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겨우 통과될 때 의원님들 어디 계셨나요

2017. 7. 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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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민주당, 26명 본회의 불참
미국·일본 등 공무상 해외체류

김동철 "KTX 타고가다 회군했으나 표결 종료"

주호영은 중국·몽골 실크로드 순례"

[한겨레] 토요일인 지난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안 표결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부족 사태가 빚어지며 2시간여 파행을 빚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의원 불참 사태를 계기로 “기강 확립”을 강조하며 쓴 입맛을 다셨고, 야권에서는 여당의 무사안일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몽니’를 싸잡아 비판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의결 기능의 최종 관문인 본회의 참석은 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추경안 찬반이나 표결 참여 여부를 떠나 본회의 소집에조차 응하지 않은 여야 의원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전날 밤 여야 합의에 따라 22일 오전 9시30분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추경안이 상정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성원·전희경 의원 등이 반대토론을 한 뒤, 장제원·김현아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집단퇴장했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장에 남은 의원은 여야 합쳐 146명이 그쳐,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를 못 채우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국회의원은 총 299명이며, 과반은 ‘150명 이상’이다. 이러자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긴급히 ‘SOS’를 쳤고, 자유한국당은 정우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32명의 의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해 표결이 진행됐다. 추경안은 오전 11시54분 찬성 140명, 반대 31명, 기권 8명으로 겨우 통과될 수 있었다.

이날 본회의에, 전체 120석인 여당에서 불참한 의원은 26명이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의원은 아베 신조 총리를 예방하러 일본을 방문중이었고, 금태섭·정춘숙 의원도 가정폭력 이슈 관련 출장으로 미국에 있었다고 한다. 이밖에 이원욱·심기준·위성곤 의원도 에너지 관련 국제 행사로 출국하는 등 26명 가운데 최소 15~16명의 의원이 공무상 해외 체류중이었다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밝혔다. 박 원내수석은 “4명은 부득이한 개인 일정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또다른 4~5명은 공무일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사유가 아직 파악이 안됐다”고 전했다. 휴가중이었던 이용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8일 모든 (임시국회) 일정이 끝난다고 예상했고 그래서 처부모님의 패키지 효도관광을 예약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노인네들을 실망시키며 모든 걸 취소했어야 했을까요”라며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국내에 머물렀던 우상호 의원의 경우 자유한국당의 본회의 참여로 정족수가 충족될 것으로 판단하고 군에 있는 아들의 첫 면회를 가다가 자유한국당의 퇴장 소식을 듣고 되돌아 왔으나 표결이 끝난 뒤였다고 한다. 송영길 의원도 지역 강연 일정에 갔다가 자유한국당의 퇴장 소식을 듣고 상경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국가재정법의 편성 요건 위배와 공무원 증원 등을 이유로 추경안 자체를 반대했던 야3당도 무더기 불참했다. “월요일인 24일에 본회의를 열자”고 주장했던 자유한국당은 107명의 전체 의원 중 무려 75명이 빠졌다. 막판 여당과 추경안에 합의하며 주말 처리의 물꼬를 튼 바른정당도 전체 20명의 의원 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 등 7명이 본회의에 불참했다. 추경안 처리를 강력하게 반대했던 주 원내대표는 여야 간 추경안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0일 불교단체가 주관하는 열흘짜리 중국·몽골 실크로드 순례길에 올랐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불자 모임인 정각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당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계획된 휴가 일정으로 안다”고 했지만, 협상을 지휘할 원내대표의 공석을 두고 여야 모두에서 뒷말이 나온다. 반면 정의당은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 6명이 모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당에서는 전체 40명의 의원 가운데 10명이 불참했다. 막판에 ‘추경 협조론’으로 논의를 이끈 김동철 원내대표도 정작 표결엔 참여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당제의 가치를 설파하기 위한 모임이 지역에 잡혀있었는데,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의 합류로 정족수 문제가 해결된 것을 확인한 뒤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약속 장소로 내려가다가 자유한국당이 퇴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송역에서 부랴부랴 돌아왔으나 표결이 끝났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가 늦어져도 추경 효과가 떨어진다’고 다그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자기 당 소속 의원들조차 단속하지 못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도대체 말이 되느냐”고 민주당 의원들의 “무사안일과 무책임”을 꼬집었다. 이어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도 “전날 4당 합의를 통해 표결에 참여하기로 해놓고 정작 표결 직전 집단퇴장했다가 표결 무산의 비난을 뒤집어 쓸 거 같으니 몇 명이 복귀해 정족수를 맞췄다. 몽니와 꼼수, 생산이 아닌 소모를 일삼는 구태 정치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여당 참석율이 예상보다 저조해 자유한국당이 참석할 때까지 속수무책 앉아있는 여당 의원들을 바라보며, 철학과 비전을 갖고 추경을 논의한 것인지, 청와대가 밀어붙이니까 눈치보며 마지못해 하는 것인지 책임있는 여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집단퇴장에 대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는 ‘22일 오전 9시30분 본회의 개의’라는 의사일정에만 합의했을 뿐 표결까지 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소집한 것도 본회의에 참석할지, 표결에 참여할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우리가 끝까지 불참할 경우 추경안이 부결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우리는 다시 안 들어갔을 것이다. 149명까지 채웠다는 얘기를 듣고 어차피 나머지 1명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채울 수 있을테니 굳이 여당 애 먹이는 정치 하지 말자는 뜻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여야가 본회의에 합의됐다고 하니 지방 일정이 있는 분들은 참여하지 않아도 될 상황으로 됐던 것”이라면서도 “집권당으로서 당 의원들 모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원내수석부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깊이 반성하고 내부적 기강을 세우는 데 더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엄지원 송경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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