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상주 노예' 광길씨, 밀린 임금이 고작 220만원?

2017. 7. 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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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의 한 농가에서 13년여간 월 13만∼15만원을 받으며 일한 지적장애인이 받아야 할 체불임금을 법원이 222만원으로 인정했다.

지적장애 3급인 이광길(55)씨에게 약 13년 동안 벼농사와 축사 일을 시키면서 월 10만원 남짓의 급료만 주고 벼농사와 축사 일을 하게 한 죄다.

판결문은 "김씨의 농업 업무 보조를 담당하다 퇴직한 이씨에게 222만555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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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미지급액 판결 논란
지적장애 3급인 이광길씨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농사일을 하며 받은 급여가 입금된 통장(오른쪽 사진)을 보고 있다. 통장에는 월 13만원 안팎이 입금된 기록이 찍혀 있다. 서영희 기자

경북 상주의 한 농가에서 13년여간 월 13만∼15만원을 받으며 일한 지적장애인이 받아야 할 체불임금을 법원이 222만원으로 인정했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공소시효와 엇갈린 진술로 논란이 컸지만 검찰과 법원은 고용자가 주장한 최소한의 노동시간만 받아들였다.

21일 장애인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은 김모(65)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지난 5월 선고했다. 지적장애 3급인 이광길(55)씨에게 약 13년 동안 벼농사와 축사 일을 시키면서 월 10만원 남짓의 급료만 주고 벼농사와 축사 일을 하게 한 죄다. 재판부는 “김씨가 지능 등이 다소 떨어지는 피해자에게 오랜 기간 많은 일을 시키면서도 적은 돈만 지급했다”며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김씨가 이씨를 고용한 기간은 2002년 12월 10일부터 지난해 2월 23일까지 13년3개월가량이다. 판결문은 “김씨의 농업 업무 보조를 담당하다 퇴직한 이씨에게 222만555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13년이 넘도록 고작 10여만원을 받으며 일했는데도 체불임금이 2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 이유는 이렇다. 일단 최저임금법 공소시효 때문에 2011년 9월 이전까지 이씨가 일한 대가는 제외됐다. 또 고용주 김씨는 농사일을 자신이 도맡아 했고, 이씨가 농사일을 한 시기도 매년 모내기철인 5월과 추수철인 10월에 열흘씩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3년여 동안 매일 오전 6시부터 13시간씩 10만㎡의 김씨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소 10마리도 돌봤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다른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체불임금 액수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산하 근로감독관이 산정했다. 담당 감독관은 “김씨와 이씨 두 사람의 진술이 서로 달랐다”며 “대질조사를 하려 했지만 이씨를 보호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 때문에 추가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감독관이 222만원이라고 적힌 종이를 보여줘 항의했는데 형사 소송이 엄격해 더 많은 금액을 포함시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며 반박했다.

지적장애인인 이씨는 변호인도 없이 재판을 받았다. 비록 승소하기는 했지만 체불임금이 222만5550원이라는 판결 내용 때문에 앞으로 이씨가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민사재판을 해도 그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난 20일 서울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만난 이씨는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마을 주민도 통화에서 “이씨가 5월과 10월에만 일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씨는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가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갈 곳이 없어 이내 돌아왔다고 한다. 지난해 한 방송국의 보도로 이씨 사연이 알려지면서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요양병원에 머물다 현재는 서울의 한 시설에 기거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전남 신안 염전 사건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인간성을 말살한 반인륜적 사건인데도 법원이 여전히 낮은 인권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장애인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면 이런 판결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씨와 이씨측 변호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항소했다.

허경구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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