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처벌 역사' 바꿀 검찰의 미스터피자 수사

조형국 기자 2017. 7. 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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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검찰이 미스터피자 ‘갑질’을 밝히는 데 성공할까.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공정거래법 단독 수사에 나서자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긴장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성공한다면,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의 반대 근거로 내세워온 ‘경쟁법 전문성’이 깨지고 입증에 실패한다면 공정거래법 분야에서 공정위 주도권이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검찰이 공정위 조사 없이 단독으로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을 위해 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대안으로 검찰·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에 고발요청권이 도입된 후,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 미스터피자 갑질 사건을 포함해 총 3차례다. 검찰은 2015년 새만금방조제 담합 사건에 연루된 SK건설, 지난해에는 산업용 화약 담합 사건에 연루된 한화-고려노벨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앞선 두 사건은 이미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고 행정조치를 한 이후 검찰이 추가 고발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한 이번 미스터피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 2015년 3월 공정위는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SK건설·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한화건설 등 건설사 12곳에 총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업체를 고발하지는 않았다. 2015년 1월에도 공정위는 한화·고려노벨화약의 담합에 약 64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두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임원들은 고발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공정위 조사를 토대로 SK건설과 한화·고려노벨의 전현직 임원을 고발하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최초로 이뤄진 검찰의 불공정행위 고발요청…‘통행세’ 법 개정 후 적용도 처음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던 사건들이 전부 담합 사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담합이 아닌 불공정거래 사건에서 검찰 수사가 먼저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이 공정위에 미스터피자 고발을 요청하며 문제 삼은 법 조항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 23조에서 규정한 불공정거래 행위다.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치즈통행세’와 ‘보복출점’에 각각 ‘부당지원’과 ‘사업활동 방해’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미스터피자가 가맹점에 치즈를 넘길 때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중간 유통업체 ‘굿타임’을 끼워 수익을 몰아준 점 등이 부당지원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실질적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 등을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 ‘역할에 비해 과도한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로 규정하고 있다.

▶[‘갑질’에 우는 자영업자] (上) 피자 광고비 등 가맹점에 떠넘겨…‘상생협약’도 휴지조각

▶다른 회사 식자재 쓰려 하면 본사에서 소송·훼방

그러나 ‘통행세 챙기기’는 단속이 쉽지 않다. 공정위는 2014년 특수관계에 있는 내츄럴삼양을 끼워 통행세를 받은 혐의로 삼양식품에 약 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서울고등법원은 부당지원 여부를 따질 때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이 잘못 산출됐고, 내츄럴삼양 지원이 경쟁을 해친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삼양식품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가 ‘지원행위’와 ‘공정거래저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당지원을 밝히기 위해 검찰은 거래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행해졌는지(지원행위 성립)’, 그리고 ‘혜택을 입은 회사가 시장 경쟁을 저해했는지(부당성)’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지원행위 성립을 위해 검찰은 정상가격(시기·종류·규모·기간 등이 유사할 때 일반적으로 형성됐을 거래가격)을 찾고 미스터피자가 굿타임을 끼워넣어 치즈 가격을 정상가격보다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을 앞세운 미스터피자의 반론도 넘어야 할 과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업체에서 ‘피자의 고급성·균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품질의 치즈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반박한다면 결국 치즈 품질과 가격 차이까지 파고들어야 할 부담이 검찰에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검찰 수사로 미스터피자의 부당지원 혐의가 인정된다면 2013년 8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통행세 조항이 도입된 후 관련 규정으로 처음 제재가 이뤄지는 것이다. 법 개정 후 공정위가 통행세 조항을 근거로 제재한 적은 없다.

■치즈통행세, ‘경쟁제한성’의 벽 넘을까

더 큰 문제는 부당성 입증이다. 공정위의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은 지원 의도, 시장 특성, 거래규모와 경제적 이익, 시장점유율 추이 등을 보고 경쟁제한성을 따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미스터피자 사건에 적용하면, 통행세로 부당이익을 챙긴 굿타임이 지원 후 치즈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지거나 다른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킨 경우, 신규업체 시장진입을 막는 등 경쟁을 저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미스터피자는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의 중견기업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는 중견기업에 적용되는 부당지원 규제와 달리, 경쟁제한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므로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호영 한양대 교수는 “부당지원을 받은 회사가 큰 매출을 올리고, 그를 기반으로 시장에서의 지위가 향상되거나 점유율이 확대됐다는 경쟁제한성 입증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득을 봤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부당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거나 회사 자체가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한다면 경쟁제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복출점 입증 관건은 ‘의도’와 ‘피해’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보복출점 혐의를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보고 ‘사업활동 방해’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미스터피자는 계약을 해지한 점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 ‘피자연합’ 매장 인근에 직영점을 개설하고 상시할인, 돈까스 무료 제공 등으로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금지 조항은 다른 사업자의 기술을 부당 이용하거나, 인력 부당 유인·채용, 거래처 이전 방해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보복출점 혐의에 ‘기타의 사업활동방해’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활동방해 입증은 경쟁제한성 분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직영점 출점이 불공정한 경쟁수단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관련 지침은 사업활동방해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의도가 있었는지, 업계의 통상 거래관행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미스터피자의 보복출점으로 피자연합 매출액이 상당히 줄었거나, 향후 영업 곤란에 처할 위험이 있었다는 점도 밝혀야 한다. 보복출점이 인정되더라도 소비자 혜택이 늘어났거나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될 때는 법 위반이 아닐 수도 있다. 이황 교수는 “미스터피자가 피자연합 매장 인근에 직영점을 연 행위가 피자연합의 영업을 심히 곤란하게 했다는 사실이 객관적 지표로 입증되야 하는데, ‘심히 곤란’이라는 표현은 상당한 입증책임을 부여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엄격한 입증 책임, 검찰의 돌파구는

2004년 공정위는 아파트 분양가격, 분양조건을 담합한 14개 건설업체에 과징금 235억원을 부과하고 이 중 9개 건설사 법인과 업체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이들 업체는 무죄를 주장하며 형사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08년 6월 검찰이 형사처벌을 요구하며 기소한 9개 건설사 법인과 업체 관계자들은 수년간의 재판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들이 아파트 분양가격 및 분양조건을 부당하게 합의했다는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어 무죄 선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당시 진행 중인 행정소송 역시 공정위에 불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1년 뒤, 대법원은 이들 업체의 행위를 담합으로 인정하고 공정위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들 업체가 수십 차례 회의를 통해 분양가를 논의한 사실이 있고 평당 분양가가 몰려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담합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종합하면 ‘공정위 행정제재는 정당했으나 이에 대한 형사처벌은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형사소송의 입증 책임이 행정소송에 비해 엄격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미스터피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양 기관은 입증 책임의 수준은 다르다. ‘믿을 만한 정황’까지 인정되는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상당한 수준’의 입증을 해야 한다면, 검찰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해야 한다. 정상가격, 경쟁저해성, 사업방해의 의도 등 공정거래법에서 요구하는 항목들은 대부분 완벽한 입증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이호영 교수는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재판과 달리 정부 결정의 정당성을 따지는 행정소송은 상대적으로 판단기준이 관대한 측면이 있다”며 “개인의 인신구속이나 재산권 침해 등을 전제로 한 형사처벌은 법원에서도 증거능력 뿐만 아니라 행위가 비난할 정도인지 등을 상당히 엄격하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지껏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은 대부분 정식기소가 아닌 약식절차로 처리됐다”며 “미스터피자 사건처럼 비중 있는 사건은 재판부에서도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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