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미테랑 영광은 간데없고 폐족 위기 몰린 프랑스 사회당

채인택 2017. 7. 2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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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공약
전국민 기본소득, 노동시간 축소
세계적 경쟁력 원전 포기도 약속
대선 5위, 충격의 참패
민심 못 읽고 극단 이념 앞세우다
합리적 중도좌파 지지 잃고 추락
프랑스 좌파 정당 미래는
대선후보 아몽, 당 버리고 창당
등돌린 지지층 재결집 미지수

━ 프랑스 주류 정당의 몰락 프랑스 사회당(PS)이 ‘폐족’ 위기를 맞고 있다.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올해 사회당 대선후보였던 브누아 아몽(49)은 당을 떠나 지난 1일 범좌파 신당을 표방하는 ‘7월1일 운동’을 결성했다. 대선후보의 탈당은 초유의 일이다. 아몽은 지난 4월 2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6.36%의 저조한 득표율로 5위에 그친 것은 물론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까지 했다. 그는 “사회당을 떠난 것일 뿐 사회주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그가 범좌파 세력을 결집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게 유럽 언론들의 평가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마뉘엘 발스도 “사회주의는 죽었다”며 탈당했다. 발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 ‘전진하는 공화국’에 공천을 신청했다 참신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망신까지 당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간신히 하원의원에 당선했다. 높은 실업률과 잦은 테러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전후 최저인 4%대의 지지율 속에 지난 5월 물러난 올랑드 전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난 상태다. 사회당의 수장인 제1비서는 현재 공석이다. 사회당은 지금 정치적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며 빛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당은 1969년 창당 이후 좌우 양당 정치를 이끌어온 주류 정당이다. 1958년 강력한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는 제5공화국이 들어선 뒤 지금까지 탄생한 8명의 대통령 중 프랑수아 미테랑(81년 5월~95년 5월)과 올랑드(2012년 5월~2017년 5월)를 당선시켜 19년간 집권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파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절(95년 5월~2007년 5월) 사회당은 총선 승리로 당 대표였던 리오넬 조스팽(97년 6월~2002년 5월)을 총리로 세운 좌우 동거 정부를 구성했다. 사회당은 대통령 집권 19년과 동거 정부까지 합쳐 24년간 집권세력이었다.

