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관리협회 '시급 2000원꼴 시간외수당' 지급 논란

파이낸셜뉴스 2017. 7. 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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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출근시간 앞당기고 퇴근시간은 늦추고..

직원 출근시간 앞당기고 퇴근시간은 늦추고…

한국건강관리협회 공식 진료시간은 통상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다. 직원들이 회사측과 맺은 계약상 근로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로, 조기 출근 등에 따른 시간외수당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지난 19일 오전 7시 10분께 서울의 한 한국건강관리협회 검진센터는 진료받으려는 환자로 북적였다. 직원들은 공복 상태의 환자가 몰리는 7시 전부터 대기했다. 진료 시간까지 20분 남았지만 직원들은 센터 문을 열었다. 협회 관계자는 "지방에는 어르신들이 오전 6시부터 센터에 오기도 한다"며 "공식 출근 시간은 8시 30분이지만 모든 직원이 7시 전에 나온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회사와 맺은 계약서상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30분(퇴근 오후 5시30분)이지만 진료는 7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직원들이 진료 준비를 위해 7시 이전 출근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 협회 한 직원은 "검진 부서는 물론이고 행정, 운영 등 모든 부서 직원이 조기출근하고도 합당한 초과근무수당은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계약서상 직원 출근시간보다 빠른 진료 시간

23일 협회 및 직원 등에 따르면 한국건강관리협회 정규.비정규 직원 2500여명이 회사 방침에 따라 매일 2시간 이상씩 사실상 '공짜 근무'를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련 단체인 협회는 전국 17개 지부를 운영하며 일요일을 제외한 6일간 검진한다. 검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로, 협회는 지난해 560만건의 검진을 통해 331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직원들은 조기출근 등이 사실상 매일 강제되지만 적정한 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경남지부의 한 직원은 "6시께부터 출근 준비를 하다보면 어린 딸을 맡길 데가 없다"며 "토요일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한달에 25일 가량, 매일 2시간씩 초과근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월급 명세서에 시간외수당 항목이 있지만 실제 출.퇴근 기록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10년차 직원은 "오후 5시 진료를 마치고 업무 정리를 하면 6시가 훌쩍 넘는데 공식 퇴근보다 1시간 늦은 것"이라며 "수당은 12만원으로, 시급으로 치면 2000원이 안 된다"고 전했다.

협회는 계약직 직원 역시 본사 채용 공고란에 업종과 관계 없이 계약상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직원 인증을 받아야 가입되는 '블라인드(BLIND)' 게시판에는 '오늘 8시 30분에 퇴근했네요. 수당 받으면서 일하면 억울하지나 않겠다' '왜 시간외수당은 안주는지. 그 돈 다 어디갔나'는 등의 출퇴근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상혁 한국노총 법률팀 노무사는 "시간외수당은 1.5배 가산임금을 적용해 지급해야 한다"며 "초과수당을 미리 책정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라도 일한 시간에 비해 수당이 적으면 체불"이라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회사 규칙에 따라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관리본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계약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맞지만 취업규칙을 통해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조기퇴근 시키거나 수당을 지급한다"며 "직원 개인 또는 노사협의회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된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노사협의회 문건에 따르면 올 4월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출.퇴근 시간 조정안'은 중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당시 감찰, 운영 본부장 등 8명의 사측 위원과 전국 8개 지부 근로자위원 8명이 참석한 협의회에서 근로자위원이 '전국 지부에서 출.퇴근 시간이 근로계약과 달리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사측은 '수당을 온전히 다 주면 협회 운영이 불가능하다. 계약시간을 준수하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 열린 노사협의회 문건. 출근시간 조정 문제는 두번째 안건으로 다뤄질 만큼 중요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실제 초과 근무가 빈번해 이에 따른 수당 지급 혹은 근로 시간 준수를 요청했고 사측은 이에 대해 소정근로 시간 준수 등 조기출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용부 "수천명 해당되면 직권조사 가능"

직원들이 주장하는 '공짜 근무'는 법 위반으로, 복지부 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는 전문가 지적에도 협회는 지난 4년 동안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3년마다 복지부 정기 감사 대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력이 없어 지난해 감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임금체불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진료 시간이 출근 시간보다 앞선 점과 노사협의회에서 문제가 안건으로 다뤄졌다는 부분은 명확한 (체불)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천명이 이런 문제에 해당된다면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직권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협회 측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노사협의회에서 출.퇴근 문제가 제기됐으나 출.퇴근 시간 조정 문제에 불과했다"며 "전 지부를 조사해 문제점을 확인, 계약상 출근 시간이 실제와 다른 부분은 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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