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직구' 장터, 모호하지만 반가운 대안

입력 2017. 7. 23. 14:16 수정 2017. 7. 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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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술판에서는 '직구'가 뒷말 낳는 이슈다.

일부 청년작가들이 화랑을 제쳐놓고 자체적으로 전시하고 작품을 파는 직거래 장터가 쟁점이 됐다.

극동예술연합이란 작가 모임이 주최한 장터는 버려진 도심 공간을 비엔날레 같은 얼개로 새롭게 디자인했고, 화랑가에서 외면받아온 청년작가 100여명의 작품들을 날것 그대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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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석 기자의 미술판]

[한겨레]

지난달 말 서울 인사동 뒷골목에서 작가 직거래 장터로 열린 유니온아트페어 전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화랑가에서 전시하지 못했던 청년작가들 상당수가 이 장터에 작품들을 내놓았다.

요즘 미술판에서는 ‘직구’가 뒷말 낳는 이슈다. 일부 청년작가들이 화랑을 제쳐놓고 자체적으로 전시하고 작품을 파는 직거래 장터가 쟁점이 됐다. 이런 장터가 최근 잇따라 생겨나 미술시장 대안으로 부각되자 기존 화랑업자들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일반 직거래와 달리 정부(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수천만원대의 지원금까지 대며 멍석을 깔아준 점도 이채롭다.

논란이 집중된 건 지난달 서울 인사동 피맛골 뒷골목의 폐상가건물에서 ‘유니온아트페어’란 이름으로 열흘간 열린 직거래 장터다. 극동예술연합이란 작가 모임이 주최한 장터는 버려진 도심 공간을 비엔날레 같은 얼개로 새롭게 디자인했고, 화랑가에서 외면받아온 청년작가 100여명의 작품들을 날것 그대로 내놓았다. 화랑협회는 당장 유통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장터 출품 작가들의 화랑 영입을 자제하겠다”, “장터란 명칭이 걸린다”는 등의 불편한 반응을 내놓았다.

화랑을 끼고 거래하는 관행은 서구 자본주의사의 산물이다. 작가들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는 교회나 황제, 영주들의 후원을 받았지만, 18세기 이래 자본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불특정 대중에게 스스로 작품을 알리고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살벌한 변화 속에서 안목 있는 수집가들에게 판로를 이어주는 화랑들이 생겨났다. 19세기말 인상파를 기점으로 화랑업자들은 새 사조와 유행을 이끌어주는 배후 실세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단색조회화 같은 추상 사조나 백남준 작품 등의 소개에 업자들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

이런 내력에 비춰 작가들이 정부 돈까지 받아 장터를 꾸린 것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컬렉터에 연결시켜주는 화랑 기능이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화랑가에서 선별해 작품을 전시하는 청년작가는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장벽이 높다고 한다. 업자들의 안목과 거래구조는 불신과 냉소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고질적인 진위 논란, 밀실 거래와 원로들의 단색조회화 팔이에만 치중하는 후진적 행태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직거래 장터는 올 연말까지 무려 10개 이상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중견·원로작가들도 일부 참여하고, 수만원대에서 수천만원대까지 가격대도 들쭉날쭉해 객관적 기준이 부실하다는 등의 허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화랑가가 낡은 관행을 깨부수지 않는 이상, 직거래 장터는 한동안 ‘모호하지만 반가운 대안’으로서 유행을 계속 탈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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