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자증세' 공식화..3.8조 걷어 최저임금 댄다

김현 기자,이훈철 기자 2017. 7.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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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초고소득층·초대기업 한정"..내주 확정할듯
고소득자 9만명·대기업 116곳 대상..국회 논의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2017.7.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세종=뉴스1) 김현 기자,이훈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증세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임으로써 문재인정부의 '부자증세'가 예상보다 조기에 공식화했다.

추 대표가 제안한 증세안은 소득 2000억원을 넘는 초대기업과 소득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3조8000억원 가량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국무회의 등을 통해 이 같은 증세안을 사실상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부자증세안은 상대적으로 소수여서 조세저항 부담이 덜한 최상위 소득구간의 개인·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이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2%p 올린 지 1년도 안됐다는 점 등에서 논란 지점도 없지 않다.

◇여당發 증세론에 文대통령 화답…부자증세 급물살

2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21일) 청와대에서 이틀째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증세안을 사실상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증세'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인 출신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적극적인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고 공개 제안해 증세론에 불을 지피자마자 여당 대표가 구체적인 증세안을 내놓는 등 잘 짜여진 수순으로 부자증세가 진행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증세론을 공식화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는 다음주 국무회의를 통해 증세 방향과 시기에 대해 입장을 정리한 뒤 다음달 초 마련할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구체적인 증세안을 담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주 증세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며 경제장관 현안간담회(23일)와 국무회의(25일)를 거쳐 "세법 개정안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하는 과정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7.19/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추미애案 세수효과 연 3.8조…"최저임금 등 지원"

최근 며칠간의 부자증세 공식화 과정을 복기하면 정부의 증세안은 추미애 대표의 제안을 기초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추 대표는 우선 법인세의 경우 현재 최고 과표구간인 '200억원 초과'(22%) 구간 위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의 법인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기업은 116개사에 이른다. 이들 대기업이 200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지금보다 3%p 많은 세율을 부담할 경우 총 추가 세수는 연간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추 대표는 소득세에 대해서도 현재 최고 과표구간인 '5억원 초과'에 적용하는 40%의 세율을 42%로 2%p 상향하자고 했다.

현재 소득세는 과표구간 별로 Δ8800만~1억5000만원 35% Δ1억5000만~5억원 38% Δ5억원 초과 40% 등으로 부과되고 있다.

최고세율을 2%p 올리는 동시에 기존 1억5000만~5억원 구간도 1억5000만~3억원과 3억~5억원 구간으로 쪼개 3억~5억원 구간에 대해선 현재 38% 세율을 40%로 올리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 과표구간 3억~5억원에 해당하는 고소득자는 지난해 기준 5만명 가량, 5억원 초과 고소득자는 약 4만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적용하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42%로 올리면 추가 세수는 지난해 기준 연 1조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3억~5억원 소득자 5만명의 추가 세수 효과는 미미해 결과적으로 추 대표의 안대로 증세가 실현될 경우 정부가 더 걷어들일 소득세와 법인세는 연간 3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금액은 공교롭게도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결정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재정지원 규모 '4조원+알파'에 근접한다.

부자증세를 통해 최저임금 상승분을 지원하는 셈이 된다.

실제 추 대표는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제안하면서 "이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재정 지원, 4차산업혁명 기초기술지원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17.7.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부자증세 조기 가시화…논의 진통 가능성

당정청이 순식간에 의기투합해 '속도전' 양상으로 부자증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가능한 한 명목세율 인상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겠다던 기존 입장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하면서도 필요 재원 178조원 마련을 위해 Δ세수 자연증가분 60조5000억원 Δ비과세·감면 정비 11조4000억원 Δ재정지출 절감 60조2000억원 등을 제시했을 뿐 소득세, 법인세율 인상은 향후 필요시 검토한다는 정도로 미뤄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러 차례 "현재로선 명목세율 인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증세 대상이 116개 초대기업, 9만명의 초고소득자에 국한된다는 점, 당초 민주당이 검토했던 증세안에 비해선 완화된 수준이라는 점 등을 들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조정하는 것은 법인세 '인상'이라기보다 이명박 정부 당시 22%로 인하했던 것을 다시 되돌리는 'MB 감세 철회'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법인세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세계적으로 낮추는 추세에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뚫고 나가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로선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법인세 인상 논의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소득세의 경우에도 지난해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기존 최고구간은 1억 5000만원 초과)해 올해부터 최고세율을 38%에서 40%로 2%p 올렸기 때문에 만약 추 대표 안대로 올해 세법이 개정되면 5억원 초과 구간은 2년 연속 2%p씩 세율이 오르는 셈이 된다. 역시 이례적이다.

아무리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미덕인 '슈퍼리치'들이라지만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근로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절반에 육박(2015년 46.8%)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정부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세법 개정안을 함께 심사해야 할 야권에선 반발이 나온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무리한 공약을 위해서 세금 인상으로 국민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고, 바른정당에서도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경쟁'을 들어 실효세율 상향 노력의 선행을 주문하고 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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