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치킨값의 비밀

김영은 2017. 7. 23. 23: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준원(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3월) : "(닭 산지 원가가) 3년 동안의 평균 가격이(1kg에) 천6백 원입니다. 그렇게 봤을 때는 치킨 한 마리가 만6천 원이라면 10%가 되는 거고."

<녹취> KBS뉴스(지난달 17일) :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자 BBQ는 오늘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최근 올린 30개 제품 가격을 모두 다시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김민규(경기도 시흥시) : "그냥 한 번 눈치봐서 올려보고, 별 반응 없으면 그대로 이어가고..."

여기도 치킨, 저기도 치킨, 한 집 건너 치킨집이 있어서 대한민국이 치킨 공화국이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그런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수시로 치킨 가격을 올린다고 했다가 당국이 조사에 들어가자 이를 철회하면서 치킨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재료값은 그대로인데 왜 치킨값은 한 마리에 2만 원에 육박할만큼 비싸진 걸까요?

치킨 가격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전북 익산의 양계농갑니다.

닭고기 가공업체와 계약해 닭 수만 마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닭 한 마리당 농가가 얻는 수익은 4백원 정돕니다.

<녹취> 이찬우(양계 농민) : "평균적으로 보면 마리 당 400원을 평균 값으로 놓고 계약을 해서 사육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치킨값이 만 원을 하든 2만 원을 하든 저희들은 큰 연관성은 크지 않아요."

닭고기 시장은 양계 농가가 육계업체와 계약을 맺고 길러서 납품하는 이른바 수직 계열화가 94% 이상 진행된 상탭니다.

생후 한 달 남짓 된 닭은 닭 가공 공장으로 옮겨집니다.

도축된 뒤 절단 작업 등을 거쳐 무게에 따라 나뉩니다.

<녹취> 김용환(생산 관리 담당) : "선별 공정이라고 저희가 중량계를 통과를 하게 되면 별도로 한 마리씩 중량을 재기 때문에, 저희가 그것을 다시 포장해서..."

용도에 따라 통째로 나가거나 부위별로 포장되고, 소금 등으로 버무리는 염지 과정을 거쳐 나가기도 합니다.

닭 가공업체는 연간 단위로 일정한 가격에 사육 농가와 계약을 맺는 구조여서 산지 시세와 치킨 가격은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강기철(마케팅 담당) : "농가 부분과 계약을 맺을 때는 연간 계약이나 2년 단위 계약이나 이래서 장기계약을 진행을 하게 됩니다. 사육 원가를 기준으로 해서 고정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시세 변동에 의해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거의 없다..."

닭 가공 업체는 양계 농가에서 닭을 kg당 1600원, 마리당 2500원 정도에 사들인 뒤 도축과 가공을 거쳐 프랜차이즈에 3500원 안팎에 공급하게 됩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 닭을 가맹점에 보내는데 이 때 물류비 등 기타 마진을 포함시켜서 가격이 천원 이상 오릅니다.

이번에 치킨 가격을 올렸다가 철회했던 BBQ의 경우 지난 11일 기준 4천9백 원에 각 가맹점으로 공급했습니다.

여기에 올리브유와 소스, 튀김가루 등 부재료 3천 원, 배달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이 치킨값에 포함됩니다.

치킨 한 마리를 팔면 점주는 3천 원 가량을 손에 쥐게 됩니다.

<녹취> BBQ 가맹점주(음성변조) : "튀김옷을 입혀서 기름을 쓰는데 그 기름이 BBQ가 자랑하는 올리브유라는 걸 쓰죠. 그 올리브유 때문에 아마 원가가 많이 높지 않을까 싶고 2배 이상은 높고 얼마가 남냐가 중요한데 원가율이 너무 비싸니까. 임대료도 내야죠, 전기 수도 가스 그런 관리비도 내야죠, 인건비도 줘야죠."

2500원인 생닭이 프랜차이즈 업체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에게는 약 8배나 비싼 2만 원 가까이에 팔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치킨값이 상승한 걸까?

BBQ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그리고 점주들의 이익을 위해 인상을 추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꼭 가격을 올렸어야 했을까?

같은 기간 프라이드 치킨을 팔아도 프랜차이즈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닭을 공급받은 협동조합형 치킨집의 거래 명세섭니다.

무게가 100g 더 나가는 11호 닭을 3천 5백원 가량에 공급받아 천원 이상을 절감했습니다.

고급형 해바라기유를 썼을 경우 기름 가격도 3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더 큰 닭고기를 썼지만 재료값을 줄여 소비자 가격은 프랜차이즈보다 천 원이 쌉니다.

제품의 동일성 유지를 명목으로 프랜차이즈가 구매를 의무화한 필수 물품 비용도 프랜차이즈 치킨 원가의 일부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치킨 품질과 무관한 주걱까지도 본사를 통해 사도록 했습니다.

생맥주 병을 100원 더 비싸게 납품하기도 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정보공개서에 나온 필수 품목에는 주류와 기름종이, 주방용품까지도 있었습니다.

