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日역사 왜곡, 내 세대서 끝내고 싶다"

이윤재 2017. 7. 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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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자식 세대에 아픔 물려주고 싶지 않다"
"협박 메일도 받고 '국뽕이냐' 비판도 있지만..누군가는 해야할일"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 설치 미술가 강익중 씨의 작품인 '대한민국' 글씨가 서 교수의 연구실 벽면에 걸려있다.
"위안부·독도 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수많은 역사 왜곡 문제를 제 세대에서 끝내고 싶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매듭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제가 지금 하는 한국 홍보와 관련된 이 모든 일의 이유는 제 자식을 비롯해 다음 세대에게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입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영화 '군함도' 개봉을 앞두고 이달 초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는 영상을 게재했다. 가로 66m, 세로 18m짜리 최대 크기 광고판에 하루에 1000번씩 일주일간 총 7000번의 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또 이를 재편집한 영상을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도 지난 13일 시작했다.

네티즌 수천명의 자발적인 후원이 줄을 이었고 영화 '군함도' 팀도 힘을 보탰다. 이 이벤트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중국 언론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해외에서 들어온 익명의 공격들이 만만치 않았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해킹을 당했고 '당신을 죽이겠다(kill you)' 라는 메일도 여러 통 받았다. 그는 늘 있었던 일이라며 여유있게 받아들였다.

서경덕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 홍보전문가'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대학생들 사이에 한참 유행이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세계인들이 한국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에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이후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태극기 뱃지를 수백개씩 사서 외국인들에게 나눠줬다. 또 한국에 관한 무거운 책들을 싸들고 나가 해외 대학에 기증하기도 했다. 때론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거부당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열정과 패기로 시작한 '한국 알리기'는 20년이 넘도록 그만의 업(業)으로 자리잡았다.

"'원조 국뽕(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로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처럼 이념대립이 치열한 나라에서는 애국이라는 개념이 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저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갖는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서 교수는 학생들에게 국가 브랜드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에 빠지지 않는 '균형 감각' 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학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애국심을 바탕으로 일하되 세련되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한국을 알리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의 역사는 단순히 우리 안의 역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각국 스트롱맨들의 발언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시대입니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수 초 만에 모든 것이 전달되죠. 그렇기 때문에 세계인들을 향해 한국사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팩트를 바탕으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한류 톱스타들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함께 한국홍보에 나서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송혜교 씨는 본인이 먼저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진정성 있는 경우입니다. 해외 박물관의 한국어 안내 책자 비치도 송혜교 씨가 필요성을 느끼고 시작한 일이고, 일본 미쓰비시 광고를 거절했던 것도 본인이 한일역사에 대한 이해가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한류 스타들이 우군으로 나서주면서 날개를 단 격이 됐죠."

서경덕 교수는 이외에도 연구실을 찾아와 조용히 지원해 준 많은 사람들이 준 감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 청소년·청년들과의 만남도 늘려가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오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어요. 저 역시 경험했던 일이라 같이 고민하는 것이 즐겁죠. 아무리 바빠도 이런 친구들과의 만남은 지속해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참 보람이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그는 앞으로 한일문제 뿐만이 아니라 대북관계에 있어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싶다고 했다.

"현재 남북관계가 너무 경색돼 있어서 그 어떤 것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죠. 민간 차원에서 문화콘텐츠를 이용해 조금씩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미사일을 쏘는 극한 상황에서 결국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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