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교지 몰래 버리고, 대자보 찢고..대학가 '여혐' 기승

2017. 7. 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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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교내에 배포하려던 중앙대 여성주의 교지 <녹지> 봄호 40여권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대학 내 이런 현상과 관련해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는 "그동안 학생 정치 등이 무너지면서 활동 자체가 없었는데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학내 정치가 활발해졌다"며 "이런 흐름에 '훼손'으로 반응하는 건 그동안 대학사회의 논쟁 문화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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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4월 중앙대 법학관에 무단투기된 학내 여성주의 교지 <녹지>. 녹지 제공.

지난 4월 교내에 배포하려던 중앙대 여성주의 교지 <녹지> 봄호 40여권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살펴보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폐기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인상착의를 토대로 추적에 나서 두달 만에 범인을 붙잡았다. 같은 학교 남학생이었다. <녹지> 소속 학생들은 이 사건을 ‘성차별 행위’로 규정해 학내 인권센터에 제소했다. 윤소빈(20) <녹지> 편집장은 “최근 학내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이에 대한 혐오도 짙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녹지>는 해당 학생의 처벌을 촉구하는 재학생과 독자들의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대학가에서 페미니즘 관련 동아리, 소모임 등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여성혐오적인 행태도 잇따르고 있다.

페미니즘 관련 대자보 훼손이 가장 흔하다. 지난달 중앙대 페미니스트-퀴어 공동체 ‘에프유큐’(FUQ)는 대학 내 혐오 발언을 공론화하자는 취지로 직접 들은 혐오발언을 적어넣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수막에는 ‘X확찢’, ‘X병 좀 하지마, 없던 여혐 생기겠다’ 등의 여성 혐오 발언들이 적혔다. 지난 4월 성균관대 이공계캠퍼스에서는 여성주의 소모임 ‘나은’이 붙인 ‘강간 문화와 데이트 폭력 비판’ 대자보가 훼손됐다. 규탄 성명서를 붙였지만, 발로 밟히고 찢긴 채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동국대에선 “요즘 여자들 너무 기 센 거 아니니”, “여자 애들은 군대 안 다녀와서 그래”, “요즘 애들은 애도 안낳으면서 나댄다” 등 교수들의 여성혐오 발언 사례를 열거하며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가장자리엔 ‘교수님 그 발언 노오답’이란 포스트잇을 빽빽히 붙였는데, 모든 포스트잇이 제거되고 대자보가 구겨졌다. 지난 5월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누군가 ‘문재인’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사칭 계정으로 “경희대 한녀충은 즉시 부엉이바위에서 운지하시길 바랍니다” 등의 악플을 수차례 남기기도 했다.

지난 6월 성균관대 이공계캠퍼스에서 훼손된 여성주의 소모임 ‘나은’의 대자보. ‘나은’ 제공.

대학 내 이런 현상과 관련해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는 “그동안 학생 정치 등이 무너지면서 활동 자체가 없었는데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학내 정치가 활발해졌다”며 “이런 흐름에 ‘훼손’으로 반응하는 건 그동안 대학사회의 논쟁 문화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짚었다. 대학 내 여성혐오 기류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수도권 12개 대학 20여개 단체가 연대한 ‘펭귄 프로젝트’는 다음달 ‘학내 민주주의, 성평등에서 시작하자’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박수지 기자, 최소연 교육연수생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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