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이운재, 박지성..전설은 금배에서 시작됐다

양승남 기자 2017. 7. 2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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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통령금배 고교축구가 낳은 스타

차범근이 고려대학교 1학년 시절 국가대표 트레이닝복을 입고 볼을 트래핑하고 있다. 차범근은 경신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69년 금배(2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이끌었다.

“2002 월드컵 승부차기 선방 신화가 대통령금배에서 시작됐죠.”

이운재 수원 삼성 골키퍼 코치(44)는 대통령금배 고교축구대회 얘기를 꺼내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통령금배 대회가 자신의 축구 인생을 한 단계 도약시킨 대회로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운재는 청주상업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1년 금배(24회) 우승을 지켜냈다. 또 골키퍼로는 이례적으로 대회 MVP에 선정돼 경향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이운재 코치는 23일 인터뷰에서 “1991년, 고3 때 출전한 금배 대회(24회) 8강전이었는데 승부차기에 돌입해서 내가 선방하며 승리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당시에는 달려가는 버스 번호판을 외우면서 순발력을 기르고 있었다. 그때 8강전 승부차기 승리로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게 K리그와 2002 월드컵까지 이어졌다. 한·일 월드컵 승부차기 신화가 금배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이운재는 골키퍼로는 이례적으로 MVP에 선정됐다.

이 코치는 “고등학교 입학하고 첫 우승을 거둔 대회라 대통령금배는 뜻깊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서 “금배는 대회 규모가 큰 전국대회로 그만큼 좋은 팀,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올해 출전 선수들에게도 금배 대회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FC 이근호(사진 오른쪽)는 부평고 3학년 시절인 2003년 금배 정상에 오른 뒤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축구 강원FC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국가대표 이근호(32)에게도 금배는 의미 있는 대회로 남아 있다. 이근호는 “부평고 3학년 때 하대성·백종환·김승용 등 우리 팀 멤버가 좋아 전국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면서 “그런데 금배(36회)에서는 좋은 팀들이 많아 정말로 힘겹게 우승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우리가 창단 후 3번째 금배를 우승했는데 이후 모교가 침체기를 겪어 아쉬움이 컸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지난 2년간 서기복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 다시 우승했는데 올해 3연패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다 올해 수원에 입단한 윙백 김민우(27)는 꼭 10년 전인 언남고등학교 3학년 시절 금배 대회 MVP를 탔다. 그는 “축구를 시작한 이후 MVP를 처음 받아 본 대회였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대회라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떠올렸다. 그는 “후배들이 이 대회를 통해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열심히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성도 금배가 배출한 스타다. 박지성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수원공고에서 뛰었다. 당시 박지성은 금배에서 우승하지 못했고 후배들이 2005년 첫번째 금배 우승컵을 안았다.
전북 현대 이동국이 1997년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포항공고는 당시 제30회 금배에서 준우승했다.

K리그 최고 ‘슈퍼서브’로 꼽히는 송시우(24·인천)에게도 금배는 잊지 못할 대회다. 그는 수원공고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제44회 대회에서 우승했고 득점왕에 올랐다. 송시우는 “당시 예선에서 팀 경기력이 좋지 않아 감독님께서 ‘이럴 거면 다 포기하고 집에 가자’고 하셨는데 이후 정신을 차리고 경기력이 좋아졌다. 울산 현대고와 준결승에서는 0-2로 지다가 후반에 동점을 만들어 승부차기 끝에 이겼다. 이런 근성이 지금 소속팀 인천에서도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고교 시절, 강팀들과 싸우며 금배 트로피를 향한 쉼없는 도전은 이들이 큰 선수로 성장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대통령금배 대회는 초창기 차범근(경신고)부터 이동국(포철공고), 박지성(수원공고) 등 한국 축구 레전드들이 거쳐간 한국 축구의 산실이다. 제50회 대회 왕관을 품으려는 한국 축구 새로운 별들의 도전이 24일부터 전남 영광군에서 시작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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