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 체제 뿌리박혔는데 등록제만으로 4이통 출현 가능할까

2017. 7. 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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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표

기간통신사업 허가제 폐지해도
설비투자비·3강체제 탓 쉽지 않아
"주파수 할당 등 실질적 지원" 지적
보편요금제 수준, 애초 취지 못미처
요금인가제 폐지에도 비판 목소리

[한겨레]

정부가 제 4이동통신사의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21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이동통신 대리점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1일 정부가 발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크게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한 진입 장벽 완화’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보편요금제 도입’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이 필요한 통신산업에 허가제 폐지만으로 제4이동통신사가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또한 이날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 기준으로는 ‘서민들이 비용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저렴한 요금제를 만들겠다’는 애초 취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등록제로 진입 장벽 완화? 현행법상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를 크게 통신설비를 직접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 통신설비를 빌려서 사업하는 ‘별정통신사업자’, 그 외 기타 ‘부가통신사업자’로 나누고 각각 허가제, 등록제,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는 기간통신사업자, 알뜰폰 사업자는 별정통신사업자다. 개정안은 새로운 기간통신사업자가 사업을 시작할 때 정부 허가가 필요 없이 등록만 하면 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간통신사업의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제4이통사 등 새로운 사업자가 진출하지 못하면서 이통 3사의 과점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2010년부터 7차례나 제4이통 사업자 선정을 추진했지만, 후보사업자의 재정적 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7차례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허가제에서 등록제로의 전환만으로 새 이동통신 사업자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신산업은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다,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이미 ‘3강’ 체제가 고착화돼 있고 가입자도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정부가 정말 제4이통 설립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주파수 할당과 상호접속료 등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며 “이런 지원책이 없는 등록제 도입은 보여주기식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허가제 폐지와 함께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의 구분을 현행처럼 유지하는 방안과 이 구분을 없애고 기간통신사업자로 통합하는 방안, 두가지를 함께 제시했다. 기간통신사업자는 별정통신사업자보다 외국인 지분 제한, 공익성 심사 등에서 훨씬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두 사업자를 통합할 경우에는 사업규모에 따라 개별 규제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말까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보편요금제 취지 살릴까 보편요금제는 누구나 적정 요금으로 데이터·음성·문자를 일정량 이상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제안했고, 정부가 수용한 제도다. 정부는 개정안에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의 보편요금제 출시 의무화와 함께 보편요금제의 제공량과 요금 기준을 제시했다. 제공량은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를 제외한) 일반적인 이용자의 전년도 평균 이용량 대비 50~70%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용요금은 ‘약정요금할인을 적용해 차감한 요금이 전년도 시장평균 단위요금 기준으로 환산한 요금 대비 비율의 100∼200% 범위’로 정했다. 현행 사용량 등을 대입해 추산해보면 보편요금제의 서비스 수준은 월 2만원에 음성 210분, 데이터 1.0~1.3GB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래부가 지난달 통신비 인하 방안 발표 시 예시로 제시한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음성사용량을 제한하고 데이터 제공량도 1GB 수준에 그칠 경우, 일반 이용자가 선택할 유인이 별로 없는 또 하나의 저가요금제 중 하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가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그 외 요금은 자율경쟁을 유도하겠다’며, 현재 시장지배적 사업자(유선통신은 케이티, 이동통신은 에스케이텔레콤)에게 적용하고 있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요금인가제 때문에 요금경쟁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이통 3사의 과점 구조 때문에 경쟁이 안 되는 것”이라며 “요금인가제는 정부가 사업자에게 공공성을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그것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보편요금제를 내놓는 대신 다른 요금제를 이용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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