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되니..호황 속 가려졌던 편의점의 민낯

양종곤 기자 입력 2017. 7. 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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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외형, 사상 최대로 성장..점주들 곳곳서 '비명'
점포 난립 우려는 줄곧 제기..공정위, 편의점도 조사하나
16일 서울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 속 매장과 인물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17.7.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자 편의점 산업은 줄곧 호황으로 평가받고 점주(가맹점 포함)는 불황을 외치는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화려한 '외형 지표'만에 매달려 점포 난립, 수익 구조와 같은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등한시한 것 아닌가란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편의점 산업은 문재인 정부가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처럼 불공정 거래 관행이 있었는지 본격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사각지대'다.

◇두 자릿수 성장세…한달 점포 매출 5430만원?

2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와 민간이 발표한 지표와 평가상으로는 편의점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호황을 이어갈 게 유력했다. 이에 따라 점주도 큰 수익을 버는 것처럼 여겨졌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산업 지표를 보면 편의점당 하루 평균 매출액은 2014년 157만9000원에서 2015년 181만1000원으로 14.7% 증가했다. 한 달(30일) 기준으로 보면 5430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상 첫 이 시장 규모는 20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편의점 수도 처음으로 3만곳(3만2611개)을 돌파했다.

정부 지표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의 '경제총조사 확정결과'를 보면 2015년말 기준 편의점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지만 평균 4억2970만원으로 조사됐다. 커피전문점(1억6120만원), 프랜차이즈 치킨점(1억3580만원)을 3배 웃도는 수치다.

산업의 호황은 추세적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 매출이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1.9% 역성장한 백화점을 비롯해 기업형 슈퍼마켓(3.4%), 대형마트(1.6%)를 압도했다.

연도별로 보면 편의점의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014년 8.3%, 2015년 26.5%, 지난해 18.1% 증가했다. 이처럼 두 자릿수 성장을 극적으로 이어온 오프라인 업태는 몇년간 없었다. 당시 산업부 관계자는 "수입맥주와 도시락 프로모션으로 식품군의 매출이 16.3% 올랐고 점포수도 14.5%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 스스로도 산업의 성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유통 규제와 저상장 여건에도 불구 오프라인 업태 중 편의점만이 성장세를 보인다"며 "1~2인가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짧은 거리, 소량구매 패턴이 늘면서 편의점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점포 난립해 최저임금도 못 번다"…공정위 조사 트리거?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공개되면서 완전하게 얼어붙었다.

최저임금 인상 결정 직후 언론사와 인터뷰하는 점주들은 모두 "인건비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영업이 힘들어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미 영업이 어렵다"고 전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점주별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개하지 않았던 매출 구조와 수입 규모를 알리기 시작했는데 경영 유지가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미 '점주가 최저임금도 못 번다'는 말이 언론을 통해 최근 업계를 대변하는 말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상당수 점포가 내년 최저임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인지, 언젠가 터질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노출된 것인지, 일부 편의점주의 하소연인 것인지 편의점 산업에 대한 정확한 접근이 어려워진 분위기가 짙다.

이견이 크지 않은 분석은 업계에서 점포 난립 문제를 시한폭탄처럼 여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점포가 늘면서 잠재 수익원인 편의점당 인구 수가 매년 줄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업의 성장성이 점포 증가세 보다 높아 당분간 난립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확정되자 점포 난립의 근본적인 약점이 노출됐다. 편의점 수가 많을수록 점포별 매출 격차, 상황이 제각각인 게 당연한 결과다. 지표들도 허수로 볼 요소가 많다. 점주 입장에서는 재료 구입비,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를 제외한 순수익이 중요하다. 점포 수가 늘어 전체 산업 매출이 늘어나는 상황은 무의미할 수 있다. 또 지표상으로 점포 평균 종업원은 5~7명이지만 '대부분 편의점은 점주 포함 상시근로자가 2~4명'이라는 게 협회의 추정이다.

그동안 점주들은 본사가 무리한 사업 확대로 점포 포화를 만든 책임이 있다며 화살을 돌렸지만 힘을 얻지 못했다. 사실상 법이 느슨해 이 상황을 제한하지 못했다. 편의점은 브랜드만 동일하지 않다면 다른 점포에서 도보로 250m 이내에만 출점하지 않으면 된다. 최근에서야 국회에서 보완 입법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거래 문제가 불거지자 공정위가 편의점에 대한 조사도 해야한다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본사가 가맹점을 유치하면서 약속한 '기대수익'이 과장광고가 아니었는지, 본사의 점포 확장이나 관리 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없었는지 등이 공정위가 들여다볼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돼 결국 경영이 어려워진 점주가 폐업한다면 그 자리를 다시 '돈 있는 다른 점주'가 이어받으면 된다"며 "이 산업은 본사가 호황을 누릴 수 있고 점주는 수익을 걱정해야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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