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시간당 100mm 물폭탄.. 오후엔 '습한 한증막'
반지하층 치매 노인 누운 채 익사
하천 인근 빌라 2층까지 잠기고 시흥 등 14만6000가구 일시 정전
인천 반지하주택 등 600가구 침수
절기상 대서(大暑)이자 주말이었던 23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시간당 1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인천에선 치매를 앓던 90대 노인이 반지하 방에 차오르는 물을 피하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가 그친 뒤엔 30도 안팎으로 기온이 오르면서 한증막 같은 무더위가 이어졌다.
경기 시흥시 주민들은 이날 불안에 떨어야 했다.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천둥 번개를 동반한 장대비 96㎜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기록적인 집중호우를 기록했던 충북 청주의 시간당 최고 강우량 91.8㎜보다 많았다. 특히 신천을 끼고 있는 대야동·은행동·신천동 일대는 2시간여 만에 120㎜ 내외의 강수량을 보였다. 신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빗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반지하 주택을 포함해 126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신천에 인접한 한 빌라는 2층 일부까지 물에 잠겼다.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노인 등 7명은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피신했다. 주택이 침수된 18가구의 45명은 신천동주민센터 등 임시 대피 시설 2곳에서 밤을 보냈다.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경기 고양 155.5㎜, 의왕 135.5㎜, 시흥(신현동) 129.0㎜, 군포(수리산길) 121.0㎜, 파주(금촌) 107.5㎜ 등이다. 서울에는 133.5㎜의 호우가 내렸다. 경기도 연천군 남방한계선에 있는 임진강 필승교 수위는 한때 올해 최고 수위(5.56m)를 기록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오전 9시 54분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택 지하 1층 방에서 호흡과 맥박이 멎은 상태로 방 안에 가득 찬 빗물에 떠 있는 이모(95)씨를 윗집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씨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온 데다 거동을 못하는 상태였다. 그의 아내는 방으로 빗물이 흘러들자 윗집에 신고를 부탁하러 올라갔다. 하지만 이씨는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인천 서구 반지하 등 주택 594동과 상가 21동이 물에 잠겼다. 경기 시흥·광명 등에선 낙뢰 등으로 오전 9시 39분부터 수분간 14만6000여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주말에 수천명이 몰리는 경기 광명의 가구 전문점 이케아 매장과 시흥·화성 아파트 단지 등에서도 정전이 일어났다.
오전 9시 39분쯤에는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노선 지하 공사장 안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이 갑자기 차오른 물에 갇혔다가 한 시간 만에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오전 10시쯤에는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의 한 캠핑장 앞 다리가 침수돼 야영객 125명이 고립됐다. 소방 당국은 이 중 45명을 우회 도로로 대피시켰다. 나머지 80명은 비가 서서히 그치자 캠핑장에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도로가 침수돼 차량 통행이 막히는 곳도 많았다. 오전 10시 20분쯤 고양시 제2자유로 강매나들목 부근 서울 방향 도로 300m 구간이 물에 잠겨 3차선 도로가 통제됐다. 서울 은평구 불광천길 증산철교 하부 도로 양방향 구간과 강서구 개화동에서 개화역 사이 양방향 구간의 차량 통행도 오전 9시부터 두 시간가량 금지됐다. 인천시 부평역 선로 구간이 물에 잠겨 경인선 인천~부평역 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20여분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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