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년된 칼리파大 ..세계 드론·로봇 핫스폿 되다

아부다비(UAE)=류준영 기자 2017. 7. 2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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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몰아치는 혁신폭풍-(下)中東의 미래 '칼리파대학'을 가다

[편집자주]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이 오일머니 부국(富國)에서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중심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탈(脫)석유국을 외치며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만 쓰는 청정 스마트시티를 짓는 한편, 전 국토의 90%가 사막인 땅에 ICT(정보통신기술) 허브가 조성되고 있다. 이곳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IT기업들을 몰려들고 있다. 새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른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 신성장 산업 발굴이 당면과제인 우리나라에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않다. 머니투데이는 탄소 제로 도시 `마스다르시티‘, 제2의 실리콘밸리 ’인터넷시티‘, 드론(무인기)·로봇 연구 메카로 부상한 ’칼리파 대학‘ 등 UAE의 3대 혁신 현장을 돌아봤다.

외부에서 본 칼리파대학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최대 수 억 원에 이르는 슈퍼카와 럭셔리 세단 수십 대가 빼곡하게 늘어선 대학 주차장. 대학 본관동 입구에 들어서자 동행한 주아랍에미리트(UAE) 한국대사관 직원이 “저 차들 모두 학생들이 타고 온 차”라며 “문짝에 흠집이 찍힐까 봐 주차하기 겁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UAE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왕립 칼리파 대학을 찾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공과대학이다. 2007년 설립된 이 대학은 2015년부터 총 60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내건 국제드론(무인기)·로봇경진대회를 매년 개최한다. 이 덕에 세계 젊은 과학자들이 몰려드는 핫스폿(Hot Spot)으로 떠올랐다.

칼리파 대학 로봇공학과 조교수가 연구소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드론과 로봇 등 미래 기술의 복합 R&D(연구·개발) 공간으로 정평이 나면서 자고 나면 연구동 하나가 새로 생길 정도로 UAE 정부의 투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칼리파 대학은 창의성 위주의 교육시스템, 기술금융의 활성화, 의사결정이 빠른 교육행정 시스템 등으로 빠른 변화를 시도, 올해 아랍권 대학 순위 4위에 올랐다.

대학 본관에선 새하얀 아랍 전통 복장을 한 남학생 무리가 3차원(D) 프린터로 제작한 건축디자인 모형을 들고 대강당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대학투어를 맡은 로봇공학과 조교수는 “이공계 대학원 교육활동이 초기에는 이론학습 위주로 이뤄지다 후기부턴 연구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대부분 수업이 연구나 실습 위주다 보니 학생들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본관 뒤쪽에 새로 짓고 있는 로봇공학 연구동을 보여주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회색빛 고층 건물 입구 앞에 서자 조 교수는 “이곳에서부턴 촬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대학측은 1층에 짓고 있는 거대 수조를 공개했다. 일반 실내수영장 넓이에 깊이 8m인 수조는 ‘수중 드론’을 실험하는 전문시설이다. 시설 관계자는 “이곳에서 수중 환경을 탐지·감지하고 영상 촬영도 할 수 있는 로봇을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파 대학 캠퍼스 내부 모습/사진=칼리파


로봇 연구동에선 주로 로봇의 기본 골격을 설계하고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관절)를 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콘솔 게임 기기인 ‘엑스박스 360’에 포함된 키넥트 센서를 로봇의 하드웨어 영역에 접목시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가 개발한 산업용 드론을 비롯해 고가의 로봇 실험장비 등 로봇제작에 필요한 대부분의 모형·장비·설비 등이 갖춰져 있다. 미래 기술 연구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기본 연구 인프라가 절실한 국내 대학 실정에서 볼 때 부러움을 살 만했다.

칼리파 대학이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의료용 로봇’이다. 조교수는 “최근 환자의 호흡과 맥박, 혈압 등의 바이탈을 체크하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UAE 내에 로봇전문기업이 부족하고, 자체 수요기반이 없다는 점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칼리파 대학이 주최한 국제로봇경진대회 경기장 모습/사진=칼리파


이 대학이 1등에게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주는 ‘모하메드 빈 자예드 국제 로봇경진대회’(MBZIRC) 등을 지속적으로 여는 이유는 뭘까. 사실 석유재벌들의 2세들은 일하지 않아도 풍족한 생활이 가능한 ‘금수저’다. UAE 정부가 최근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통계를 보면 여성 대졸자는 44%, 남성 대졸자는 21%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처음에는 스스로 공부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국제경진대회를 개최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조지 디아즈 로봇공학과 교수는 “교내 학생들이 학업에 관심을 갖도록 할 자극제가 필요했다”며 “국제경진대회를 치러가는 과정에서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회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핵심 기술에 능한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있었다. 대학은 이렇게 확보한 유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은 물론 기숙사와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매달 일정금액 이상의 용돈도 제공한다. 또 1년에 한번 고향에 다녀올 수 있는 항공권도 제공한다.

칼리파 대학 캠퍼스 내부 모습/사진=칼리파


디아즈 교수는 “세계 톱 과학자들이 경진대회에 몰리면서 ‘오픈 사이언스’(개방형 과학)의 장이 자연스럽게 마련되는 부가적 효과도 누렸다”며 “연구자들이 소속 연구실 밖으로 나와 자신의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고,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융합·협업 연구를 진행하는 기반이 이곳 사막땅에 만들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MBZIRC 대회에선 이변도 따랐다. 컴퓨터공학 및 AI(인공지능) 분야 미국 1위 대학 카네기멜론대, 미국 공대 순위 5위권 명문대 조지아텍, 메사추세츠공대(MIT) 등이 예선에서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

교수는 “예전엔 부품 비용이 워낙 고가라서 재정에 여유가 있는 미국 대학들이 기술력에서 앞섰지만, 이젠 부품 가격도 낮아진 데다 기술도 평준화돼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며 “칼리파대학은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세계 100대 명문대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칼리파 대학 공학관에서 학생들이 연구 실습을 하고 있다/사진=칼리파


칼리파 대학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이 대학 로봇산업을 총괄하고 있는 낙말(Lakmal) 교수팀이 올해 초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임춘택 교수팀과 함께 국제 드론 대회(The UAE Drones for Good Awards)에 출전, 3위에 오른 바 있다. 대학 홈페이지 파트너 기관 소개 페이지엔 퀄컴, SAP 등의 IT기업과 더불어 카이스트(KAIST) 로고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디아즈 교수는 “한국도 드론과 로봇 분야에서 월등히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치켜세우고 “함께 연구할 프로젝트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한국과학창의재단>

아부다비(UAE)=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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