졌다. 홈팀 베트남이 4-0으로 이겼다는 사실이 더해지며 U-22 대표팀을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선수단은 기사와 댓글을 통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매서운 시선들을 접했다.

김신환 동티모르 감독은 경기 후 “동티모르와 비긴 게 한국에 좋은 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차전(마카오) 10-0 대승을 거둔 후 동티모르를 안이하게 생각했을 한국의 마음가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당시 풀타임 소화했던 이상민은 “한국 축구가 동티모르라는 팀에 비긴 것 자체가 있어선 안 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헌은 “욕먹을 만 했다”고 털어놨다.

# 3차전 준비: “비기면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2차전의 아쉬움에 빠져있을 틈이 없었다. 이틀 후 3차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황인범은 “무엇보다 멘탈을 다잡는 게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훈련장 출발 시간을 늦춰가며 길게 미팅을 가졌다. 그때 대표팀은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진현이 전했다.

“우리가 동티모르에 이겼다면 베트남전 때 방심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반대로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3차전을 준비했다.” 동티모르와의 무승부를 두고 “가장 큰 실수와 잘못”이라 설명한 이상헌은 “그 경기에서 다득점으로 이겼다면 오늘(베트남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비기면서 더 집중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베트남전: “어려운 승리였다”

본선 진출권이 걸린 베트남전, 한국은 2-1로 승리했다. 베트남 일간지 <탄 니엔>의 티우 바오 기자는 한국의 승리를 두고 “역시 한국이다. 아시아 최고의 레벨(Top level)에 있는 팀이 맞다. 특히 한국의 골키퍼가 준비를 철저하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베트남 관중은 한국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쯔엉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 한국 U-23 대표팀 정말 강하더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한국은 오늘 정말 잘했다.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대표팀은 아쉽다. 이상헌은 “더 많은 골이 나올 수 있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진현은 “어려운 승리”라고 표현했다.

# 교훈 : “잘하고 있을 때 더 잘해야 한다”

마카오전이 끝나고 정 감독은 ‘경기 운영’ 능력에 관해 말했다. “대승을 거둔 후 그 분위기를 이어 다시 한 번 승리해야 한다. ‘아, 이렇게 준비하니 또 승리할 수 있구나’라고 선수들이 생각하며 배운다. 몸소 습득해야 하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이 팀에 그런 걸 심어주려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연승을 통한 배움은 없었다. 하지만 연승하지 못한 ‘이유’는 알았다. 이상민은 “상대가 누구든 한결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떤 팀이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고 자신이 얻은 교훈을 말했다. “우리가 잘하고 있을 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할 수 있던 대회였다. 값진 경험이었다.”

태극마크를 처음 단 박성부는 “살면서 자주 오지 않는 기회다. 빠른 경기 템포를 비롯해 소속팀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배워간다”고 전했다.

사진=포포투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