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범위' 대체 어디까지..하투(夏鬪) 새 뇌관 '우려'

서명훈 기자,박기락 기자 2017. 7. 2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금 도미노 인상 피하려면 기본급 항목 조정 불가피, 사측 요구에 노조 '우리가 왜?'
기형적 임금체계, 노사정 '공동책임'인데 기업 부담만↑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 재벌개혁법, 제조업발전 특별법, 노조파괴 금지법 입법 쟁취 금속노조 투쟁 문화제에서 금속노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명훈 기자,박기락 기자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본급 조정 문제가 하반기 임금협상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이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올 하투(夏鬪)가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등 경제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도미노’를 막기 위해 하반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기본급 항목 조정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연봉 3000~4000만원 수준의 직원까지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 움직임이 있지만 불발됐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노조에 기본급 항목 조정을 요청해 놓은 회사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기본급 조정 왜?… 하반기 임단협 새 뇌관

이같은 논란은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기준으로 올해 보다 16.4%오른 7530원으로 정해지면서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157만원 수준이다. 결국 기본급이 여기에 못 미치는 경우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인상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대기업인 A사의 신입직원 초봉은 월 309만원이다. 월별 법정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나눌 경우 시급 1만4785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의 2배 수준이다. 하지만 월급 가운데 최저임금 계산시 포함되는 기본급과 월 고정수당은 각각 141만원과 6만원에 그친다. 최저임금법에 적용되는 월급은 147만원이고, 시급으로는 7033원 수준.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기본급이나 고정수당을 시간당 500원, 월 10만4500원 인상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 1000곳의 임금구성과 상여금 지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임금총액 가운데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57.3%에 그쳤다. 고정상여금(11.8%)과 통상적 수당(9.8%), 초과근로수당(8.7%) 등 각종 상여금과 수당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최저임금 계산시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또는 수당’이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월급의 약 70%만 최저임금으로 계산되는 셈이다. 이같은 도미노 인상을 막으려면 각종 수당을 폐지하는 대신 기본급을 높이는 것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속이 타 들어가는 사측과는 달리 노조는 느긋한 입장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기본급이 일제히 인상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경총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사측이 기본급 조정을 요구할 경우 노조가 파업 요인으로 들고 나올 가능성 충분히 있다”며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 조정이 필요한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노조가 강경한 자세로 나올 경우 협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초과근무수당·퇴직금은 또 어쩌나… 통상임금 고민까지

법개정이나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수당이나 일부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기본급이 높아지면 통상임금이 늘어나 각종 수당과 퇴직금 또한 인상되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항목 조정을 통해 기본급이 늘어나면 수당과 퇴직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통상임금 판결로 수당과 퇴직금은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중부담을 피하려면 항목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초과근무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1.5배~2배 수준에서 결정된다. 퇴직금 역시 1년마다 1개월 평균임금이 쌓이는 구조다.

기본급 항목 조정은 통상임금 문제와도 얽혀 있다. 과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이 되지 않았지만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C사 관계자는 “최저임금이나 통상임금 문제 모두 기본급이 적고 각종 수당이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에서 출발한다”며 “기형적인 임금체계는 정부와 기업, 노조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인데 기업에게 그 부담이 모두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80‧90년대에 정부는 급격한 임금인상을 막기 위해 ‘임금교섭지도지침’을 발표했다. 임금교섭지도지침에는 그해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이 포함돼 있었다.

결국 기업들은 기본급 인상률은 지침을 지키면서 각종 수당을 만들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응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결국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항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업 역시 초과근무수당이나 퇴직금 부담이 늘어나는 기본급 인상 대신 수당 신설을 선호한 측면이 강하다.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도 ‘남의 나라’ 얘기일 공산이 크다. 그동안 수당으로 지급하던 것을 기본급으로 조정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mhsuh@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