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 시대 준비하자]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판매원들의 눈물

심민관 기자 2017. 7. 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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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통신사, 단말기 제조업체의 경쟁을 촉진시키면 가계 통신비는 줄어든다. 이를 위해 ‘고비용 저효율'의 휴대전화 유통 시장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선비즈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판매를 분리하는 ‘자급제 시대 준비하자'를 시리즈를 통해 통신 유통 구조의 개선책과 자급제 연착륙 방안을 두루 모색한다. [편집자주]

연합뉴스 제공

최근 기자는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이동통신 판매점과 대리점 등을 돌며 직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들었다. 놀랍게도 2년 이상 일한 직원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1년 남짓 경력자들 뿐이었다.

대리점 판매원 박모씨는 “우리가 돈을 잘 번다고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전이나 좋았지, 지금은 한달에 200만원도 못 번다”며 “아침 9시30분에 출근해 밤 9시30분에 퇴근하는데, 사생활을 챙길 시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리점 판매원 송모씨는 “대리점들이 영업이 잘 안돼 오픈 2년만에 폐점하는 곳이 많다”며 “오픈 초기 2년간은 이동통신사로부터 정착을 위한 지원금을 받지만 2년이 넘어서면 지원이 끊겨 판매원을 해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판매점 사장인 김모씨는 “한달에 10대 팔기도 힘들어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하다”며 “좀 가르쳐서 쓸만하면 월급을 많이 주는 직영점으로 스카웃 돼서 가버린다”고 말했다.

◆ 연봉 3000만원 버는 사장님 한숨만… “완전자급제 되면 다 문 닫아야”

서울 서대문구에서 판매점을 운영중인 박모 사장은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그는 연일 쏟아져 나오는 완전자급제 뉴스를 보며 한숨만 늘어간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통신비 절감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국회와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자, 이에 대해 전국 대리점과 판매점을 대표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 종사자들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제조사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간 유통구조가 무너지고, 결국엔, 이동통신 유통업에 종사하는 판매원들이 대량 실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단말기 자급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받는 판매 장려금과 수수료가 줄거나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요 수익원이 줄면서 중소 유통점 2만5000여개가 경영난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는 가입자를 유치하고 전국 유통망을 유지하느라 매년 7조~8조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이중,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단말기 지원금을 제외하면 판매장려금은 3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서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 대형유통점과 이통사 직영점을 제외한 일반 판매점과 이통사 대리점에 제공되는 판매장려금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전국에 위치한 일반 판매점은 16000여개, 이통사 대리점은 9000여개로 총 2만5000여개의 유통점이 2조원의 이통사 판매장려금을 통해 운영되는 구조다.

노충관 전국이동통신협회 사무총장은 “이통사 판매장려금을 전체 유통점 개수로 나누면 평균적으로 한 유통점 당 연간 8000만원이 제공되는데,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점포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빼면 판매점 사장이 연간 3000만원도 벌지 못할 수도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이동통신 판매점 내부 전경 / 심민관 기자

이어 그는 “자급제가 뿌리내린 미국과 유럽조차도 완전자급제가 아닌데 중소 유통점들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이를 추진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잠시 일하다 떠나는 경우 다반사…“더이상 양질의 일자리 아니야”

서울 강남일대 대리점 판매원 김모씨는 “일한 지 6개월 차인데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는 판단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강도를 견뎌야 하지만 돈은 그만큼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판매원들도 경력을 쌓아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된 이통사 직영점 정규직으로 가거나, 다른 업종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판매점과 대리점에서 종사하는 판매원들은 일반적으로 점주로부터 기본급을 제공받고, 휴대폰 판매 대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받는다. 보통 100만~150만원의 기본급과 별도 인센티브가 월급이다. 인센티브는 휴대폰 1대를 팔았을 때 이통사로부터 받는 판매장려금을 점주와 비율을 정해 나눠갖는 것을 말한다.

이날 만난 판매원들은 “단통법 이전에는 이통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활발해 판매장려금이 지금보다 많아 판매점들의 호황기였다”며 “그때는 월급으로 500만원 이상 버는 사람들도 많았고 근속연수도 길었다”고 입을 모았다.

단통법은 어디서 휴대폰을 개통하든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하도록 강제한 법이다. 이 법 시행 후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없어지면서 이통사 간 마케팅 경쟁이 완화됐고 판매장려금도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동일한 보조금이 책정되자 판매점보다는 직영점과 대형유통점을 더 선호하게 됐다.

박선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시장활성화특위 위원장은 “단통법 이전에는 이통사가 판매점에 보다 많은 판매장려금을 뿌렸기 때문에 직영점 보다 판매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보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판매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급제가 도입되면 단통법 도입과는 차원이 다른 악재가 돼 대량 실직 사태로 번질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홍대일대 판매점 판매원은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한대 팔면 30~40만원 떨어지던 장려금이 15~30만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고 판매 대수도 한달에 10대를 넘기기가 어려워졌다”며 “비정규직에 낮은 페이를 견디며 2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이통사 대리점도 마찬가지였다. 판매점은 이통3사 모두와 계약을 맺고 이통3사로부터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업무를 대행하지만 이통사 대리점은 하나의 이통사와만 계약을 맺고 그 이통사의 업무를 대리한다. 통신료 납부나 부가서비스 관리 등 이통사 업무를 처리하지만 판매점은 오직 판매업무만 처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대리점은 이통사로부터 일정부분 지원을 받는데, 특히 개업 후 2년간 정착을 위한 특별한 재정적 지원이 제공된다.

보통 대리점을 신규로 개업할 경우 정착 지원금 때문에 2년간 영업이 유지는 되지만 2년이 넘으면 지원이 끊겨 폐점하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완전자급제 도입 후 판매원들 일자리 어떻게 되나

서울시내 한 이동통신 대리점 내부 전경 / 심민관 기자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채용확대를 통해 휴대폰 판매원을 고용하거나 판매점에 외주를 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제조사 입장에선 판매채널 확보를 위해 판매점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고, 일부 인원이 제조사에 취업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기존 판매원들의 일자리가 보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조사가 일부 인원을 흡수하거나 위탁을 줄수는 있겠지만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충관 사무총장은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가 분리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복잡한 요금 계산이나 결합 서비스 등에 대한 부가 설명이 필요없는 단순판매 서비스로 기존업무가 변경되고, 결국엔 판매원 숫자가 많을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완전자급제가 실시되더라도 이통사들이 통신서비스 판매를 위해 일부 이동통신 판매점과 대리점을 유지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이동통신 직영점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전국에 직영점 숫자는 1500여개에 불과하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완전자급제가 시행돼 판매점과 대리점들이 문을 닫을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것은 이통사가 될 것”이라며 “직영점 숫자가 적기 때문에 통신서비스 가입에 불편을 느낀 소비자들의 항의가 쇄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엔 이통사가 판매점과 대리점을 살릴 방안을 찾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점 일자리 축소 문제와 자급제 도입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과다한 숫자의 판매점 숫자가 조정되는 건 어쩔수 없다고 본다”며 “현재 고도화 된 유통망이 잔존하면 비용감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휴대폰 유통을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한지가 더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가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정책이 자급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통사는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유통사 대리점에 막대한 지원금을 주는 일도 줄 수 밖에 없다. 고비용 저효율의 휴대전화 유통 구조 개선과 가계 통신 요금 절감은 동전의 앞뒷면인 것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휴대전화 유통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가계 통신비 절감 정책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 대리점 점주와 직원들을 집중 취재 후 정책의 정교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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