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스터피자 갑질 혐의 밝혀낼까..공정위 '초긴장'

조형국 기자 입력 2017. 7. 23. 22:21 수정 2017. 7. 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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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공정위 조사 없이 첫 단독 수사…정우현 전 회장 25일 기소

‘을’의 눈물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가맹점주협의회 회원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미스터피자 본사가 있는 MP그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미스터피자 ‘갑질’ 수사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존심이 걸렸다. 검찰이 이른바 ‘통행세’ 등의 혐의 입증에 성공한다면,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하는 근거로 내세워온 ‘경쟁법 전문성’이 깨지게 된다. 반대로 검찰이 입증에 실패한다면 공정거래법 분야에서 공정위 주도권이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가맹점주를 상대로 불공정 행위를 하고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69)이 25일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정위 조사 없이 단독으로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을 위해 수사를 벌여 기소하는 것은 처음이다.

검찰이 공정위에 미스터피자 고발을 요청하며 문제 삼은 법 조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불공정거래 행위다.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치즈통행세’와 ‘보복출점’에 각각 ‘부당지원’과 ‘사업활동 방해’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미스터피자가 가맹점에 치즈를 넘길 때 오너 일가에서 운영하는 중간 유통업체 ‘굿타임’을 끼워 수익을 몰아준 점 등이 부당지원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행세 챙기기’는 단속이 쉽지 않다. 지원행위 성립을 위해 검찰은 정상가격(시기·종류·규모·기간 등이 유사할 때 일반적으로 형성됐을 거래가격)을 찾고 미스터피자가 굿타임을 끼워넣어 치즈 가격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검찰 수사로 미스터피자의 부당지원 혐의가 인정된다면 2013년 8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통행세 조항이 도입된 후 관련 규정으로 처음 제재가 이뤄지는 것이다. 법 개정 후 공정위가 통행세 조항을 근거로 제재한 적은 없다.

정우현 전 회장

프랜차이즈의 특성을 앞세운 미스터피자의 반론도 넘어야 할 과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체에서 ‘피자 고급성·균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품질의 치즈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반박한다면 결국 치즈 품질과 가격 차이까지 파고들어야 할 부담이 검찰에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부당성 입증이다. 공정위의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은 지원 의도, 시장 특성, 거래규모와 경제적 이익, 시장점유율 추이 등을 보고 경쟁제한성을 따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미스터피자 사건에 적용하면, 통행세로 부당이익을 챙긴 굿타임이 지원 후 치즈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거나 다른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킨 경우, 신규업체 시장진입을 막는 등 경쟁을 저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또 미스터피자는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이어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호영 한양대 교수는 “이득을 봤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부당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거나 회사 자체가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한다면 경쟁제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는 계약을 해지한 점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피자연합’ 매장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하고 상시할인, 돈가스 무료 제공 등으로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직영점 출점이 불공정한 경쟁수단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보복출점으로 피자연합 매출액이 상당히 줄었거나, 향후 영업 곤란에 처할 위험이 있었다는 점도 밝혀야 한다. 보복출점이 인정되더라도 소비자 혜택이 늘어났거나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될 때는 법 위반이 아닐 수도 있다.

형사소송의 입증 책임이 행정소송에 비해 엄격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미스터피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양 기관은 입증 책임의 수준이 다르다. ‘믿을 만한 정황’까지 인정되는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상당한 수준’의 입증을 해야 한다면, 검찰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해야 한다. 정상가격, 경쟁저해성, 사업방해의 의도 등 공정거래법에서 요구하는 항목들은 대부분 완벽한 입증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태껏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은 대부분 정식기소가 아닌 약식절차로 처리됐다”며 “미스터피자 사건처럼 비중 있는 사건은 재판부에서도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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