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2500만 수도권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 어디로 가나

김선영 2017. 7. 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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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9일,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에 강한 햇살이 내리쬈다. 이곳에 모인 ‘쓰레기 탐사대’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에도 쓰레기의 마지막 종착지인 매립지 견학을 앞두고 호기심 어린 눈빛이 그득했다. 쓰레기 탐사대는 녹색연합이 쓰레기 이동경로를 따라 현장조사를 통해 쓰레기 배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운영중인 시민활동 프로그램이다. 탐사대에 참여한 서울 관악구에 사는 박소영(36·여)씨는 “쓰레기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이것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며 “내가 어떻게 (쓰레기를 처리) 해야 (환경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 궁금했다”고 지원 동기를 설명했다.

서울시민 한 사람이 버리는 생활쓰레기가 하루 약 1㎏.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날 녹색연합이 운영중인 쓰레기 탐사대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2500만 수도권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모이는 수도권매립지를 찾았다.

자료 제공=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수도권매립지는 서울 난지도에 쓰레기 매립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1992년 문을 열었다. 2000년까지 6500만t 분량의 쓰레기 매립이 마무리된 제1매립지에는 지역 주민을 위해 559억원을 들여 골프장이 조성돼 있다. 현재 쓰레기 매립이 진행중인 제2매립지는 내년 중반까지 사용되고, 이후에는 제3매립지가 활용될 예정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매립지 면적은 약 1606만㎡로 서울 여의도(290만㎡)의 약 5.5배에 달하고 축구장 2500개가 들어올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견학 안내를 맡은 관리공사 측 직원은 “이곳을 오가는 폐기물 운반차량이 하루 800∼900여대”라며 “생활쓰레기와 사업장쓰레기, 건설쓰레기 등 약 1만4770t의 쓰레기가 매일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견학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차내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는 식으로 진행됐다. 안내 직원은 “쓰레기를 매립할 때 이곳에 들어온 쓰레기 위에 흙 20㎝를 차곡차곡 덮으면서 살균과 탈취로 위생처리를 하고 그렇게 4.5m의 한 단이 쌓이면 0.5m 두께로 양질의 흙을 또 덮어서 쓰레기가 잘 썩게 하고 있다”며 “한 매립장 내에서 이렇게 5m씩 8단이 쌓일 때까지 매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에서는 자원순환 기술을 통해 쓰레기를 자원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관리공사는 50MW급 가스발전소를 건설해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메탄 성분의 매립가스를 모아 전기를 만들어 인근 주거단지에 전력을 공급, 하루 1억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매립가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인천 송도 전체 1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은 양으로 연간 약 400억원의 전기판매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이날 진행된 견학 프로그램은 관리공사가 만들어진 2000년 이후 계속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견학 인원이 39만4500여명으로 견학신청은 관리공사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개별 신청을 통해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데리고 이날 견학을 온 경기 오산의 권우영(45·여)씨는 “평소 딸이 지구온난화 현상에 관심이 많은데,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 가스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했다”며 “쓰레기 처리 과정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오게 됐는데 나름대로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매립지를 견학한 탐사대의 참가자들은 ‘쓰레기 산’이나 침출수로 오염된 하천 대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공원과 같은 매립장의 모습이 다소 의외였다고 평했다. 건축가인 손영민(37)씨는 “(쓰레기가) 무척 잘 관리되고 있었고,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면서도 “짧은 (견학) 시간 때문일 수도 있었겠지만 쓰레기의 종류와 매립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궁금했던 부분이 전부 해소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적어도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면 쓰레기를 대할 때, 조금 더 큰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뭘 제대로 알아야 (쓰레기 처리에 대한) 태도도 정해질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의 배선영 활동가는 “외곽으로 치워지고, 보이지 않게 감춰지는 쓰레기를 드러내고, 처리 과정을 알리는 것이 이번 탐사대 시민활동의 취지”라며 “매립지 외에도 자원회수시설, 재활용선별센터 등 쓰레기 처리시설을 탐사대 시민들과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쓰레기 배출 및 관리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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