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의 내 인생의 책] ⑤공화주의 | 모리치오 비롤리
[경향신문] ㆍ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6·10항쟁으로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 한 세대 만에 민주화를 정착시킨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주장에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살아오다 “우리는 과연 진정한 민주화를 이룬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다.
민주주의 핵심 원리인 삼권분립에 의해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받는 국회의원이 대통령 뜻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 징치를 당하고 배신자로 낙인찍히는 이 당혹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민주화의 정착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싶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제라는 명분으로 일인 지배가 용인되고 법과 제도에 의한 공적 지배가 아닌 개인에 의한 사적 지배가 횡행하는 사회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을까? 그러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등 답답해하는 내게 권해진 책이 <공화주의>였다. 추천의 변이 자유를 수호하는 데 가장 적합한 통치방식이 공화주의를 실현하는 공화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책의 서명은 <공화주의>로 되어 있지만 상당한 분량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에 할애되어 있다. 진정한 자유는 주종적 지배, 즉 예속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고, 이러한 자유를 숭상하며 자유를 획득하고 유지해 나가는 정치적 법적 수단이 바로 공화주의라는 것이다. 물론 무제한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적 지배인 예속은 용납할 수 없지만 법으로 구체화된 공적인 제한은 용납할 뿐 아니라 강제하기까지 하는 제한적 자유를 의미한다.
우리 헌법은 분명 대한민국이 공화국, 주종적 지배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라고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특정 개인에 굴종하지 않으면 배신자로 낙인찍고 보복하는 방식으로 개인에 대한 주종적 지배를 강요하는 정치세력이 온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자유로운 시민은 지도자는 두지만 주인은 두지 않는다’던 루소의 말이 새삼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오는 시대임에는 틀림없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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