그런 사회당이 지난 6월 총선에서 하원 577석 가운데 겨우 30석을 얻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상원에선 2014년 선거에서 348석 중 109석을 차지했지만 일부가 마크롱의 신당으로 떠나고 지금은 86명만 남았다. 그나마 오는 9월 24일로 예정된 상원 선거에서 미니정당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프랑스 사회당 ‘폐족’ 드라마의 시작은 1월 29일의 사회당 대선후보 경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기업 성향의 마뉘엘 발스 전 총리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껑을 열고보니 이변이 벌어졌다. 당원들은 이념적으로 특히 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를 듣는 ‘좌파 반군’ 아몽을 후보로 뽑았다. 아몽은 대중과의 교감보다 이념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영국 노섬브리아대의 아리안 보게인(프랑스 정치학) 교수는 “아몽이 대선후보가 됨으로써 사회당 온건파는 마크롱 지지로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도이체벨레 방송은 최근 ‘프랑스 사회당은 올랑드 퇴임 이후 끝나는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냈다. 그 이유로 당내에서 중도 성향의 인물이 소외되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이념과 현실을 조화시킨 합리적인 좌파 사회주의자 대신 특정 이념과 어젠다에만 골몰하는 극단적 인물이 당을 장악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아몽의 공약은 급진 정책이 주류를 이룬다. 가장 논쟁적인 공약이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성인 국민에게 매달 기본소득을 현금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아몽은 현재 빈곤층에게 주는 지원금을 매달 600유로(약 78만원)로 10% 올리고 대상도 18~25세의 모든 청년층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2022년까지는 모든 성인 국민에게 매달 750유로(약 98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BBC는 이를 위해선 매년 3000억~4000억 유로(약 392조~522조원)가 필요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당 노동시간 35시간을 32시간으로 축소하는 공약도 발표했다. 덜 일하고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늘리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재정적자 상한선을 없애겠다는 공약까지 내놨다. 나랏 빚을 늘려 국민에게 현금과 복지 혜택을 나눠주겠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세금을 국민의 것이 아닌 정치인의 쌈짓돈으로 착각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욱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으로 탈원전과 경유 폐지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58기의 원자로를 가동해 전체 전기의 75%를 얻는 원전 대국이다. 풍부하고 값싼 전기를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이웃 나라에 전력을 수출한다. 세계적인 원자력 기업 AREVA를 앞세워 원전 수출도 한다. 개발과 설계부터 건설과 운영, 원자력 원료 공급과 재처리까지 원전 관련 체계적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원전은 프랑스의 주요 산업인 셈이다. 그런데도 아몽은 좌파 이념을 생태주의와 결합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는 신념에서 독일처럼 원전을 문 닫고 신재생 에너지에 대거 투자해 202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50%를 얻겠다고 공약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과 기술을 좌파와 에코 이념 때문에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다. 실망한 여론은 대선 1차투표의 낮은 지지율로 응답했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일자리가 줄어든 기업에 ‘로봇세’를 부가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기업은 득을 보지만 사회의 일자리는 줄어들기 때문에 로봇세를 받아내 실업자 구제에 쓰겠다는 것이다. 로봇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구상 단계에 있다. 이를 현실정치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아몽과 사회당은 ‘탁상공론형의 순진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 문제는 아몽의 기업과 경제성장에 대한 반항적인 자세와 행동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자들을 ‘경제 무한성장론이라는 신화를 추종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경제성장을 ‘정치인들의 유사종교’ ‘지구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악평했다. 그러면서 현재가 생산과 소비 양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비상상황이라며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총체적인 변혁을 주장했다.

좌파 일각에서 오래전부터 나오던 주장이긴 하다. 고립된 소국이 아닌 인구 6700만 명의 세계 6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의 대선후보가 내놓는 인식과 발언으론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몽은 사회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는지는 몰라도 합리적인 지지층을 잃으면서 대중정치에선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좌파 반군’을 대선후보로 뽑아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인 공약을 앞세워 대선을 치른 사회당은 지금 역풍을 톡톡히 맞고 있다. 정치는 이념이나 이론이 아닌 현실임을 보여준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프랑스 좌파의 몰락’이라는 기사에서 “사회당이 살아남으려면 지지층인 중도좌파를 대변하는 합리적인 정책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S BOX] 112년 전통 사회당, 1969년 이어 두 번째 존폐 기로 「현재의 프랑스 사회당(PS)은 1969년 공산당을 제외한 사회주의 세력의 연합 정당으로 출범했다. 1905년 결성된 ‘노동자 인터내셔널 프랑스 지부’(SFIO)의 후신이다. 69년부터 따지면 창당 48년, 1905년을 기점으로 하면 112년을 맞는 전통의 정당이다. 1920년 프랑스 공산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세력의 구심점이 됐다.

SFIO는 68년 대중이 우파 샤를 드골 대통령과 기득권 세력에 맞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5월혁명(68혁명이라고도 한다) 때 오히려 위기를 맞았다. 미래 비전 제시도, 대중과의 소통도 제대로 못 하고 우왕좌왕하다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결과는 69년 6월 대선 1차투표 결과로 나타났다. 우파의 조르주 퐁피두가 44.47%, 중도파 알랭 포에르가 23.31%를 얻어 결선에 진출할 때 SFIO의 가스통 드페르 후보는 5.01% 득표에 그쳤다. 심지어 21.27%를 얻은 공산당의 자크 뒤클로보다 뒤진 4위로 주저앉았다.

폐족 위기에서 중도좌파는 프랑수아 미테랑 등을 중심으로 비공산당 중도좌파 연합정당인 사회당을 창당했다. 이후 주류 정당으로서 좌우 양당 정치를 이끌다 올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당은 어떤 환골탈태를 할 것인가. 」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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