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①] 7530원이 바꿀 세상..변화는 시작됐다

사건팀 2017. 7. 2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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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올라 반갑다" vs "실업사태 막을 수 없을 것"
'을(乙)들의 긴장관계 해소 해야 문제 해결 돼

[편집자 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보다 1060원이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됐지만 노동계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칫 '을'들간의 전쟁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이런 현상이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이 정부에서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도대체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뉴스1이 노동계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그 내막을 들여다 봤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근로자 위원안(7530원)과 사용자 위원안(7300원)을 표결,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2017.7.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사건팀 = 2018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000원을 뛰어넘어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6470원을 기준해 16% 이상 올라 '역대급' 인상폭을 기록한 가운데 최저임금의 인상폭만큼 '세상'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생활을 이어오던 노동자들과 1만원 까지의 시급인상을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삶의 질 개선과 소비 진작으로 인한 경제 상황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임금노동자들과 다름없는 수입으로 근근이 자신의 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접거나 아니면 법을 어기는 범법자가 되어야 한다는 불안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월급 올라 좋아 하지만 잘리지 않을까 걱정도"

최저임금이 '역대급'으로 오르면서 '최저임금 생활자'들은 당장 월급이 올라 생활형편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휴학을 하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신모씨(25·여)는 "현재 주 5일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면 120만원 정도 수입이 생기는데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보니 135만원 이상 받게 됐다"라며 "한 달에 20만원 늘어나는 것인데 일년이면 240만원이라 거의 두달분의 월급이 늘어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 중에는 최저임금의 인상의 여파로 단기적으로 고용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가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오모씨(67)는 "봉급이 올라 당연히 좋은 일"이라면서도 "혹시라도 경비원 인력을 줄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취준생 김모씨(27·여)는 실제로 최근 사장으로부터 영업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막막한 심정"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알바고용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는 "단기적으로 고용이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좋은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우리나라의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 못 받았는데 이번 인상은 매우 잘 된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해온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최기원 대변인은 "저임금의 영세한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들이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 최 대변인은 "자영업자들이 노동자들을 자르겠다고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고 지금도 고용이 이뤄지는 것은 이를 통해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정부도 최저임금 인산분에 대한 지원책을 얘기했기 때문에 대규모 해고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식당에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공고문이 붙어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월 157만3770원)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6470원보다 1060원(16.4%)오른 것으로 2007년(12.3%) 이후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이며, 최근 10년 이래 최대 인상률이다. 2017.7.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아직 6개월 남았지만 영세업자들은 벌써 걱정

반면, 임금을 주고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은 2017년이 절반 정도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내년 걱정을 하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4년째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백모씨(57)는 "이번에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하루 약 8시간 기준으로 약 30만원 이상 급여가 오르게 된다"라며 "조그마하게 영세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10명의 직원들과 함께 가구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금도 직원들 급여를 주고 나면 세금 낼 돈이 없어서 빚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저임금을 이 정도 수준까지 올리면 감당할 수도 없고 사업을 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정부가 임금 인산분의 일부를 보전해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차라리 정부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줄여 준다면 감면 분을 임금을 올리는데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영세업자들의 현실에 대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지출 비중 중에 인건비 비율이 높고 물건값도 쉽게 올릴 수도 없어 결국 자기 수익을 줄여야 한다"며 "현재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내보내거나 자동화하는 방법 밖에 없어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회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점주들 사이에 불합리한 구조를 해결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문제"라며 "하지만 임금은 당장 일어나는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순착륙 위해 "을들의 긴장관계 해소되야"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확정된 이후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아르바이트생 5804명과 고용주 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7명(75.8%)은 '만족스럽다'고 답한 반면 고용주 10명 중 7명(73%)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상태를 '을(乙)들 간의 긴장관계'라고 지칭했다. 최저임금 문제가 시장에서 '을'인 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 소상공인 사이의 갈등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인상이 앞으로도 필요하겠지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손해를 보는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에도 '을'이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분을 막아준다는 것은 땜질식의 대응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 임대료,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수수료 같은 문제를 개선해 수익성을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나치게 많은 비중의 사람들이 싼 임금에 기반을 둔 자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취업이나 다른 일을 찾도록 전략적으로 유도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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