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빈집 5만채] ① '잡초·먼지가 주인행세' 마을마다 폐가 수두룩

입력 2017. 7. 22. 11:32 수정 2017. 7. 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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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마을 곳곳에 방치된 빈집이 경관을 훼손할 뿐 아니라 범죄, 청소년 탈선 장소로 이용될 여지도 있어 주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빈집 정비를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비한 수 만큼의 빈집이 새로 생겨나는 등 농촌 공동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농촌의 흉물이 된 빈집 현황과 자치단체의 개선 노력, 효율적 정비를 위한 제언 등을 담은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마을 주민 김춘화(55·여)씨는 "흉물스럽게 방치된 집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며 "빈집을 주차장 등으로 개선해 활용하려고 해도 개인 소유물이고 그걸 누가 사려 하지도 않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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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한 마을 가보니 서너 집 건너 한 집꼴 빈집..방치 말고는 답 없어

[※ 편집자 주 = 농촌 마을 곳곳에 방치된 빈집이 경관을 훼손할 뿐 아니라 범죄, 청소년 탈선 장소로 이용될 여지도 있어 주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빈집 정비를 위해 매년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비한 수 만큼의 빈집이 새로 생겨나는 등 농촌 공동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농촌의 흉물이 된 빈집 현황과 자치단체의 개선 노력, 효율적 정비를 위한 제언 등을 담은 3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화순=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이달 18일 전남 화순군 동복면 독상마을을 찾았다. 한국 근대 서양화단 거목으로 불리는 오지호(1905∼1982년) 화백 생가가 있는 꽤 이름난 마을이다.

주택 대부분은 1800년대 지어진 오 화백 생가처럼 전형적인 시골 민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시골이지만 어엿한 면 소재지로 그닥 오지도 아니다.

하지만 마을 입구부터 잡초가 무성한 빈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빈집 대부분은 사람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듯 대문을 찾기 힘들 만큼 그간의 풍파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까치발을 디디면 마당이 내려다보일 만큼 낮은 돌담도 곳곳이 으스러져 있었다.

녹슨 철문을 조심스럽게 밀치고 들어가 봤다. '삐거덕, 삐거덕' 손대면 바스러질 듯했다. 먼지만 수북이 쌓여 지나가는 자리마다 발자국이 남았다.

나무 마루는 썩어 부스러져 발이 푹푹 빠질 정도였다.

안방은 주저앉고 바닥도 벗겨져 짱돌 사이 황토를 다져 만든 온돌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방 한쪽에는 한때 이곳에서 삶을 꾸렸을 이들의 흔적인 옷과 그릇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주인이 없는 집 곳곳에 어른 허리 높이까지 자란 잡초와 수북한 먼지가 주인행세를 했고,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져 을씨년스런 기운마저 감돌았다.

집터보다 2∼3배 넓은 마당은 이웃 주민들의 텃밭으로 변해 고추나 콩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집주인들이 드나들었을 마을 골목에는 빈집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마루, 기둥 등 축축하게 젖은 나무들이 땔감용으로 가득 쌓여 있었다.

독상마을 가구 수는 70여 가구.

어림잡아 헤아려보니 이곳 독상마을의 빈집이 족히 30여 채가 넘어 보였다.

이웃 칠정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

50여 가구 중 10여 가구가 빈집이란다.

마을에 빈집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도시로 옮겨간 주민이 늘어나고, 그리고 그나마 마을을 지키던 고령의 주민들이 생을 마감하면서부터였다고 한 주민이 전했다.

떠난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드는 이들은 거의 없어 마을마다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집이 늘고 있는 게 지금의 농촌 마을의 모습이다.

이웃 주민들은 흉물스러운 빈집이 철거되기를 바라지만, 개인 소유의 주택이라 먼발치에서 혀만 찰 뿐이다.

도심보다는 덜 하다 해도 빈집 치안 문제도 골칫거리이다.

시골 파출소 경찰관에게는 빈집 주변 순찰이 일상이 됐다.

마을 주민 김춘화(55·여)씨는 "흉물스럽게 방치된 집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며 "빈집을 주차장 등으로 개선해 활용하려고 해도 개인 소유물이고 그걸 누가 사려 하지도 않아 어렵다"고 말했다.

독상마을 한용수(68) 이장은 "빈집이 해마다 급증해 정확히 몇 곳인지 헤아리기도 힘들다"며 "빈집이 늘어도 마을 차원 대책이 없어 방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 쉬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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