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물건 담아 나가면 끝.. 계산대 긴 줄 사라진 '아마존 수퍼'

박건형 기자 2017. 7.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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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미 현실이 된 미래] [1] AI·빅데이터가 바꾸는 세상
카메라·센서가 쇼핑 상품 체크.. 손님이 매장 나서면 자동 결제
- 바이오 산업에도
110만원이면 유전자 분석 통해 어떤 질병 잘 걸릴지 미리 알아
- 농업에도 4차 산업혁명
농작물 DNA 빅데이터 이용해 씨앗만 갖고 어떤 맛 낼지 예측

지난 5월 9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1층의 수퍼마켓 '아마존 고(Go)'. 편의점처럼 꾸며진 167㎡(약 50평) 규모 매장은 고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곳은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세계 첫 무인(無人) 매장이다. 고객들은 스마트폰에서 '아마존 고 앱(응용 프로그램)'을 켜고 매장에 들어서서 장바구니에 빵·우유·샌드위치 등 원하는 상품을 담았다. 장을 다 본 사람들은 상품을 종이봉투에 옮겨 담은 뒤 계산하지 않고 매장을 나섰다.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애슐리 로빈슨 아마존 매니저는 "매장 안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장바구니에 담기는 물건을 파악한 뒤 사람들이 매장을 나설 때 앱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물품별 판매량을 예측해 알아서 주문을 넣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 위주로 상품 배치까지 결정한다. 아마존은 미국에만 아마존 고 매장 2000곳을 열 계획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아마존 고의 등장은 소매 산업의 개념을 흔드는 일대 사건"이라며 "계산원이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매장 크기와 상품 진열에 대한 고정관념을 아마존이 뒤엎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명까지 바꿔놓는 첨단 기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등 혁신 기술은 사람 질병을 예측해 수명을 늘리거나 농작물의 미래를 예측하는 분야까지 진출했다. 지난 5월 12일 미국 샌디에이고의 유전자 분석 기업 일루미나 본사 건물 2층에 있는 '메디신 룸(medicien room)'에 들어서니 100대가 넘는 유전자 분석 장비가 늘어서 있었다. 이 장비는 2014년 일루미나가 선보인 '하이섹(Hiseq)'이다. 누구나 1000달러(약 110만원)만 내면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다. 태아 때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어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를 미리 분석해 발병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일루미나의 라이언 태프트 수석 과학자는 "지금은 독감이 유행하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암 종양이 발견되면 그때부터 항암 치료에 들어가지만 앞으로는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가 발견되면 이 유전자를 치료하거나 발병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치료법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일루미나는 수년 안에 100달러(약 11만원)짜리 유전자 분석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세계 최대 종자 기업 몬산토에서는 농업의 개념을 바꾸는 '빅데이터 바이오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5월 16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몬산토 농업연구개발센터에서 만난 개리 바튼 매니저는 "옥수수 씨앗을 분석해 옥수수가 얼마나 자랄지, 어떤 맛을 낼지 미리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에 보관된 옥수수 알에서 잘라낸 가로·세로 1㎜ 조각을 유리그릇에 담아 '농작물 DNA(유전자) 추출 분석기'에 넣었다. 분석 결과를 몬산토가 보유한 옥수수 DNA 빅데이터 1200만건과 비교하면 옥수수 잎 모양이나 옥수수 알 크기는 물론 성장에 필요한 적정 강수량까지 알려준다. 바튼 매니저는 "DNA 빅데이터 덕분에 이제는 농작물을 시험 재배해 보지 않고도 최고 품종을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테크놀로지 독점 경제의 등장

농업에도 빅데이터… 수확량 미리 안다 - 지난 5월 16일(현지 시각) 미국 미주리주 몬산토 본사에서 클라이밋필드뷰의 기후 빅데이터 분석 장면이 시연되고 있다. 클라이밋필드뷰는 트랙터에 GPS 위성 장치를 연결해 농경지의 수분량, 질소량, 병해충 상태 등을 모두 데이터로 입력한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 수확량이 낮은 곳은 빨간색으로, 높은 곳은 초록색으로 표현한다. /세인트루이스(미국)=양지혜 기자

4차 산업 혁신은 기존 산업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아마존의 공습에 미국 백화점 체인 시어스는 연말까지 260점포를, 메이시스는 63매장을 닫는다. "미국이 망하기 전에는 망하지 않는다"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5년 뒤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기반으로 24년간 세계 반도체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은 성장 정체에 신음하는 반면 게임용 그래픽 반도체(GPU)를 만들던 엔비디아는 빅데이터 분석이 핵심 경쟁력인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떠올랐다. DJI와 리항드론(LHUAS) 등 중국의 드론 업체들은 스마트폰 이후 최고 혁신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드론 시장을 80% 이상 장악했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종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전통 강자들은 사라지는 파괴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에서 풀타임과 파트타임을 포함해 14만5800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아마존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29만4574명에 달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이 일으킨 변화가 일자리 같은 국가적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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