이런 물품을 시중에서 구입하면 한 점포에서 한 달에 110만 원까지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이철호(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 "필수물품의 요건을 굉장히 좀 명확히 하고 요건을 좀 엄격하게 만들어서 아예 등록단계에서부터 좀 걸러줄 필요가 있다라는 게 생각입니다."

인기 연예인을 내세운 마케팅 비용도 치킨 가격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연예인 모델료가 최소 5억 원에서 1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연간 백억 내외를 광고비로 집행했습니다.

<녹취>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광고 홍보라든가 브랜드에 관련된 비용들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이 비용의 거품을 어떻게 빼느냐 이런 노력들이 업계에서 특히 필요하다..."

지난 5월 BBQ는 닭 한 마리당 500원씩을 광고비로 걷기도 했습니다.

<녹취> BBQ 가맹점주(음성변조) : "그렇게 인상한 것 광고하는 비용이 들어가야 되니까 한 마리당 500원씩. 20마리가 한 박스니까 한 박스에 만 원씩 우리는 부담을 자동으로..."

BBQ는 이에 대해 본사가 아닌 가맹점 대표들이 참여한 마케팅 운영위원회의 결정 사항이었고 해당 금액은 점주들에게 돌려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광고비를 점주들에게 떠넘겼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치킨 가격 인상 논란 속에 소비자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치킨의 양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준응(경기도 김포시) : "진짜 양이 너무 작은데, 닭도 호 수가 있는데 작은 걸 쓰고, 양도 너무 적고요. 옛날에만 해도 치킨이 만3천 원~만4천 원이었는데."

실제로 주요 치킨 브랜드 5곳의 기본 프라이드 치킨을 배달 주문해 무게를 비교해봤습니다.

가격은 만 4천 원에서 만 6천 원 사이로 비슷했습니다.

가장 가벼운 치킨은 675g, 1000g 안팎의 10호 생닭을 쓴다는 업체 치킨은 690g입니다.

가장 무거운 것도 840g에 그쳤습니다.

같은 프라이드 치킨이라도 165g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튀김 과정에서 수분 등이 빠지면서 중량이 변한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지만, 애초에 중량을 표시하지 않아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생닭의 중량 표시와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가격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인터뷰> 이홍재(대한양계협회 회장) : "계약서 어디 조항을 봐도 닭이 많이 팔린다거나 그럴 때 주는 인센티브가 거의 없습니다. 단지 시세가 올라가면 주겠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도 계속 깎여 왔습니다. 중량 단위로 가야 산업 전체에 큰 유통의 질서가 잡힙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시달렸던 이민호 씨.

3년 전부터 치킨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쉽진 않습니다.

<녹취> 이민호(협동조합 치킨집 운영) : "구매력이 확보되지 않고는 그런 기업들한테 내가 유리한 조건으로 공동구매 할 수가 없잖아요. 모여야 됩니다."

대신 이 씨는 재료 유통 판로를 개척해 재료비를 15%를 낮췄습니다.

가격은 다른 브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보다 최소 200g 이상 나가는 무항생제 닭을 쓰는 등 재료를 차별화했습니다.

한 달 매출 2천 만원에 수익률 35% 정도로 통상 20%인 프랜차이즈보다 높습니다.

<녹취> 이민호(협동조합 치킨집 운영) : "20% 마진이면 치킨집은 둘이 해야 합니다. 한 사람은 튀기고 한 사람은 배달해야 하잖아요. 수익이 나려면. 그런데 천만 원 팔면 2백만 원 남는다는 거잖아요. 내 가용 소득이. 그럼 폐점해야죠. 제가 협동조합을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의 목표가 뭐냐면 치킨 점주 폐점 막기예요."

사실 공동 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법은 미국 프랜차이즈에선 자리잡은 지 오랩니다.

한 햄버거 업체는 20여년 전 구매 담당 협동조합 기업을 만들었고, 재료 구매 권리는 점주들이 갖고 있습니다.

가맹점당 연평균 순수익이 7천달러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프랜차이즈의 식재료 원가 문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치킨을 포함한 외식 프랜차이즈 필수물품의 마진을 공개하고, 장기적으로는 구매 협동조합과 로열티 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한 겁니다.

<녹취>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 : "각종 리베이트 그다음에 필수품목의 공급 유통, 인테리어 시공 감리 등에서 받는 금액, 또는 그 과정에 이른바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넣어서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지 여부, 이런 것들을 전부 다 관련 정보들을 공개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공정위는 BHC와 굽네치킨의 불공정 행위 여부와 육계 업체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5개 업체들은 지난해에 6%에서 35%까지 영업 이익을 냈습니다.

<녹취> 정은정('대한민국 치킨전' 저자) :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치킨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좋은 구조가 되거든요. (육계업체는) 닭이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리고 더 자주 키우면 키울수록 사료도 팔 수 있고요. 가장 밑의 단계 생산자들 그리고 치킨 가맹점주들은 치열한 경쟁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고..."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아온 치킨. 맥주를 곁들여먹는 이른바 치맥 문화로 더욱 인기를 끌면서 한국 특유의 관광문화 산업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유통마진과 마케팅 경쟁 등으로 촉발된 가격 거품 논란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김영은기자 (paz@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