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뚝 떨어지는 '눈중풍' 오면 뇌경색 위험 높아져

이민영 2017. 7. 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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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시력 떨어지는 망막동막폐쇄
환자 10명 중 1명 1년 내 뇌경색 발병
환자 절반 이상, 뇌경색 부르는 고혈압 같이 앓아
분당서울대병원 한문구·우세준 교수 연구 결과
망막동맥폐쇄 조기 치료해야 뇌혈관질환 예방
갑자기 시력이 뚝 떨어지는 망막동맥폐쇄가 발생하면 뇌경색이 올 확률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러스트=김회룡]
눈의 시각세포가 모여 있는 망막에서 동맥이 막히거나 파열돼 시력이 뚝 떨어지는 '망막동맥폐쇄' 환자 중 10%에서는 1년 내 뇌경색이 발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이 질환이 나타난 환자의 절반 이상은 뇌경색을 일으키는 주요 질병인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한문구(신경과)·우세준(안과) 교수 연구팀은 '망막동맥폐쇄에 따른 뇌 질환 발생'에 관한 연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망막동맥폐쇄 환자에서는 10명 중 1명꼴로 1년 내 뇌경색이 왔다. 뇌경색의 57%는 시력을 잃고 난 뒤 한 달 내에 발생했다. 망막동맥폐쇄가 오면 뇌혈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다.

망막 혈관엔 동맥과 정맥이 있다. 망막동맥은 시각세포에 산소·영양분을 공급한다. 망막동맥이 막히면 망막 신경세포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세포가 파괴되면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점 때문에 망막동맥폐쇄는 '눈중풍'으로도 불린다.

연구팀은 2003년 9월~2013년 6월, 급성 망막동맥폐쇄로 분당서울대병원에 온 환자 151명에게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MRA)을 비롯한 영상검사와 혈관성 위험인자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151명 중 87명(58%)이 고혈압을, 35명(23%)이 당뇨병을, 35명(23%)이 고지혈증을 앓고 있었다.

이들 질병은 뇌경색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이기도 하다. 망막동맥폐쇄 환자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심장질환 등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가 많으므로 뇌혈관 건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151명 중 16명(10.6%)은 망막동맥폐쇄가 발생하기 전에 뇌졸중과 일시적인 허혈발작을 경험했다. 허혈발작은 혈액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생긴 뇌졸중 증상인데 24시간 이내에 회복된다. 망막동맥폐쇄 환자 중 40%는 대뇌혈관동맥경화증이 있었다. 이들에서 뇌졸중 같은 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4배 이상 높았다. 망막동맥폐쇄 환자 중에서도 대뇌혈관동맥경화증을 가진 환자는 시력 소실 후 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망막동맥폐쇄 환자 중 10%가량은 이전에 뇌졸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강일구]
국내에서 망막동맥폐쇄에 따른 시력 소실 환자는 10만명당 2명 꼴이다. 80세 이상에서는 인구 1만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그간 여러 연구에서 뇌경색이 발생하면 시력이 뚝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망막동맥폐쇄의 원인과 그에 따른 뇌경색 발생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 한문구 교수는 “망막혈관을 막히게 하는 질환이 고혈압·당뇨로 뇌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와 동일하다. 갑자기 한쪽 눈의 시력이 떨어졌을 때 제때 망막동맥폐쇄로 진단받고 일찍 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의 뇌경색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최신호에 실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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