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BBK 가짜편지' 수사..MB정권 눈치 봤나

2017. 7. 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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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말 주가조작 김경준 수사때
공범 의심받던 이명박 대선후보
기획입국설 'BBK 편지'로 기사회생
이듬해 편지 작성자 '조작' 자백
검, 수사결과 발표하며 언급 안해
검찰총장 검증 핵심쟁점 될 가능성

[한겨레]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는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2007년 대선 당시 ‘비비케이(BBK)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의 근거인 이른바 ‘비비케이 편지’가 조작됐다는 것을 파악하고도, 이듬해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를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 후보자는 2007년 대선 뒤인 2008년 초 수사 실무 책임을 맡아 그해 6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예민한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인사청문회에서도 검찰개혁 방안에 관한 견해와 더불어 문 후보자의 검찰총장 적격 여부를 짚는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비비케이 편지’는 2007년 말 주가조작의 주범인 김경준씨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공범이라는 증거를 대겠다며 미국에서 국내로 입국하자,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 김씨의 입국에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그 근거로 제시한 물증이었다. 김경준씨와 같이 미국 감옥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냈다는 이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홍 전 위원장은 ‘큰집’이 정치권 배후를 일컫는 것이라며 거래 의혹을 제기했고, 이명박 후보는 이 편지로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한겨레>가 23일 확인한 검찰의 ‘비비케이 사건’ 관련 수사기록을 보면, 2011년 자신이 가짜 편지를 썼다고 폭로한 신명씨는 2012년 검찰 조사에서 “(이미) 2008년 5월28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가짜 편지를) 혼자 작성했다’고 자백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2008년 신명씨가 자백하기 이틀 전, 편지 작성자로 지목됐던 신경화씨도 ‘해당 편지가 가짜’라고 털어놓은 사실 또한 검찰 수사기록에 등장한다. 2012년 7월 검찰이 명예훼손과 위증,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소당한 신명씨를 불기소처분 하면서 든 이유에도 “(2008년 3월 “편지가 진짜”라고 말했던) 위증 후 2개여월 만인 2008년 5월경 피의자 신명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던 부분을 스스로 바로잡았다”라는 대목이 들어 있다. 2008년 수사 때 검찰이 이미 ‘비비케이 편지’가 가짜라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수사 결과 발표에서 “김경준이 대선을 이용해 형사책임과 재산 박탈을 모면하려는 의도로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이용했다”는 결론을 냈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편지가 ‘가짜’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선판을 흔든 편지 조작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이를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발표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김경준 기획입국 의혹 등 비비케이 관련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던 이가 문무일 후보자다.

3년 뒤인 2011년 신명씨가 “가짜 편지는 내가 임의로 쓴 것이고, (그 대가로) 한나라당 관계자로부터 감방에 수감된 형의 감형 또는 출소를 약속받았다”고 폭로했을 때도, 당시 청와대는 “2008년 수사에서 검찰이 실체가 없다고 발표했다”며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근거로 발을 뺐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보자로서 특정 현안에 대해 답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문 후보자의 의중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가 “2008년 수사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폭로에 대한 불법성을 따지는 수사였던 만큼, ‘가짜 편지’가 수사의 본류가 아니었다.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가짜 편지’에 대한 보충질의와 이에 대한 응답까지 모두 준비했지만 기자들이 묻지 않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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