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②] "숨통 트이겠지만 미래 준비하긴 턱없이 부족"

김다혜 기자 2017. 7.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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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시간 주5일 근무 "편의점은 내 직장"
"아르바이트 노동, 용돈벌이 아닌 생계 위한 것"

[편집자 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보다 1060원이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됐지만 노동계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칫 '을'들간의 전쟁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이런 현상이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이 정부에서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도대체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뉴스1이 노동계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그 내막을 들여다 봤다.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공고문이 붙어있다. 2017.7.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사장님 사정도 안타깝지만 언제까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희생할 순 없으니까요. 시급 7530원도 미래를 꿈꾸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편의점 노동자 유정석씨(20)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세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아르바이트는 학생들이 취직 전 잠깐 용돈벌이하는 것이니 임금을 덜 받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저와 많은 사람에게 아르바이트는 '거쳐 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쭉 해나가야 하는 일이고 생계를 위해 필요한 직업"이라고 호소했다.

고등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유씨는 졸업 후 곧장 스스로 생활비를 벌었다. 등록금 부담에 대학은 가지 않았다. 그는 "요즘 취직이 어려운데 예체능 계열은 특히 힘들고 저는 대졸자도 아니다"라며 "앞으로 웹툰을 그리든 영화 일을 하든 수입이 고정적이거나 많은 분야가 아니라 평생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2017.7.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유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에서 오후 4시부터 하루 7시간씩 주5일 일하고 한 달에 95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는다. 최저임금 6470원을 일한 시간만큼 계산한 금액이다. 오후 10시 이후 근로에 대해 50%의 야근수당을, 주 15시간 일하는 경우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유씨는 모두 받지 못하고 있다.

월급 95만원 중 유씨가 사용하는 돈은 35만원 정도다. 함께 사는 할머니께 월세 겸 식비로 30만원을 드리고 30만원은 저축한다. 유씨는 "군대에 가면 개인적으로 사야 하는 물품도 있다고 하고 제대 후엔 할머니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라 보증금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지금은 할머니집에서 생활해 식비와 주거비 부담이 적은 편인데도 35만원으로 살기 빠듯할 때가 많다. 교통비로 15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의류 등 필요한 물건을 산다. 유씨는 "외식비가 부담스러워 친구를 잘 안 만나게 된다"며 "더운 여름 집에서 웹툰 습작을 쓸 때면 시원한 카페라도 가고 싶지만 돈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유씨는 내년 지금보다 월 15만원 정도를 더 벌게 된다. 유씨는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오른 월급으로는 책을 사고 싶다고 한다. 유씨는 "교양도서를 사서 보기도 하고 대학 전공도서를 사서 주변에 물어보며 공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게 '사치'라고 생각한다"며 "사고 싶은 책 한권을 사고 카페에 들어가서 마시는 차 한잔이 저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그의 여가와 삶을 전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가게 주인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잠실본동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포스터를 창문에 붙여놓고 있다.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하지만 인상된 최저임금 역시 "미래를 꿈꾸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유씨의 걱정이다. 유씨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안 하면 최저임금 7530원도 좋다"면서도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려면 돈을 모아야 하고 언제 아프게 될지 모르니 병원비도 모아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아르바이트 역시 누군가에겐 엄연한 '직업'이고 장기적인 생계의 수단인 만큼 그 노동의 대가도 용돈벌이 수준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준비하고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저처럼 아르바이트를 염두에 두고 살지 않는 사람 중에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씨는 "다만 큰 폭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늘까 봐 걱정이 된다"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말도 안 되는 수익금을 가맹점주에게서 떼어가고 가맹점주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에서 비용을 아끼려고 하는 구조를 바꿔 프랜차이즈 본사가 노동자 임금인상의 책임을 부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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