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가을께 양적완화 축소 논의".. 유로화 급등

파이낸셜뉴스 2017. 7. 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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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
유로화 1년2개월만에 최고.. 유로당 1.1571달러로 껑충
美달러, 금리인상 신중론에 달러지수, 94.27까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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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로 가치는 1년여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QE) 축소(테이퍼) 논의를 언제 시작할지 구체적인 시기는 정하지 않기로 통화정책회의에서 만장일치 합의가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은 9월 7일(이하 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에서 테이퍼 축소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연합뉴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이틀 간에 걸친 집행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 회견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 예상과 달리 그는 통화완화에 무게를 실었다. "아직 그 곳(정책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ECB)는 지속적이고 인내심을 가져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은 원하는 지점, 있어야 하는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드라기 총재의 말이다.

또 "정책방향 변화를 언제 논의할 지 정확한 시점을 정하지 않는다는데 모두가 찬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 가을 정책방향 전환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

드라기 총재는 "(테이퍼) 논의가 가을에는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고, 미카엘 스틴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총재가 언급한 가을은 9월 1일부터 시작하는 '기상학적인 가을'이라고 설명했다. 9월 7일 회의부터 테이퍼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하순 이후 드라기 총재의 행보도 테이퍼에 무게를 싣는다. 그는 지난달 말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기회복에 속도가 붙음에 따라 ECB가 조만간 테이퍼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금융시장에 불을 댕겼다. 유로는 급등했고, 유로존 채권 수익률도 뛰었다.

이후 ECB 고위 관계자들이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경기회복세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진화에 나섰지만 드라기는 발언을 취소하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는 되레 최근 시장 움직임을 ECB가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장기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낮고 은행 이자율도 매우 경기 부양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피터 섀프릭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의 메시지가 신트라 연설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때문에 유로는 급등했다. 장 초반 1.1479달러로 하락했던 유로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서 약 1년 2개월만에 최고치인 유로당 1.1571달러로 뛰었다.

드라기 총재가 이날 유로존 경제의 '활기찬' 회복세를 강조함에 따라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ECB의 채권매입 축소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별로 무게 중심은 서로 달라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채권 투자자들은 드라기 발언의 방점이 유로존의 낮은 인플레이션에 찍혔다고 보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향배에 따라 채권매입이 2018년 또는 그 이후로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상을 뒤집는 ECB의 신중한 정책방향은 미국, 일본 등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활발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물가 오름세가 더디다는 수수께끼가 그 바탕이다.

그러나 ECB를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은 연준을 따라 서서히 중립으로 전환한다는 큰 틀에서는 대체로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WSJ은 ECB 고위 관계자들도 사석에서는 오랫동안 9월 7일 회의에서 QE 프로그램의 미래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 왔다고 전했다. 특히 다음달 24~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미 연준의 연례 하계휴양 콘퍼런스에서 드라기 총재가 3년만에 연설이 예정돼 있어 이 자리를 빌어 정책 전환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이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요국 중앙은행 모두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경기회복기의 낮은 인플레이션' 수수께끼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ECB 금리동결에도 유로가치는 급등했지만, 미국 달러는 미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상 신중론에 연일 하락세다. 이날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94.27까지 떨어져 최근 11개월중 가장 낮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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