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맛대로 물갈이 된 '트럼프의 입'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7. 7. 23. 2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정권 출범 6개월 만에 스파이서 대변인 사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미국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회견 직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사임 소식이 알려졌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백악관 공보라인이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물갈이됐다. 사퇴설이 나돌던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결국 물러났고, 공보국장에는 월가 출신의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임명됐다. 무조건적 ‘트럼프 편들기’ 브리핑으로 유명한 새라 허커비 샌더스 수석부대변인은 대변인 자리를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스파이서의 사임을 알리며 “스파이서는 멋진 사람으로 가짜뉴스 미디어에 의해 엄청난 학대를 당했다. 성공을 빈다”는 덕담을 건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스파이서가 스카라무치 임명에 반발해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신임 대변인이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날 숀 스파이서 기존 대변인이 사임하자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은 수석 부대변인 샌더스를 새 대변인으로 승진 발령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공보 베테랑’ 스파이서의 지난 6개월은 순탄치 못했다. 트럼프가 벌인 ‘언론과의 전쟁’ 맨 앞에서 ‘취임식에 역대 최대 하객이 왔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아야 했다. 기자들을 향해 “절대 고개를 가로젓지 말라”며 위협하고 기자단 질문 순서를 바꾸거나 공개 브리핑을 없애 언론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워싱턴에서 최악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스파이서의 작별은 예견됐다. 지난 5월부터 경질설이 돌았고 트럼프의 해외 순방에도 동행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최근 주변에 “스파이서가 더 이상 터프하지 않다”고 험담했고, 스파이서 역시 주변에 “이제는 트럼프에게 약점 잡히고 비난당하는 것에 싫증이 난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22일 전했다. 스파이서의 사퇴는 그를 천거한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권력의 약화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숀 스파이서 대변인

스파이서의 후임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충성심’과 ‘전투력’이다. 트럼프는 트위터로 “스카라무치는 공화당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 제일 먼저 나를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스카라무치는 취임 초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후보로도 거론됐다. 스카라무치는 트럼프는 물론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딸 이방카 부부와도 친분이 두텁다. 실제 이방카 부부가 추천자였다. 트럼프는 전날 이방카와 함께 백악관에서 스카라무치와 30분 이상 면담한 뒤 그를 공보국장으로 최종 낙점했다.

스카라무치는 전날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해 “나는 대통령을 정말 사랑한다”고 네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스카라무치는 과거 트위터 로 힐러리 클린턴을 “대단히 유능하다”고 평가했고, 총기규제와 기후변화 대응에도 찬성했다. 이슬람을 평화의 종교로 평가하고 동성결혼도 찬성했다. 스카라무치는 논란이 된 트위터를 모두 삭제했다.

샌더스는 지난 5월 이후 스파이서를 대신해 임시로 브리핑룸에 섰지만 이제 연단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됐다. 샌더스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딸로 세 아이를 둔 엄마다. 대학 졸업 후 워싱턴 정가로 뛰어들어 정치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2008년과 2016년 부친의 대선 경선을 도왔다. 지난해 2월부터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샌더스는 언론과 전쟁 수준의 거친 설전도 마다하지 않는 전투력으로 트럼프의 신임을 얻었다.

더힐은 이번 인사를 “충성심을 중시하는 트럼프가 그를 옹호하는 확실한 측근 및 워싱턴 외부 인사를 백악관에 심으려는 움직임”이라고 평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