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은 왜 김상조의 첫 '타깃'이 되었나

세종=민동훈 기자 2017. 7. 2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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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지배구조개선 보다 넓은범위 기업 대상"..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조사 확대 예고
20일 오후 전북 익산시 하림 본사 뒤편에 총 1790억원 투자가 예정된 익산공장 증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그룹의 부당 승계 의혹과 관련해 직권조사에 나섰다.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공정위의 첫 조사 착수다./사진=뉴스1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4대그룹 또는 10대그룹 중심 재벌개혁'을 주장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제 막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하림그룹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한 배경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림에 대한 직권조사가 '재벌개혁의 신호탄'이라고도 한다. 공정위는 하림에 대한 조사가 김 위원장 취임 전인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일감몰아주기 조사의 후속조치 성격이라고 설명한다. 첫 타깃이지만 처음부터 하림을 겨냥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공정위의 하림에 대한 직권조사는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45개 기업집단에 대한 전수조사에 따른 것이다. 서면 실태점검 과정에서 하림그룹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하림 조사는 2010년 10월 이후 6년 9개월 만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엔 단 한차례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 사이 하림그룹은 중견기업에서 자산 10조원대 대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하림은 수직계열화 구조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부당지원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게다가 올해 처음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 만큼 공정위 조사대상 1순위로 꼽혀왔다.

하림이 공정거래법 제23조와 제23조의 2에 근거해 부당지원행위나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조사대상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아들 준용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올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올품은 한국썸벧(올품 100%)→제일홀딩스→하림·하림홀딩스 등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준영씨는 20세였던 2012년 100억원대 증여세를 내고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 지분 100%를 증여받았다. 증여세는 올품의 무상감자로 해결했다.

이후 준용씨는 올품 등을 통한 간접지분을 합해 8.83%에 불과했던 제일홀딩스 지분율을 지난해 11월 자사주 무상소각과 액면분할 등을 통해 44.6%까지 끌어올리며 부친 김 회장(41.78%)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결과적으로 준용씨는 본인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10조원대 회사를 손에 넣은 셈이다. 당연히 공정위의 관심사는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올품이 일감몰아주기 등을 등에 업고 사세를 키워 오너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안겼느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품은 2012년 매출액 858억원 중 제일사료, 하림, 제일곡산, 선진 등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액이 84%인 727억원에 달했다.

이후 자회사 합병 등을 거쳐 지난해 기준 4039억원 매출 규모의 회사로 몸집을 불렸다. 여전히 준용씨의 지분율이 100%인 상황에서 매년 700억~800억원대 내부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상당하게 유리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액의 12%가 넘는 만큼 부당지원 대상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특히 정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를 위반한 것이 된다.

공정위가 올 1월 내놓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나 사업기회의 제공 △합리적 검토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의 경우 공정거래 저해성을 별도로 입증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 간주해 처벌할 수 있다.

이 경우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되면 시정명령, 과징금 등 행정조치는 물론 검찰고발까지도 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과거의 부당행위를 면책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감몰아주기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의 경우 부당지원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추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림그룹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지난달 순수 지주사 제일홀딩스를 상장한데 이어 중간지주사 하림홀딩스와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제일홀딩스 상장으로 준용씨의 지분율은 신주 공모 등의 이유로 상장전보다 다소 줄어든 31.75%다. 합병을 하게 되면 준용씨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다. 당장 합병시 제일홀딩스가 보유한 하림홀딩스 지분 68.1%는 의결권이 살아있는 자사주로 편입된다. 그만큼 준용씨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셈.

합병비율도 논란거리다. 이날 종가(1만8600원)과 공모가(2만600원)을 기준으로 하면 예상 합병비율은 0.198~0.219대 1 이다. 최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만큼 합병비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경우 하림홀딩스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반면 제일홀딩스 지분만 갖고 있는 준용씨의 경우 합병회사의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유사하다. 따라서 합병시점의 주가 추이에 따라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준용씨의 편법 승계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향후 합병심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이 시민단체 시절부터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하림그룹 뿐 아니라 대기업 전반으로 조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대한상의에 열린 최고경영자(CEO) 초청강연에서 "재벌개혁은 크게 경제력 집중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나눠 추진할 것"이라며 "경제력 집중 억제는 10대 그룹 내지 4대 그룹 등 보다 적은 범위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과 같은 지배구조 문제는 보다 넓은 범위의 기업들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3월부터 이어온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있는 대기업집단에 대해선 앞으로도 직권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림그룹 외에도 대기업집단에 대한 추가 직권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한 것은 법 개정 작업이 필수적인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관련된 것으로 대중소기업 상생 등이 관련 이슈"라며 "반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인 승계 등 지배구조 개선은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 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먼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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